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는) 완전한 전환점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기반을 마련해준 곡입니다
원래는 서브 타이틀도 아니고
타이틀에다 붙여서 한 번 보여드리고
말 노래였는데 갑자기 방송국에서
'다음주에도 이거 보여줘', 이렇게 된 거에요
그렇게 한주 한주 늘어난 거죠
덕분이 일본에 갈 수 있었죠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붙여주시더라고요
노래가 좋았고 엉덩이 춤을 잘 만들었는데
그 엉덩이춤을 잘 보이게 강조해줄 의상까지
세개가 딱 맞지 않았나
진짜 말랐었어
이만큼 노출된 거 보이세요?
아무리 사람이 말라도 장기가 들어있잖아요
먹으면 배가 나온단 말이에요
초코바 미니 사이즈 있잖아요
리허설 전에 그거 하나 먹고
본 방송 들어가기 전에 하나 먹고
물도 아껴먹어요. 입만 축일 정도로
그래서 미스터 활동을 하면서
멤버들이 점점 말라가요
연습생 때보다 더 절식한거죠
하루 한 번씩 연습실에 오면 무조건
몸무게를 재고 벽에 붙여놔요
연습생들 1번부터 쫙 나열해서
오늘 몸무게 몇 kg, 표를 붙여놓는 거에요
그래서 월말 평가 때 종이가 이렇게..
살을 못 빼면 데뷔를 못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 때 정해주신게 한 48kg 쯤이었던것 같아요
제 키에 48kg면 엄청 마른거잖아요
마르게 타고난 게 아니니까
안먹을 수밖에 없어요
안 먹고 더 많이 운동하는 것 말고는
나올 수가 없는 몸무게에요
근육 이런거에 대해서도 모르니까
무조건 몸무게
대표님이 지나가듯 얘기하는 거에요
"이제 살 좀 뺄 거지?"
한 마디만 딱 하셨어요. 한 마디만.
몸에 대한 첫 인지가 생기는 순간이었어요
뭔가 나에게 결함이 생긴 것 같은
들켜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말 하는데 그렇게 해야
데뷔를 할 수 있으니까
그냥 아예 안 먹었어요
체중 재는 날은 멤버들이랑 모여서
약국으로 가서 속 비우는 약을 먹었어요
한번은 먹고 싶은 게 있었어요
흑임자 인절미였는데, 제가 숨어서
떡 하나를 먹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세상이 빙빙 돌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이렇게 뺐는데, 어떻게 내가 이걸 먹었지? 하며
죄책감, 분노랑 모든 감정들이 몰려오더라고요
펑펑 울면서 토하고 막 이랬었어요
그런 식으로 거식증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길가에서 기절한 적 있어요
모르시는 분이 병원에 데려다주셨는데
'수액 맞으면서 몸무게가 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먼저 했었던 것 같아요
수액이 몸에 들어가면 저만큼의 무게가
제 체중으로 불어있을 것 같은 거에요
아마 48kg으로 시작해서 활동하면서
50kg까지 쪘나? 그랬을 거에요
데뷔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방송에 나오기에
적합한 목표 체중을 회사에서 주신 거에요
저는 키가 작은 편이니까 42kg에서
43kg이 적당하겠다 하셔서
공복 유산소라는게 한창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42kg을 달성했더라고요
몸무게를 달성하자마자 가짜 식욕이라 하잖아요
배고픈 거랑 상관없이 계속 먹는거에요
너무 배불러서 미칠 것 같은데
계속 집어넣고 있는거에요
3일 폭식하고 3일 급하게 다이어트하고
이런 루틴이 한달동안 반복되니까
그 때 처음으로 튼살이 생겼어요
컴백할 때마다 빼고 활동하면서 찌고
계속 그게 반복이 됐어요 모든 활동에서
사람들이 자꾸 나 살찐거 알아본 거 같고
살찌는게 직업적 도리를 다하지 못한 느낌?
늘 그런 폭식과 요요, 부끄러움
자기환멸, 그런 거의 연속이었죠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고가 나고 난 다음에
한꺼번에 근육이 다 빠졌어요
건강한 몸이었다가 가느다란 몸으로 바뀌었죠
아무래도 몸이 가늘어지면 의상을 입었을 때 예쁘죠
그래서 한 15년 정도 이렇게 살았어요
저는 제가 단 거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안 그렇더라고요
그걸 먹으면 힘이 나니까 그냥 먹었던 거고
(정식 식사를 한 기억이) 없어요
있다고 치더라도 못 먹게 했어요
그거 조금 먹는다고 살 안 찌는데
그걸 못 먹게 했어요
필요조건이 충족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자꾸 널 사랑하네 마네 하니까
동아줄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에요
이 사랑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게 목표가 된 거에요
예쁘고 통통하지만 허벅지만 통통해야 되고
배는 들어가 있어야 되고
라인이 살아있어야 되고
붓더라도 아파 보이게 부으면 안되고
타이트한 옷을 입고 푸쉬업 브라를 해서
S라인이 완벽한 상태에서 힐을 신고
이런 것들을 다 충족시켜야 할 것 같은 강박
제가 평발이거든요?
달리기나 힐 신는 것에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발목에 뼈 하나가 더 있는 가벼운 기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늘 발이 불안정한 상태인데
키가 작아서, 키 큰게 부럽다
키는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힐 신고 춤추고 자주 접질리고
이런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당시에 제가 너무 사랑받고 싶고
받는 사랑을 놓치기 싫으니까
대중들도 어느 순간 너무 당연하게 전효성은 몸매
내가 진짜 나 스스로에게 큰 숙제를 줬구나
내가 원하던 거, 바라던 거
꼭 이런 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죠
그거 말고도 내가 선보일 수 있는 매력이 많았을텐데
음악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너무 나는 거에요
그렇게 두시간인가 계속 울었어요
우는데, 나도 왜 내가 우는지 모르겠어
'어깨' 할 때쯤 그게 너무 심하니까 무대 올라가면
카메라도 못 보겠고
사람들이 다 저한테 욕하는 것 같고
너무 무서운 거에요
안되겠다 해서 병원을 갔는데
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거에요
그 때 당시에는 제가 정신과를 가서
약을 처방받는 것 자체를 쉬쉬해야 했어요
같이 계셨던 MC님이 "소유씨 웃어주세요"
이런 말을 했나봐요. 저는 기억도 없어요
웃어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웃지 않았다는게
태도 논란이 돼서 엄청 욕을 많아 먹었거든요
제 머릿속은 그거었어요
'아, 여기서 쓰러지지만 말자'
공황장애도 단계가 있어요
약하게 올 때가 있고
저는 높은 편이어서 딱 왔었을 때 위로 아래로
다 토할 것 같고
몇백명이 몰려있는데 그 위에서 실수할 수 없잖아요
그 때는 거의 물이랑 커피
약 말고는 거의 안 먹었어요 두 달 가까이
'이러다가 오늘 당장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거에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잖아요?
우리 뇌에서 반드시 음식으로만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이라든가 필수 아미노산
신경 전달물질을 만드는 미네랄은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게 되면
뇌에서도 상당히 자존감이 올라가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거든요
섭식장애는 필수적으로 이런 것들을
제한하고, 줄이고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오기가 더 쉬워지죠
예쁘기만 하면 건강한 줄 알았어요
원인불명의 두드러기가 얼굴이랑 목에 걸쳐서
거의 사라지는데는 한 7년?
너무 가려워서 괴롭고요
미스트를 뿌리면서 못 자는 날도 많았고요
제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거였거든요
지금 드라마 들어가야 하는데 촬영은 할 수 있을까?
너무 심한 날은 응급실을 가야 하고
피부의 문제였기 때문에 살 빠지는 거랑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탄수화물 먹으면 살이 쪄'
저는 진짜 철썩같이 믿고
굉장한 편식을 한 거죠
살이 많이 빠지면서 귀에도 문제가 왔었거든요
이상하게 들려서 병원에 갔더니
7kg 정도를 찌우라고 하더라고요
귀에 살이 찔 때까지 살을 찌워야 한대요
압력을 조절하는 기관이 살이 너무 빠져서
귀 안에 압력 조절이 안 되는 거라서
너무 우울했어요. 맨날 거울 앞에 앉아서 울고
적게 먹는 걸로 익숙해져 있다가
많이 먹으면 항상 체하고 그래요
이젠 괴롭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니까
항상 피곤하고 우울하고 행복하지도 않고
속이 메스껍고 침샘이 마르고 어지럽고
항상 우울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울한 영향이 주변 사람들한테도 뻗치잖아요
그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트렌드가 바뀐 것 같아요
외국에서 나오는 사이즈를 저희가
공수받아서 입는 건데
원래는 팔도 길고 여기도 크고
이런걸 다 잡아서 입었었는데
요즘은 해외 브랜드에서 픽업을 해도
되게 잘 맞아요
마치 맞춘 것처럼 작아졌다는 거죠
기본 사이즈들이
제가 라이스페이퍼 일곱장 인터뷰를 하고
진짜 많이 후회했어요
제가 단식을 한 것처럼 기사를
자극적으로 뽑아내시니까
그것만 보고 한승연이 라이스페이퍼
일곱장만 먹었다더라
라이스페이퍼만 일곱장을 먹은 건 아니었는데
그게 되게 파급력이 크더라고요
(기사가)엄청 많이 나오고..라이스페이퍼만 먹으면서
다이어트하면 큰일나는데?
절대 그러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그런 실수 제발 안 하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말 후회할만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마른거에 대한 강박이 너무 심한것 같다
지금 이 영상을 보고 계신 분들 중에
저도 그 나이 또래였던 적이 있었잖아요
저는 맨날 하는 말이
나는 연예인 아니었으면 다이어트 안했을 것 같다
이거거든요
내 몸이니까 내가 주인이잖아요
저희같이 보이는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보일 때
보정된 모습, 완벽한 찰나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자기 자신한테 맞는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바디멘터리-'살'에 관한 고백' SBS 12월 29일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