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관은 이른 오전부터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언론시사회가 먼저 열리면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1~7화 모두가 연달아 상영됐다. 이렇게 장시간 이어진 시사회도 이례적이었지만, 다른 시사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보안수준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담당 기자와 평론가들은 리뷰 엠바고(보도유예) 시점인 시리즈 공개 전까지 작품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SNS, 커뮤니티 등에 게재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는 카메라 촬영 기능이 제한되는 특수코팅 봉투에 담아야만 상영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의 스포일러 차단을 위한 노력은 “히스테릭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징어게임2’ 세트장 공개 행사가 대표적이다. 황동혁 감독과 채경선 미술감독이 시즌1과 달라진 세트장을 소개한 이날 행사의 엠바고는 지난달에서야 해제됐다. 무려 11개월이나 보도가 유예된 것으로, 정치권이나 산업계에서도 볼 수 없는 최장기간 엠바고였다. 출연진이 함께하는 제작발표회 역시 지난 8월에 열렸지만, 4개월이 지난 이달에서야 보도가 이뤄졌다.
“미리 알면 재미가 떨어지니까”가 ‘오징어게임2’제작진이 밝힌 높은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다. 영화·콘텐츠 시장 트렌드가 개봉·공개 후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이 유입되는 구조인 만큼,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면서 반전이 될 수 있는 핵심 내용은 숨겨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오징어게임2’는 촬영 과정에서도 대본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형태의 특수한 대본을 사용하고, 탈락한 배우들에겐 이후의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등 현장에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작은 단서도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극 중 나오는 게임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가장 큰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인 만큼, 시즌1과 달라진 새로운 게임의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9월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시즌2 게임은 다 정해져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며 절대 극비로 해달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규 유료가입자 증가 등 4분기 성장을 이끌 핵심 콘텐츠로 ‘오징어게임2’를 꼽는 등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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