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2월 16일 일어난 일은 12월 3일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1,965 4
2024.12.26 15:20
1,965 4

 

〈94〉 내가 뽑은 올해의 보도사진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카이스트 졸업생의 고성 항의에… 대통령 경호원이 입 틀어막아
권력의 촉수가 호흡을 막는 듯… 대통령실 “불가피한 조치” 해명
‘불필요한 조치’는 아니었을까

 

 

BSyQBw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올해의 보도사진이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강렬한 사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사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진, 여의도에 운집한 시민들의 사진, 그리고 해외의 전쟁 사진 등등. 해외 전쟁 사진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온다. 끔찍하긴 해도 그곳은 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끔찍하긴 해도 전장은 폭력이 예상되는 장소니까. 2024년 12월 3일 밤 충격의 일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군대를 본 데서 온다.》

 

학생 한 명이 메신저에 소리치듯 적었다. “근데 지금 무슨 일이죠?” “다들 TV 켜셔요.” “당장.” ‘당장’이라는 부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오랜만에 켠 TV에서는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 중이었고, 얼마 안 있어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로 들어왔고, TV와 휴대전화를 타고 그 장면들은 일상으로 난입해 왔다.

 

이 계엄 선포 사태의 어느 측면을 찍어도 올해의 보도사진으로 손색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올해 KAIST의 졸업식장 사진을 뇌리에서 떨쳐버릴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진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2024년 2월 16일 KAIST의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를 했다. 그 도중, 한 졸업생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는 취지로 고성을 질렀다.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치자마자 그는 곧바로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게 팔다리를 들려 끌려 나갔다.

 

이 상황을 찍은 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부져 보이는 경호원이 졸업식 예복을 입은 신진 박사의 입을 처누르고 있는 부분이다. 이것은 권력의 촉수가 생물의 호흡기를 막는 장면처럼 보인다. 물리적 폭력이 말의 힘을 찍어 누르는 장면처럼 보인다. 상대적 연장자가 상대적 연소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장면처럼 보인다.

 

그다음에 눈에 들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아직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채, 망연자실하여 눈앞의 폭력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서 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소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 사진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폭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그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칼은 칼집 안에 있을 때 가장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 폭력이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칼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권력자는 실패하기 시작한다.

 

 

(중략) 

 

그날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한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취지의 축사를 했다. 훗날 이러한 축사 내용만 보면, 타당하기 짝이 없는 그럴듯한 말의 성찬일 것이다. 도대체 이 축사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그러나 글을 읽는 일은 결코 눈앞의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략)

 

돌이켜 보건대, 2024년 2월 16일에 벌어진 일은 2024년 12월 3일에 벌어질 일의 전조였다. 대통령은 그날 축사에서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분명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길고 길었던 2024년 12월에 분명해진 것은 대통령 자신이 바로 그러한 어려움이며, 국민 대다수는 그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했다는 사실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05628?sid=110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세린 X 더쿠💛] 퀸비 vs 핑크 버블리! 너의 추구미는 뭐야? ‘바세린 립테라피 미니 리미티드 에디션’ 체험 이벤트 458 12.23 63,4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307,54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431,05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088,88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574,82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660,29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6 20.09.29 4,611,73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5 20.05.17 5,214,52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7 20.04.30 5,649,96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481,34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5194 기사/뉴스 현빈·송중기 맞붙는데…하얼빈 vs 보고타, 제작비도 '어마어마' [김예랑의 영화랑] 4 03:28 168
325193 기사/뉴스 [왓IS] ‘오징어 게임2’ 외신 호불호 극명하네…“유의미한 확장” VS “시즌3 티저 불과” 11 03:20 512
325192 기사/뉴스 '43세' 송혜교 외로웠나..절친 김혜수→수지 황금인맥에 "다 여자네요" 씁쓸 (유퀴즈) 12 03:11 1,079
325191 기사/뉴스 "유럽보다 좋아요"…여행 가고 싶은 나라 1위는 '깜짝' 7 03:04 1,506
325190 기사/뉴스 “세무사 남편 문재완 성에 안차” 이지혜 발언에 비난 봇물, “정신 바짝 차려” 반성[MD이슈] 6 03:01 1,509
325189 기사/뉴스 아침에 호텔처럼 침대 이불을 정리하면 건강을 해칩니다 24 02:05 4,961
325188 기사/뉴스 최상목 부총리 "환율 1400원 뉴노멀" 기사들 왜 사라졌을까 6 01:14 3,621
325187 기사/뉴스 '성유리 남편' 법정구속…"아빠가 사기 안쳤어" 딸 언급하며 울먹 18 00:54 5,694
325186 기사/뉴스 “백령도 통째 날아갈 뻔…권력 지키려 목숨을 수단처럼 쓰다니” 25 00:25 4,016
325185 기사/뉴스 "실내 흡연·나이 타령" 윤여정, '최악 매너' 들통났다..강동원·주지훈·송중기 '최악 연기' [종합] 32 00:23 10,005
325184 기사/뉴스 '9인 완전체' 구성에도 시비…권성동 "강행 시 탄핵심판 무효될 수도" 148 12.26 10,882
325183 기사/뉴스 하이브 CB 셀다운 난항... 주관사 미래에셋 '난감 21 12.26 2,477
325182 기사/뉴스 정국 불안에 환율 15년 만에 최고…1500원 '공포' 13 12.26 2,445
325181 기사/뉴스 “계엄 때문에 29조원 사업 中에 뺏길 판”…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방한날 날벼락 31 12.26 1,906
325180 기사/뉴스 “나 나인원한남 사는 사람이야”…연 24억 벌고 월 2천만원 카드 긁는다 24 12.26 5,747
325179 기사/뉴스 연말에도 “아파트 아파트”…로제, 美 빌보드 핫100 ‘22위’ 9주연속 진입 8 12.26 823
325178 기사/뉴스 與 "제2의 IMF 올 것" 한덕수 엄호 총력전... 당내서도 "비겁하다" 276 12.26 22,599
325177 기사/뉴스 총리실 기재부에 인수인계 준비 32 12.26 8,619
325176 기사/뉴스 ‘와키윌리’ 마케팅 효과 톡톡 3 12.26 2,591
325175 기사/뉴스 정선군은 "지난 3일 36사단 관계자가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와 '다음 날 연락을 하면 군청 소속 연락관 1명을 군부대로 보내달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전화는 다시 걸려오지 않았다고"고 밝혔습니다. 6 12.26 3,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