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노래하는 사람’ 임영웅이 놓친 것들 [D:이슈 ]
3,205 38
2024.12.30 15:45
3,205 38

[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노래로 즐거움과 위로, 기쁨을 드리는 사람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가겠다.”

임영웅은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에서 이렇게 말했다. SNS에 평범한 일상을 공유했다가 불거진 논란 이후, 무려 20일간 이어진 침묵을 깬 순간이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그가 SNS에 게시물을 올린 12월 7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이 진행되던 날이었고 한 네티즌이 “이 시국에 뭐 하냐”는 내용의 DM를 보내자 임영웅이 “뭐요”라며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는 답변을 했다가 이 것이 논란이 됐다. 물론 임영웅에게 DM을 보낸 네티즌의 질문도, 임영웅의 답변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임영웅은 물론 소속사까지 연락이 두절돼 팬들과 대중의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실 임영웅의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듯,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연예인이 공인,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임영웅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치적 목소리’를 요구한 건 극히 일부였다. 그에게 요구됐던 건 그저 팬들과 대중 사이에서 벌어진 소모적 논쟁을 끝낼 책임 있는 ‘입장 발표’였다. 하지만 그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침묵을 택했고 자신의 팬들만을 대상으로한 콘서트에서 입장을 전했고, 당연히 박수를 받았다. 소속사는 여전히 임영웅의 입에만 기댄 채 숨어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임영웅은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발언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선 다른 예술인의 책임까지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이번 계엄 사태 당시 젊은 층이 여의도 거리로 나선 것을 두고, 정치공방 이전에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임영웅의 이 발언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다른 예술가들을 암묵적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 역시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고, ‘본업에 충실하지 못해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진보 진영 패널로 알려진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정치인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추운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들에게 ‘당신들은 정치인도 아니잖아요’라는 모욕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고 비난했다. 문화평론가인 김갑수 작가도 임영웅을 향해 “‘제가 정치인인가요’ ‘왜 거기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이런 태도는 시민 기초 소양이 부족한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발언을 하지 못해도 그런 식으로 자기는 빠져나가는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면 현재까지 어렵게 한국 역사를 만들어 온 한국인의 자격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거들기도 했다.

팬들에게도 썩 좋은 태도는 아니다. 팬들은 단순히 그의 노래만을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다. 실제로 임영웅의 팬들은 그 어떤 가수의 팬덤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먼저 나서서 기부하고, 임영웅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임영웅은 스스로를 '노래만 하는 가수'로 가둔다는 느낌을 준다.

임영웅이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건, 단순히 그가 '노래만 잘해서'는 아니다. 그가 팬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게 된 가수가 된 것도 단순히 '노래'를 잘해서 만은 아니다. 어려운 가정사와 무대 밖의 힘 든 시절, 그리고 그 와중에도 누구보다 무대에, 또 사회 참여에 열심이었던 그의 모습이 팬덤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전달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까지 팬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를 통해 위로를 전해오던 임영웅이다. 임영웅도 이를 모를 리 없을 거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119/0002909146

목록 스크랩 (0)
댓글 3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tvN 별들에게 물어봐 X 더쿠✨] 2025년 새해 소원 빌고 별들이 주는 선물 받아가세요🎁 374 24.12.30 53,60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389,08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539,38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164,4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669,33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12,24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8 20.09.29 4,680,34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5 20.05.17 5,272,4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8 20.04.30 5,713,28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536,86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50436 이슈 윤석열 편지 헌재에 제출됨 2 14:32 626
1450435 이슈 보더콜리를 평화롭게 키우기 위한 산책표 10 14:30 1,125
1450434 이슈 KBO 한화이글스 새 둥지, ‘베이스볼드림파크’ 어디까지 왔나? 4 14:29 316
1450433 이슈 해외에서 제대로 터진 '오징어게임' 성기훈(이정재)X오영일(이병헌) 22 14:29 1,127
1450432 이슈 사형제 반대쪽의 주장 중 꽤 설득력 있는 것이 "오판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임 33 14:28 1,075
1450431 이슈 [속보] 헌재 "현재까지 尹 대통령 제출한 서류 한 건도 없어" 167 14:15 10,066
1450430 이슈 [속보]“강릉 권성동 의원 사무실 폭발물 설치” 신고...경찰특공대 수색 중 177 14:14 5,487
1450429 이슈 [속보] 헌재 "신임 재판관 즉시 심리 투입…윤 측 제출한 서면 없어" 3 14:14 1,032
1450428 이슈 아기 돌고래 살리려고 사람에게 다가온 어미 돌고래 47 14:13 4,241
1450427 이슈 트위터에서 화제되고 있는 8년 전 트윗.twt 13 14:13 2,748
1450426 이슈 9 - 1 = 0 FOREVER 86 14:10 8,430
1450425 이슈 우여곡절 하이브, 의심불가 반박불가 '으뜸기업' 될까 [엔터그알] 10 14:09 563
1450424 이슈 이거 아는 사람 최소 30대 오타쿠.........jpg 65 14:08 6,031
1450423 이슈 윤석열 사형 시킬수 있으면 사형반대 신념 버릴 사람들의 모임 380 14:07 11,445
1450422 이슈 2024년 신작 애니 본 오타쿠들이 애니방 들렀다 가야 하는 이유.jpg 14:06 777
1450421 이슈 레드벨벳 (한국) 발매곡 114곡 전곡 매쉬업 Red Velvet Cake 2024 4 14:05 785
1450420 이슈 돈만보는 연애는 지겹고 매매혼만이 진정한 사랑같다는 국가대표 수영선수 288 14:04 22,308
1450419 이슈 [속보]제주항공 사고여객기 현장조사 중 동체잔해서 불 47 14:03 6,954
1450418 이슈 대통령은 왕이 아닙니다 46 14:01 3,661
1450417 이슈 민주당 "국방부 내 증거 인멸 시도 포착... 특수단 꾸려야" 29 14:00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