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져야 할 프로그램 1위 꼽힌 ‘세바퀴’ 출연진에 대한 소회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 19일에 방송된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주우재를 제외한 출연자 전원이 <세바퀴> 출연 당시의 고충을 토로하며 ‘연예인이 뽑은 없어져야 할 프로그램 1위’로 <세바퀴>를 뽑았다. 녹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까지는 웃으면서 인사를 주고받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 바로 울음을 터트리곤 했단다. 방송 후 기사들은 진행자 이휘재에게 책임을 묻는 제목을 달았으나 ‘이게 뭔가요?’가 데미지가 있긴 했어도 분위기를 주도할 깜냥은 아니었다. 막말의 달인 김구라도 기를 못 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뭐하리.
공교롭게도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 11월 8일자 영상에도 <세바퀴> 얘기가 나왔다. 이경실에게 <세바퀴>는 방송 인생 중 손꼽을 만큼 행복한 시절이었다나.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없어져야 옳을 프로그램이건만 누군가에겐 세상 달콤한 순간이었다니. 이경실 말로는 김지선이 처음엔 <세바퀴> 고정이 아니었는데 본인이 PD에게 주장을 해서 고정으로 꽂았단다. 김지선이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장기를 보여주든 이경실이 파안대소하며 격렬하게 호응을 해줬다고.
그리고 이어서 지석진을 KBS <여결 파이브> MC로 적극 추천한 것도 이경실 본인이라고 했다. 망설이는 PD를 자신이 밀어붙였고 그 뒤로 지석진이 승승장구 성장할 수 있었단다. 이경실이 방송가 실세였다는 건가? 실제로 그와 주변인들이 아나운서 길들이기를 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 아나운서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담합을 해서 리액션을 안 해주고 웃지도 않고 했다는 거다.
2020년 3월 채널A <아이 콘택트>에 박미선, 선우용여, 조혜련, 이경실이 출연했다. 명목상으로는 한동안 뜸했는데 앞으로 다시 예전처럼 잘 지내보자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남편 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한 이경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간을 보기 위해 다들 함께 나온 것으로 보였다. 그때도 <세바퀴> 출연자 중 여덟 명의 단톡방이 있다고 했고 지난 6월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 출연한 김지선에 의하면 여전히 가족 같고 끈끈한 사이란다.
<세바퀴>가 2014년에 개편이 되면서 다들 하차했으니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이를 먹었으니 우리가 우리 앞가림 하느라 바빠서 다른 후배들을 너무 못 챙겼네, 말 한 마디 변변히 못하고 힘들었을 텐데 우리가 생각이 짧았어, 이런 식으로 반성을 할만도 하지 않나. 그러나 단 한 번도, 누구에게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질 못했다. 후배들은 입을 모아 그때가 끔찍했다는데 말이다.
매번 소풍이라도 나오듯이 즐거웠다니 왜 아니 달콤한 시간이었겠는가. 그러나 그 달콤함이 오히려 독이 되었지 싶다. 본업이 개그맨인 만큼 웃음을 개발해야 옳은데 토크쇼에 안주했으니 말이다. <구해줘 홈즈>에서 출연자들이 <세바퀴>를 없어져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고발 아닌 고발을 했다. 그런데 살아보니 헛되이 보내는 시간은 없다. 힘겨웠던 그 시간을, 꿀 빠는 자리에 안주하다 도태된 선배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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