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탑(최승현)의 분량이다. 당초 탑의 분량이 다른 등장인물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연 '오징어 게임2' 속 탑이 맡은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의 래퍼 타노스는 게임장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문제적 인물로 꽤 많은 장면에 등장한다. 시즌2에선 탑이 강하늘, 이진욱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타노스는 코인 사기를 당해 명기와 끝없는 신경전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엉뚱함을 넘어 경악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큰 임팩트를 남긴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이 역할을 맡은 탑 때문에 등장하는 내내 불편함이 커진다.
그도 그럴 것이 탑은 2016년 10월 용산 자택에서 대마초 흡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17년 7월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후 은퇴를 시사하기도 했던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하며 복귀를 하게 됐다.
탑 캐스팅으로 논란이 커지자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간담회에서 "캐스팅하기로 했을 때, 꽤 시간이 지났던 일이었고 이미 선고가 내려졌고 집행유예 기간도 끝났다"라며 "'그쯤 시간이 지났으면 다시 뭔가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되지 않았을까'라는 판단을 하고 캐스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우려를 표현해주셨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게 오히려 좀 잘못됐을 수도 있겠구나', '좀 짧았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증을 많이 했고 탑이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하며 "그가 이 역할을 하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논란이 됐지만, 그것을 번복하거나 그러기에는 이미 저 스스로 많은 과정을 그 배우와 해왔다"라고 캐스팅을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 여기에 "작품을 보면 이 결정이 쉬운 것이 아니었고, 최승현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 이해하실 거라 생각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보고 나면 이해는 고사하고, 왜 굳이 탑을 캐스팅해야 했는지 그리고 그가 대체 무슨 용기를 냈다는 건지 의문점만 가득 남는다. 최승현이 이 작품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왜 시청자들이 알아야 하는 건지도 묻고 싶다. 극을 볼 시청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가 검증했다",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고만 말하면 그냥 "그렇군요"하고 바로 수긍할 거라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전 세계를 겨냥하고 있으니 국내 시청자들의 불편함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황동혁 감독에게 다시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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