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민주노총은 오후 4시부터 열리는 광화문 탄핵집회에 앞서 3시부터 보신각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집회에 참석하러 온 조합원과 시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커피와 차를 받았다.
상당한 비용이 드는 커피차는 이 씨가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남태령 투쟁 보면서 마음이 안 좋아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나왔다”며 “마음을 모으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인상 깊었던 기억을 묻자 이 씨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할 때 먼저 나서서 길 열어 주시는 것도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경험이 없으니 경찰이 무섭기도 한데 길 열어주시는 게 인상 깊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앞 탄핵집회 상황이다. 윤석열 탄핵 1차 표결을 앞두고 수십만의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렸으나 경찰이 길을 막고 집회 공간을 넓혀주지 않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이 참여하시는데 경찰이 길을 열지 않아 공간 확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앞쪽에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동지들 전부 다 일어나 주십시오. 민주노총이 길을 열겠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곧바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의 대로를 막던 경찰을 밀어내고 순식간에 집회 공간을 넓혀냈던 것.
이른바 ‘길을 여는 민주노총’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노총은 28일에도 어김없이 보신각에서 광화문으로, 집회 후에는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와 명동으로 행진하며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