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2월 16일 일어난 일은 12월 3일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3,420 4
2024.12.26 15:20
3,420 4

 

〈94〉 내가 뽑은 올해의 보도사진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카이스트 졸업생의 고성 항의에… 대통령 경호원이 입 틀어막아
권력의 촉수가 호흡을 막는 듯… 대통령실 “불가피한 조치” 해명
‘불필요한 조치’는 아니었을까

 

 

BSyQBw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올해의 보도사진이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강렬한 사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사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진, 여의도에 운집한 시민들의 사진, 그리고 해외의 전쟁 사진 등등. 해외 전쟁 사진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온다. 끔찍하긴 해도 그곳은 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끔찍하긴 해도 전장은 폭력이 예상되는 장소니까. 2024년 12월 3일 밤 충격의 일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군대를 본 데서 온다.》

 

학생 한 명이 메신저에 소리치듯 적었다. “근데 지금 무슨 일이죠?” “다들 TV 켜셔요.” “당장.” ‘당장’이라는 부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오랜만에 켠 TV에서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 중이었고, 얼마 안 있어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로 들어왔고, TV와 휴대전화를 타고 그 장면들은 일상으로 난입해 왔다.

 

이 계엄 선포 사태의 어느 측면을 찍어도 올해의 보도사진으로 손색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올해 KAIST의 졸업식장 사진을 뇌리에서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진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2024년 2월 16일 KAIST의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했다. 그 도중, 한 졸업생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는 취지로 고성을 질렀다.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게 팔다리를 들려 끌려 나갔다.

 

이 상황을 찍은 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부져 보이는 경호원이 졸업식 예복을 입은 신진 박사의 입을 처누르고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권력의 촉수가 생물의 호흡기를 막는 장면처럼 보인다. 물리적 폭력이 말의 힘을 찍어 누르는 장면처럼 보인다. 상대적 연장자가 상대적 연소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다음에 눈에 들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아직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채, 망연자실하여 눈앞의 폭력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서 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소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사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그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칼은 칼집 안에 있을 때 가장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 폭력이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칼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권력자는 실패하기 시작한다.

 

 

(중략) 

 

그날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한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취지의 축사를 했다. 훗날 이러한 축사 내용만 보면, 타당하기 짝이 없는 그럴듯한 말의 성찬일 것이다. 도대체 이 축사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그러나 글을 읽는 일은 결코 눈앞의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략)

 

돌이켜 보건대, 2024년 2월 16일에 벌어진 일은 2024년 12월 3일에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 대통령은 그날 축사에서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분명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길고 길었던 2024년 12월에 분명해진 것은 대통령 자신이 바로 그러한 어려움이며, 국민 대다수는 그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했다는 사실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05628?sid=110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AHC☀] 올 여름을 위해 폭삭 쟁였수다😎 선케어 맛집 AHC의 ‘블랙 선크림’ 체험 이벤트 🖤 590 04.10 41,32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667,17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349,43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533,34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701,57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642,50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588,54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3 20.05.17 6,310,0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16,46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644,85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84858 유머 탐나는 닉네임.jpg 3 12:07 305
2684857 기사/뉴스 90개국 남녀 5000쌍 모였다…통일교, 합동 결혼식 10 12:07 482
2684856 유머 만화가가 작중에서 미인을 표현하는 방법 12 12:05 842
2684855 이슈 내란당 정당해산이 답입니다. 8 12:04 358
2684854 이슈 [순간뽀짝세상에이런아이돌이] NCT WISH 사쿠야 "너 형님이야?" "네." 3 12:04 168
2684853 기사/뉴스 80대 모친에게 흉기 협박한 아들…엄마는 "선처 부탁" 6 12:00 283
2684852 기사/뉴스 '의료계 파업' 정면 돌파 택한 드라마, 쓴웃음밖에 안 나온다 9 12:00 1,017
2684851 이슈 있지(ITZY) 채령 인스타 업뎃 3 11:59 206
2684850 이슈 오늘도 개큰기대 되는 정치유투버 <사장남천동> 썸네일 13 11:59 1,306
2684849 이슈 김민재 어제 아쉬웠던 실책성 플레이.gif 3 11:58 503
2684848 기사/뉴스 홍준표 "오늘부터 '백수' 아닌 취준생…청와대 취직해 5년간 매진" 8 11:58 360
2684847 기사/뉴스 한 영화 투자·배급사 임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영화계를 가리켜 "멸종을 기다리는 공룡 같다"고 말했다. 10 11:58 560
2684846 기사/뉴스 '산장미팅' 임성언, 결혼한다…"5월의 신부" 9 11:58 1,931
2684845 유머 밀키트 요리할때마다 하는거.jpg 24 11:54 2,787
2684844 정보 대형소속사별 미주+유럽 스타디움 콘서트 입성 및 입성 예정 가수들 18 11:54 1,219
2684843 이슈 한국은 안전한데 자전거 절도만 많다??? 28 11:53 1,916
2684842 이슈 어제 유튜브에 풀린 그 시절 윤도현의 러브레터 미방분 영상 (이승환x윤도현) 9 11:52 524
2684841 이슈 친구들끼리 여행갈 때 피곤한 스타일 6 11:52 1,720
2684840 이슈 올드 윤석열 80 플랜 시작 나이든 윤석열인 한덕수 대행을 내세워 윤석열은 복권을 노리고 권성동은 당권을 노리고 한덕수는 팔십까지 권력을 노리는 조잡하고 허망한 기획. 22 11:52 1,188
2684839 이슈 악플러 현타오게 만드는 반응 레전드.jpg 6 11:52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