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9시쯤 무안국제공항은 눈물범벅이 된 망연자실한 유족들로 가득했다. 유족들은 공항 내 임시 텐트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말없이 허공을 쳐다보거나, 바닥에 담요 한 장만을 깔고 가족 이름이 호명되기만을 기다렸다. 이번 사고로 처남을 잃었다는 정모(59)씨도 허공을 쳐다보며 공항을 지키고 있었다. 정씨는 "처남이 내년에 환갑인데 시골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다"며 "신원 확인만 되면 고향인 장흥으로 가서 장례라도 치르고 싶은데 아직도 기약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는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의 목숨을 모두 앗아갔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연말연시를 맞아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떠난 이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모(47)씨 일가족은 이번 사고 희생자였다. 전남대병원 교수인 김씨는 중학생인 두 자녀, 소아과 의사인 아내와 함께 휴가를 내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변을 당했다. 사업가 박모(51)씨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골프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공항 곳곳에선 분통을 터트리는 유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신원 확인이 더디게 진행되고 장례식장 이동에 대한 안내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자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40년지기 친구의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공항으로 달려왔다는 A(60)씨는 "지금 유가족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며 "이동하는 버스에 타라고 했다가,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가, 말이 계속 바뀌어 화도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국 가기 직전만 해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연말에 송년회를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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