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르포]신음하는 주유소..."한 달 200만 원도 못 벌어...문 닫을 비용도 마련 못해"
5,593 7
2024.12.28 15:02
5,593 7


"주유소 사장님댁 유복하다"는 이제 옛말
최근 10년 사이 주유소 시장 '하락기' 진입
자본금 쌓기는커녕 생활비 벌기도 어려워
폐업 원해도 1억 원 넘는 철거 비용 못 내
대신 '장기 휴업' 선택하고 주유소들 방치
토양 오염 심하고 화재, 폭발 위험 상존해
업계 "폐업 비용 일부라도 지원 필요해...
알뜰주유소 인센티브 자금을 활용" 제안

수도권의 한 폐업 주유소 모습. 이상무 기자원본보기

수도권의 한 폐업 주유소 모습. 이상무 기자

#1 전북 임실군에서 21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한 박진수(49)씨는 주유소 사장님 시절을 떠올리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사람들은 주유소 사장이라고 하면 돈을 쓸어담는다고 생각하지만 10년 전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1,000만 원 매출을 올려도 절반(500만 원)은 세금, 남은 돈의 절반(250만 원)은 카드 결제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월 200만~250만 원만 남아 겨우 생활을 이어나가는 달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여기에 다달이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챙기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자 문을 닫기로 결심하고 2023년 6개월 동안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을 공부했다. 올해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폐업했다. 박씨는 주유소를 그만두고 포클레인 기사로 활동하는 지금을 두고 "훨씬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했다.

#2 강원 강릉시 국도 주변에서 13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하다 지난해 휴업한 조광일(67)씨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세금과 카드 수수료로 매출 대부분이 빠져나가는 구조에서 경쟁 주유소와 '10원 단위'로 엎치락뒤치락 출혈 경쟁을 벌이다 보면 한 달에 200만 원도 못 버는 날이 늘어났다. 영업을 쉬기 직전에는 일요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고 평일에는 혼자 영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엔 관두고 말았다.


박씨와 다른 점은 폐업을 하지 못하고 '장기 휴업' 상태로 빠져든 것이다. 김씨는 "주유소 하던 자리라서 기름 저장고, 각종 주유 시설을 모두 걷어내야 영업을 종료할 수 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필요해 마지못해 휴업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휴업 후 지역 소방서의 조언을 듣고 주유기를 케이블로 묶고 비닐로 감싸뒀다고 한다. 김씨는 "비바람이 불면 주유기를 감싸둔 비닐이 자꾸 벗겨졌다"며 "이마저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1년도 넘어 현재 주유소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하락기에 진입...매년 500곳 폐업 못하고 '휴업'으로

게티이미지뱅크원본보기

게티이미지뱅크

주유소들이 신음하고 있다. '주유소 사장님댁' 하면 유복한 집을 떠올리던 시절은 벌써 지나갔다탈(脫)석유 흐름 속에서 세금, 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이 겹겹이 쌓여 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유소 87.3%는 영업이익률이 2% 미만이었다. 100원의 매출을 일으키면 2원도 채 못 벌었다는 얘기다. 특히 주목해야 할 건 10~15년 전에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주유소들이다. 이들은 주유소 장사가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에서 주유소 사업을 시작해 매달 생활비를 버는 수준이지 자본금을 쌓을 형편이 아니었다.

텅 빈 곳간은 폐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로 이어졌다. 주유소 문을 닫으려 할 땐 각종 주유시설, 기름 저장고를 깨끗하게 뒤처리하고 토양 오염 정화 작업도 해야 한다. 그래야 주유소가 있던 자리에 다른 업종이 들어서 정상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름 저장고 크기, 땅 넓이에 따라 복구하는데 최대 수억 원이 필요하기도 한단다. 지방 읍내 주변에 주유기 4개를 두고 영업하는 주유소도 최소 1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폐업 유형은 주유소 운영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임차로 사업을 한 경우에는 건물주가 다시 주유소로 임대를 놓겠다고 해 임시 조치를 해두고 폐업하기도 한다. 이건 매우 운이 좋은 사례다. 대부분 주유소들은 폐업 비용은 없고 건물주가 시설 철거 등에 드는 돈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철거를 포기하고 장기 휴업을 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5년치 전국 주유소 등록 현황을 보면 2019~2023년 매년 휴업하는 주유소는 500개가 넘는 반면 폐업하는 주유소는 300개가 안 된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폐업 주유소가 184개로 줄었다.

땅 오염시키고, 폭발 위험 있는데...방치되는 주유소들

휴업 중인 한 주유소 한쪽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이상무 기자원본보기

휴업 중인 한 주유소 한쪽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이상무 기자

장기 휴업 상태인 주유소는 방치된다. 지난해까지 경기 파주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한 강준식(58)씨는 "땅을 임차해 주유소를 운영하던 사장님들이 휴업하면서 임차 기간이 다 되면 누가 정화비용을 댈 건지를 두고 땅주인과 다투기도 한다"며 "그런데 경기 외곽 지역은 주유소 하던 자리에 바로 다른 업종이 들어와 장사하기도 힘들고 개발도 어려워 땅 주인들도 굳이 주유소 시설을 거두지 않고 내버려 둔다"고 했다.

이러는 사이 시설물은 부식되고 기름 저장고는 노후화된다. 환경부의 토양 오염 실태 조사에서 장기 휴업 중인 주유소의 토양 오염 문제는 단골로 지적 받는 대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땅속에 묻혀있는 기름 저장고와 주유기 사이를 연결하는 배관이 낡거나 지반이 가라앉아 모양이 변하면 기름이 근처 땅까지 오염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고에 남아있는 기름은 폭발 위험이 있다. 휘발유는 매우 쉽게 기체가 돼 유증기 형태가 되고 작은 불티만 만나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장기 휴업 중인 주유소를 가 보면 별다른 출입 통제 시설도 없고 불이 옮겨붙기 좋은 각종 쓰레기가 한쪽에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소방 관계자는 "종종 휴업 중인 주유소를 공터쯤으로 생각하고 드나들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데 정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폐업 비용 지원 필요...알뜰주유소 인센티브 자금 활용하자"

알뜰주유소 인센티브 지급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원본보기

알뜰주유소 인센티브 지급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해결의 열쇠는 돈이다. 기름을 팔면서 최소한의 폐업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탓에 주유소 업계에서는 "폐업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해달라"고 한다. 정부 기관에서도 이미 몇 년 전부터 폐업 지원 필요성을 제안해오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9년 '장기방치 휴·폐업 주유소 안전 조치 등 관리 체계 개선안'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의 주유소 폐업 비용 지원 사업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일본은 재무 상황이 어려운 주유소의 경우 토지정화 비용을 포함해 1,000만 엔(약 1억 원)을 지원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아직 폐업 비용 지원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에 석유유통협회 등 주유소 단체들은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에 주는 인센티브 자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알뜰주유소는 기본적으로 기름을 싼값에 유통하는 게 핵심이다. ①석유공사가 정유사와 싼값으로 공동구매하고 ②약간의 마진을 얹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③알뜰주유소가 시중 소매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https://naver.me/57Vf8Cai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브링그린💚] 브링그린 덕후 모여라..🌿브링그린 티트리 시카 토너/크림 & 알로에 젤 쿨러 기획 체험단 (100명) 336 05.27 20,84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222,38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516,90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76,39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828,72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25,01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8,28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2 20.09.29 7,488,5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4 20.05.17 8,699,86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2 20.04.30 8,587,38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55,04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81862 이슈 지하철에서 한 노인이 덬들 앞에서 이러고 있다면?.swf 20:57 63
3081861 이슈 역시 뜨샤가 답이다. 4 20:56 184
3081860 이슈 트위터에서 플타는 메이크업 논쟁 5 20:55 508
3081859 이슈 군체 안 본 눈 삽니다. 1 20:55 245
3081858 유머 삼전하닉에 투자한 이불회사 8 20:54 870
3081857 이슈 [KBO] 삼성 이재현 멀티 홈런 9 20:54 181
3081856 이슈 르세라핌 김채원 홍은채 X 세븐틴 승관 <붐팔라🪷> 챌린지 20:54 91
3081855 이슈 'COMEBACK' LE SSERAFIM - BOOMPALA #엠카운트다운 EP.930 | Mnet 260528 방송 1 20:53 36
3081854 이슈 요즘 알고리즘 뜨는 하모하모 빠삐용 2 20:52 151
3081853 이슈 나 편알 3달되어가는대 쓰레기봉투파는법몰라서 맨날 다나갔다고뻥침 7 20:52 931
3081852 이슈 [KBO] 삼성 최원태 7이닝 무실점 QS+ 5 20:51 192
3081851 이슈 노래 안 나왔는데 녹음 비하인드 먼저 푼 여돌.. 20:51 291
3081850 정보 서바이벌 우승자 탈락자 가이드 시청자가 함께 데뷔함 2 20:48 818
3081849 기사/뉴스 장예원 ‘SBS 퇴사→KBS 월드컵 프리뷰 쇼 진행’…설기현과 호흡 맞춘다 3 20:48 402
3081848 이슈 왕년에 엑소 빙의글 작가가 엑소 앞에서 썼던 빙의글 줄거리를 읊음 9 20:47 860
3081847 정보 내일부터 사전투표 시작!! [2026 지방선거 데이터센트럴: 최종 모음집] xsfm 2 20:46 187
3081846 유머 들으면 다들 아는 14년 만에 부활한 곡 별이 된 자들의 꿈 1 20:45 228
3081845 이슈 빌리 시윤&츠키 X NCT 태용 WORK 챌린지 4 20:45 248
3081844 유머 닭들이 묵은쌀 맛보고 사료를 안먹어요 ㅠ 도와주세요 ㅠ 29 20:45 2,601
3081843 이슈 일상 속에서 M 찾아야 위시 보러 갈 수 있다고 하니까 희생해준 부장님 5 20:42 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