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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서사' K-웹툰은 어쩌다 차별·혐오 집결지가 됐을까

무명의 더쿠 | 12-28 | 조회 수 2185

출처: https://naver.me/F9pk6iq1








'탈권위적 개인' 인터넷 문화 이식한 웹툰의 시작


인터넷 문화가 시작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다. 탈권위적 개인이 부각되자 2030은 금기를 깨부수고 새로운 정치적 언어를 만들어갔다. 인터넷을 무대로 한 신좌파의 등장이었다.

그런데 2010년대 온라인에 소위 신우파 세력으로 대변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가 떠오르면서 이 흐름은 특이점을 맞았다. 신좌파의 문법을 습득한 신우파 세력은 너무나 쉽게 혐오와 차별의 정서를 확산해 나갔다. 대상은 다양했다. 여성, 아동, 전라도 그리고 장애인까지.

위 작가는 "탈권위, 반권위적 개인의 등장과 차별주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면 먼저 문화적 신좌파들이 주장한 위반의 문화가 있었다. '금지를 금지한다'며 새로운 정치적 언어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었다. 사회적 금기와 구속을 깨는 것, 즉 탈권위적 개인이 곧 정치적 자유와 진보로 여겨진 시절이었다. 그러나 도덕적 권위를 무제한 해체하면 옳고 그름의 기준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위반 그 자체를 위한 위반이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방식을 차별주의자, 인터넷 우파들이 잘 습득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장은 탈권위적 문화 안에서 보편적 도덕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 신우익 세력은 과거의 보수적인 가치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차별을 농담처럼 사용하는 게 익숙하다. 일베 시스템을 보면 '일간베스트' 안에 드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웃기기 위해서는 도덕적 기준이 중요하지 않다. 결국 이런 문화를 무제한 허용했을 때 일베 같은 방식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략)

위 작가는 "인터넷 문화의 부분에 있어 웹툰이란 미디어 역시 탈권위성 안에서 도덕적 아노미로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2016년 조석 작가가 '개그 만화 그리기 어려운 날'이란 주제의 웹툰에서 '뭐만 하면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고 했다. '신과 함께' 시리즈 주호민 작가도 '시민독재'란 발언을 하고 취소, 사과한 바 있다. 결국 그동안 웃기다는 이유 만으로 차별과 혐오가 '밈'(meme·재미있는 말과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패러디한 콘텐츠)으로 너무 쉽게 숨 쉬듯 용납된 게 있었던 거다. 작가 입장에서는 창작 제약, 검열로 느껴졌겠지만 이를 '대불편'이라고 하면 나아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차별·혐오 정당화 하는 웹툰 '사이다 서사'

(중략)

"왜 주인공은 모두 '착한' 강자가 될까. 강해져야만 정의 구현이 가능하고, 그것이 상대를 절멸하는 방식이어야 할까. 능력은 모든 보상을 받아도 되는 절대적 개념인가. '비호감' 캐릭터는 과연 사회적 편견과 상관 없이 구성됐다고 할 수 있는가."

정답은 '아니다'. 능력주의 세계관 속에서 '비호감' 캐릭터의 공통점은 설정만 떼고 보면 약자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양다리를 걸쳐 남자친구에게 맞는 양다리를 걸친 BJ 여성, 아이들에게 이상한 가르침을 주는 페미니스트 여성 교사,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젊은 여성, 어린 나이에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등은 모두 '참교육'을 당하지만 그 기저에는 '무능력한 약자에겐 그래도 괜찮다'는 혐오가 촘촘히 깔려 있다.

위 작가는 "약자가 국가에 차별 시정에 대한 요구를 하면 공정하게 경쟁시키라고 하면서 구조적 차별 문제를 능력주의로 해결하려고 한다. 이 시정 요구를 '더 해달라'고 징징대는 것이라 여기고, 부당한 인간이라며 참교육을 하고 싶어 한다"며 "이런 세계관 안에서 '비호감' 캐릭터는 살려 달라는 약자일 수도 있다. 일례로 웹툰 속 페미니즘 혐오를 보면 자기가 믿고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싫은 여성상을 징벌하는 게 너무 좋고 후련한 거다. '사이다'가 어떤 정의의 감정처럼 작동하는 것 같지만 평소 혐오하던 존재를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웹툰 공론장 기능 상실…차별·혐오 세력 집결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미 혐오의 배설과 갑질 창구로 변해 버린 웹툰 댓글창이다.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이하 '바연길')의 남성 혐오(이하 남혐) 논란이 대표적이다. 결국 작가는 사과했지만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작가 등 지금까지 여성 혐오(이하 여혐)로 지적 받은 대다수 웹툰 작가들이 해명만 한 지점을 돌이켜보면 씁쓸한 결말이다. 물론 그 연출 수위와 혐오값 역시 '바연길'와는 사뭇 다르다. 애초에 남혐 의미가 확실하지 않은 집게 손가락 모양, '허버허버' 단어 등과 여성을 향한 폭력적 연출, 성적 비하적 혐오 단어 등은 같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위 작가는 "'바연길' 댓글창에 조직적으로 악플(악성 댓글) 테러가 벌어졌다. 일종의 사이버불링이었는데 작가가 사과까지 했다. 이슈를 빨리 수습해야 됐겠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니 사과는 잘못됐다고 본다. 여성이 그래서 우리도 미러링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 일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가 '김여사' '김치녀' 등 여혐 단어를 쓰다가 '한국 남자'를 줄인 '한남'을 쓰니까 난리났던 맥락은 제외한다"라고 했다.

결국 '공론장'의 기능을 상실한 웹툰 댓글창에서는 작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소비자 갑질'까지 심심찮게 일어난다. 각종 인신공격을 비롯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에 대한 가짜뉴스, 페미니즘 조롱, 여혐 실드 등은 당연하다. 웹툰 댓글창이 차별·혐오 세력의 결집 장소가 되어버린 셈이다.

(전문은 출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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