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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리뷰] '오징어게임 2'에서 찾을 수 없는 세 가지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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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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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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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 오락콘텐츠에 미학적 담론을 바라는 것이 무리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르물이라고 해도 서사를 구현하는 영상 콘텐츠인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에 그 나름의 미학은 여전히 필요하다.

 

<오징어게임>의 스타일이 힙하고 세련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창적인 미학으로 승화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은 찾기 어렵다. 시즌1에서는 익숙함의 낯설게 하기라는 미학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중년들에게 익숙하고 MZ에는 신기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뽑기 과자, 줄다리기 등 게임 자체가 그러했고, 특히 초반 등장한 커다란 영희 로봇은 그로테스크한 감정까지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즌2의 그 장치들은 이미 익숙하고 뻔한 게 됐다. 장르적 내러티브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서라도 연극적 과잉 연기와 대화가 거듭되고 군중 신과 게임 신도 비슷하다. 밀실 서스펜스의 익숙한 클리셰는 반복되고 서바이벌 미스터리는 뻔한 장면으로 반복됐다.

 

제작진의 고육지책이었을까. 새롭게 등장한 게임인 5인 6각 미션 달리기의 도전물은 식상했고, 짝짓기 게임은 대량 살육이라는 충격으로 덮을 만큼 시시한 등장이었다. 확장된 세계관의 기저에는 미학적 담론이 버티고 있어야 하지만, 그 한계에 부딪혀 극단적 반동과 총격으로 이야기를 급발진시킨 것은 아닌가 싶다. 스타일을 강조한 거죽에 채워진 미학적 담론이 없는 것은 '서사의 빈약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러티브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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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의 첫 번째 시즌은 '참신한 이야기'라는 표현으로 세상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오히려 시즌2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 것이 지난 시즌을 통튼 이야기의 불완전성, 즉 서사의 결여가 아닌가 싶다. <오징어 게임>의 시놉시스는 단순하다. 한두 문장으로 추릴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서사는 없다. 이 드라마의 내러티브는 허술하고 엉성하다.

 

가장 중요한 서사의 근본인 "왜?"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다. 게임에 초대 된 456명의 공통점은 과도한 채무로 곤란하여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자기 안위의 수단으로 자본 획득 욕망이 죄라면 죄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죽음까지 당해야 하는 처벌의 당위는 무엇인지 드라마는 질문도 대답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지금의 계엄 내란 탄핵의 일련의 사건에 빗대어 시대정신을 읽는다는 신묘한 평가도 보았다. 이미 수년 전 완성된 각본이 지금의 현실을 예견한 셈이니 말이다.

 

이 내러티브의 부재는 첫 번째 시즌의 팬덤적 호응으로 그 결함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물론 평론가들도 '참신함'으로 내러티브의 빈곤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소위 속편의 딜레마의 전형이 된 두 번째 시즌의 '힘주기'에만 골몰한 나머지 서사의 발전적 구성을 도외시한 것처럼 보인다. 현실에 대한 완벽한 핍진성을 요구하진 않아도 성기훈(이정재)이 다시 그 지옥 같은 게임장으로 스스로 들어간 당위는 허술하고 납득하기 어렵다.

 

 

 

 

인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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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구조의 치밀함보다 외적 형식으로 소구하는 작품의 성격상 이야기의 '설정'에 파묻힌 인물들의 부각이 부족하다. 시즌1에서 이런저런 참신한 얼굴로 그 부족을 메우는가 했지만, 시즌2는 보다 무게감 있고 얼굴 알려진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키지만 그 인물의 입체성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수조 속의 매기 효과를 내는 프런트맨 오영일(이병헌)의 등장이 그나마 입체감의 부조를 형성하지만 충격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임시완, 강하늘, 이동욱, 위하준, 박성훈 등 드라마와 스크린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내었던 캐스팅을 내세웠지만 미결된 두 번째 시즌까지 이렇다 할 캐릭터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시즌1에서 가장 돋보인 캐릭터는 뭐니 뭐니 해도 '깐부 신드롬'의 오일남(오영수)이었다. 이 캐릭터가 선명히 부각되는 이유는 입체적인 인물 설정에도 이유가 있지만, 오영수라는 배우의 면모에서 오는 충격도 한몫했다. 처음 등장 시 빛바랜 조단역의 노년 배우가 판을 흔드는 매기가 되었으니 일종의 '인물 반전'을 이루어 냈다.

 

시즌2는 시즌3에 이야기가 완결되는 미완구성이라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화려하게 내 세운 캐스팅들에 비해 캐릭터 표현은 아쉽기만 하다. 대중 콘텐츠로서의 연극, 영화,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은 스크린, 화면, 무대 밖의 배우와의 또 다른 화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요 필모그래피와 전작들의 캐릭터들과 지금 작품의 인물성격을 비교하며 다성악적으로 조응하는 상호 텍스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년 선한 배역만 맡던 배우의 악역 일탈이라던지 무게감 가득한 정극 배우의 코미디 연출은 관객에게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주곤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에피소드에서 이런 상호 텍스트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많다. 특히 이미 단순한 일차원적인 성기훈(이정재)이 타이틀롤을 이끌어 가는 것이 지루함을 가중하기도 한다. 이는 설정된 캐릭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연기해 내는 배우의 한계도 보이는 지점이다.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 한다고 누구나 장인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일을 20년 한 경험은 20년 묶은 값진 경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저 1년짜리 경험을 스무 번 반복한 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물의 설정에서 마지막 회룡점정은 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후반 편집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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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중반부터 시작된 그 뻔한 지루함은 뒷 부분 힘 잃은 연출과 그 후반 편집에 있지 않나 싶다. 근본적인 이유가 감독 역량의 문제인지 확언할 수 없다. 다만 작가주의라고 할 수 있는 거장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결과물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2007년 <마이파더>로 상업 장편영화 데뷔를 한 황동혁 감독의 지난 대표작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이다. 2020년 <도굴>이라는 상업 오락 영화를 내었지만 154만 성적표로 손익분기에 실패했다. 감독은 2021년 <오징어 게임>에서 반전을 이루었다.

 

이후 각종 해외 드라마 어워즈에서 주요 부분을 석권한 시상식의 감독 모습은 의연함보다 결연함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전작 성공의 기대감에 엄청난 제작비 투자의 부담이 결국 독이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러운 짐작해 본다.

 

1000억 원 이상 투자된 작품으로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공룡의 '블록버스터'로 포지셔닝했을 때부터 우려가 나왔다. 한 줄기 이야기를 시즌2, 시즌3으로 나누어 편성한 것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하나의 야기를 두 개로 쪼갠 것은 할리우드의 나쁜 습관으로 굳혀진 수익을 두 배로 늘리는 흔한 방법이다.

 

영화의 스크린 독점과 배급, 분율의 문제가 자본이 문화를 잠식하는 나쁜 방식이 OTT시대에 그 '갑'의 주체만 바뀐 체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의 자본에 작가의 자존심은 세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 오징어게임2 >는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스트리밍 첫 주 평론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82%, 일반 시청자 점수는 60%를 기록했다.

 

독착성과 신선함은 줄었지만 세계관의 확장과 스케일의 확대라는 호평도 존재한다. 이는 볼거리와 몰입감을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한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계엄과 탄핵 시국의 축소판으로 세태 비판적 작품이라는 평가도 제법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밝힌 자본주의의 착취, 도덕적 타락, 계급 불평등의 심화에 대해 제대로 반영 전달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일당들이 참가자를 끌어모은 이유는 사행성 엔터테인먼트의 제공이라는 신종 비즈니스의 발로로 보이지만 여기에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그저 없는 자들이 가진 자들의 노리개와 도구가 된다는 뻔한 이야기뿐이다. 계급의 갈등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상호 간 생존 게임만 가득할 뿐이다. 참가자들의 죽고 죽이는 살육은 물론 일당에 고용된 것으로 보이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 마스크들의 처형 행위와 장기밀매의 일탈만 부각될 뿐이다. 그저 잘못은 개인의 욕망일 뿐이고 사회 시스템의 부작용이라는 구조적 결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K콘텐츠의 열풍에 자칫 균열을 일으킬지 걱정하는 마음에 작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미루거나 그 평가를 저대로 받아 들기 힘들다면, 이 열풍은 그저 코로나라는 엔데믹 특수성에 기인했던 반짝 현상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보다 폭넓은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의 체계가 확립되길 바라는 마음에 쓴소리를 보낸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47/0002457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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