공중충돌, 추락, 격추 등 대규모 항공사고가 일어나면 언론이나 조사기관을 막론하고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있다. 바로 그 항공기가 갖고 있던 항공사고나 운항 장애 등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블랙박스다. 진실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블랙박스, 그 역할과 구성은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항공기 블랙박스 발명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주 국방과학기술연소에 일하던 과학자 데이비드 워런은 어린 시절에 항공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은 불행한 과거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추락해서 사망했다는 것만 알고 있지 정확한 사고원인은 알 수가 없었고 그리움과 답답함은 항상 그를 짓눌렀다. 때문에 그는 평생에 걸쳐 항공 사고 예방 기술의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자신이 평생동안 가야 할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1953년 세계 최초의 제트 여객기인 코멧(comet)이 원인 모를 이유로 추락 사고를 연달아 일으키는 대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이유를 규명하는 데는 매우 애로사항을 겪게 된다.
다른 사고와 달리 항공사고는 한 번 일어났다 하면 조종사와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에 사람을 통해 사고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기록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는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되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설계하기 시작한다.
최초의 블랙박스는 금속제 테이프에 다이아몬드 바늘로 고도, 속도 등을 기록하는 방식이었으나 1980년대부터 디지털화가 진행되어 자기 테이프에 최소 25시간의 비행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자기 테이프의 한계와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반도체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 중이다. 엄청나게 두꺼웠던 예전 블랙박스에 비해 요즘 플래시 메모리를 쓰는 블랙박스는 내부 메모리에 여러 충진재, 방호케이스를 채워 넣어 놨다.
생각해보면 블랙박스는 그 내용물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 것 같다. 항공기의 블랙박스는 콧핏 보이스 레코더(CVR·Cockpit Voice Recorder)와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FDR·Flight Data Recorder) 이렇게 2개로 구성돼 있다.
색깔도 사실 '블랙(Black·검정색)'이 아닌 오렌지색이다. 이는 사고가 일어날 시 발견되기 쉽도록 밝은 색으로 칠한 탓이다. 강한 충격이나 높은 온도 그리고 수압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보이스 레코더(CVR)는 조종석 안의 대화를 녹음하는 장치다. 원래는 조종실의 마지막 음성을 30분 동안 녹음할 수 있었으나, 2008년부터 FAA에서 '최소 2시간 이상의 음성 기록이 가능한 CVR를 설치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을 개편하여, 최근에 나온 CVR들은 녹음 용량이 대폭 늘어난 2시간 혹은 3시간 동안 대화가 녹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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