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 넘어 2009년 글로벌 위기 수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전날 상승세를 이어가며 1465원대를 뚫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1500원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종가(1456.4원)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2원 내린 1455.2원에 출발했지만, 이내 상승세로 돌아서 오전 10시께 1460.2원으로 거래되며 1460원을 다시 뚫었다.
장중 최고가는 1465.9원이었다.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었고, 이는 글로벌 위기 때인 2009년 3월 11~17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전날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전날 한 권한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이날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권한대행에 대한 추가 탄핵이 더해지며 정치권 불확실성이 가중된 것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중 원·달러 환율이 한 권한대행 탄핵 전망을 반영하며 1457.4원까지 상승해 금리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의 주 요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외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종전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에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예측하기 위해 FOMC 의원들이 예비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추가 금리조정은 더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결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108대로 올라선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108.023을 기록했다.
국내 경기 부진 우려와 대통령 탄핵 사태 등 정치 불안도 원화값 약세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 것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과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취임 직전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부담과 수입업체 결제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에 힘입어 1450원대 후반 흐름 이어갈 전망"이라며 "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 상향 조정과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전날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국무총리 탄핵으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것이란 불확실성이 환율을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며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시행하는 등의 영향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뿐 아니라 전반적인 비 달러 통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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