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군용차량을 맨몸으로 막아섰던 시민 김동현(33)씨. 김씨 제공
영상이 찍힌 시점은 4일 새벽 2시께.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에서 국회 뒷문 방향으로 가려는 군용차량이 김씨의 눈에 띄었다. 이미 새벽 1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계엄 해제를 선언하지 않았을 때였다. 김씨는 “시민들이 순순히 비켜줬을 때 정말로 (국회가) 안전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일단 차량을 향해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 안에 있던 군인이 비키라고 계속 손짓을 했다. 내가 처음 차량 앞에 서자 겁을 주려는 듯 슬쩍 앞으로 움직였다”며 “나는 ‘밀 테면 밀어봐라. 너희는 절대 국회 쪽으로 못 간다’는 느낌으로 버텼고 합세한 시민들이 계속 막으니까 시동을 건 채 멈춰있던 차량은 결국 후진해서 서강대교 쪽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김씨는 지하철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새벽 5시30분께까지 영상 속 사거리를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차량 앞을 막아선 용기의 원천은 동료 시민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수많은 시민들이 맨몸으로 경찰·군인 버스를 막고 계엄군을 붙잡았고 국회 안에서도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를 뿌릴 정도로 절박하게 국회를 지키고 있었다”며 “그런 모습들에서 용기를 얻었고 내가 이 차를 막으면 누구든지 함께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영웅이 아니”라며 “그날 밤 모두가 절박하게 민주주의와 일상을 지키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필시 국회에서 무슨 일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 두꺼운 옷부터 챙겼다. 그리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1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사료와 물을 준비해 뒀다.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는 예약 문자를 보내놓기도 했다.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고양이를 챙겨줄 수 있도록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내란의 밤’은 지났지만 김씨의 일상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회사나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첫 일주일 동안은 날마다 국회 담장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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