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9시3분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의 열쇠인 블랙박스 두 개가 온전히 수거됐다. 사고기의 블랙박스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자료기록장치(FDR) 두 개로 구성돼있다. 사고 직후 CVR 외형은 100% 찾았지만, FDR은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됐었다. 간밤에 떨어져 나간 FDR까지 발견되며 일단 사고기 블랙박스 외형은 100% 확보했다. 하지만 블랙박스의 손상 정도가 심해 데이터 다운로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곽영필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 소속 과장은 30일 오전 "밤 사이 손실됐던 블랙박스까지 다 확보해 김포공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김포공항에 있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분석실에서 블랙박스를 해독하는 것인데, 데이터 다운로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 조사는 두 장치의 기록을 비교하면서 분석해야 한다. FDR과 CVR 해독 작업이 전체 조사의 방향성과 기간을 정한다. 두 장치가 완벽히 다 있고,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만 있다면 해독 작업이 일주일 안에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FDR은 항공기의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수치 등 신호로 녹화·보존한다. 마지막 25시간의 비행 자료를 기록한다. CVR은 조종실 내 승무원 간의 대화, 관제기관과 승무원 간의 교신내용, 조종실 내 각종 경고음 등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는다. 엔진이 정지될 때까지 마지막 2시간 동안을 녹음한다.
블랙박스 두 개를 다 찾았지만, 훼손으로 인해 만약 데이터 다운로드가 쉽지 않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한다. 이럴 경우 해독 작업까지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FDR과 CVR은 대부분 기체 꼬리 부분에 설치된다. 이번 사고에서도 여객기 기체는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탄 가운데 꼬리 칸은 그나마 모습을 유지했다. 두 장치는 최대 1100℃의 고온에서 1시간 이상을 버티고 3400G(Gravitational accelerationㆍ중력가속도)에 달하는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