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 기쁨을 드리는 사람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가겠다.”
임영웅은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에서 이렇게 말했다. SNS에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가 불거진 논란 이후, 무려 20일간 이어진 침묵을 깬 순간이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그가 SNS에 게시물을 올린 12월 7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이 진행되던 날이었고 한 네티즌이 “이 시국에 뭐 하냐”는 내용의 DM를 보내자 임영웅이 “뭐요”라며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답변을 했다가 이 것이 논란이 됐다. 물론 임영웅에게 DM을 보낸 네티즌의 질문도, 임영웅의 답변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임영웅은 물론 소속사까지 연락이 두절돼 팬들과 대중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실 임영웅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연예인이 공인,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임영웅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치적 목소리’를 요구한 건 극히 일부였다. 그에게 요구됐던 건 그저 팬들과 대중 사이에서 벌어진 소모적 논쟁을 끝낼 책임 있는 ‘입장 발표’였다. 하지만 그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침묵을 택했고 자신의 팬들만을 대상으로한 콘서트에서 입장을 전했고, 당연히 박수를 받았다. 소속사는 여전히 임영웅의 입에만 기댄 채 숨어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임영웅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발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선 다른 예술인의 책임까지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번 계엄 사태 당시 젊은 층이 여의도 거리로 나선 것을 두고, 정치공방 이전에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임영웅의 이 발언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다른 예술가들을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 역시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고, ‘본업에 충실하지 못해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진보 진영 패널로 알려진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정치인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추운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라는 모욕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고 비난했다. 문화평론가인 김갑수 작가도 임영웅을 향해 “‘제가 정치인인가요’ ‘왜 거기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런 태도는 시민 기초 소양이 부족한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발언을 하지 못해도 그런 식으로 자기는 빠져나가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면 현재까지 어렵게 한국 역사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자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거들기도 했다.
팬들에게도 썩 좋은 태도는 아니다. 팬들은 단순히 그의 노래만을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다. 실제로 임영웅의 팬들은 그 어떤 가수의 팬덤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먼저 나서서 기부하고, 임영웅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임영웅은 스스로를 '노래만 하는 가수'로 가둔다는 느낌을 준다.
임영웅이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건, 단순히 그가 '노래만 잘해서'는 아니다. 그가 팬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게 된 가수가 된 것도 단순히 '노래'를 잘해서 만은 아니다. 어려운 가정사와 무대 밖의 힘 든 시절, 그리고 그 와중에도 누구보다 무대에, 또 사회 참여에 열심이었던 그의 모습이 팬덤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달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팬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를 통해 위로를 전해오던 임영웅이다. 임영웅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거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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