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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는 은퇴하나요?"…김희원 감독, '조명가게'의 빛

무명의 더쿠 | 12-26 | 조회 수 1304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12244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조명가게' 기자간담회.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김희원 역시 감독으로 처음 공식 석상에 섰다. 

 

일각에선 "왜 김희원이야?"라는 반응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풀 작가가 '무빙'으로 큰 성공을 거둔 직후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미 검증된 감독도 많은데, 왜 김희원이었을까. 여론을 의식해서일까. 김희원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작품을 설명하는 입은 자신감 넘쳤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부분에 대해선 확신이 있습니다. 그 확신이 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가 될 거라 자신합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조명가게'를 모두 공개한 김희원 감독을 만났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였다. 표정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호평 일색이었으니까. 원작을 드라마만의 색깔로 잘 살렸다. 감정선을 깨뜨리지 않는 디테일함과 호러에서 장르를 180도 뒤집는 반전까지. 

 

배우 김희원 은퇴설이 돌 정도다.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 왜 김희원이었을까
 
'조명가게'는 강풀이 '무빙'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가져온 차기작이다. 김희원이 연출을 맡았다. 물음표부터 그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드라마 연출 경험이 없다. 
 
김희원은 "대학교에서도 연출을 전공했고, 연출에 대한 마음은 늘 있었다. 단편영화도 준비 중이었다"며 "그러던 중 강풀 작가에게 연출을 제의받았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기까지 수없이 많이 고민 했다. "지금처럼 배우를 하면서 주어진 역할만 하면 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수락을 하고도나서도 번복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강풀은 김희원의 어떤 면을 보고 제안했을까. 그는 "추측이지만, '무빙' 때 '이건 이렇게 해야 말이 된다'는 식으로 제 생각을 전달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최희란 선생을 연기했는데, 초능력도 없이 학생들을 위해 싸운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로 목숨을 걸려면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된다고 해석했죠. 감독님께 그에 대한 신을 넣어달라고 요청했어요." 
 
김희원은 "강풀 작가가 제 이야기를 듣고 수긍해주셨다. 제 말에 설득당했다고 하더라"며 "극의 전체를 볼 줄 아는 면이 작가님께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Ready
 
하기로 마음먹은 후, 곧장 공부에 돌입했다. 카메라 렌즈에는 몇mm가 있는지, 각 구도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앵글로 찍어야 이런 뉘앙스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배웠다.
 
박성훈 촬영 감독의 도움이 컸다. 그는 "박성훈 감독도 이번이 입봉작이다. 이런 신에서 어떻게 촬영하면 좋을지 많이 배웠다. 조명도 이렇게 디테일한 작업인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박성훈 촬영감독이 번아웃으로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것. 그는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번아웃이 심하게 왔더라. 자기가 못할 것 같다고 막 울었다"고 전했다.
 
연출은 초보지만, 후배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능력은 고수였다. 그는 "작품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박성훈이 지금 이 울렁증을 넘지 못하면 평생의 큰 짐처럼 안고 살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건 로저 디킨스가 와도 너보다 못 찍는다고. 레코드는 내가 누를 테니 너는 서 있기만 하라고 했죠. 같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6개월, 저 혼자 한 시간까지 하면 9개월을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Action
 
'조명가게'는 호러물이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4부까지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버스에서 내리는 현민(엄태구 분)과 정류장에 앉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지영(설현 분). 속도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묘수가 필요했다. 
 
김희원은 회마다 장르를 부여했다. 1회는 지영이 현민을 죽일 것 같은 서스펜스 미스터리. 2회는 호러, 3회는 형사 양성식(배성우 분)의 등장과 함께 활극으로 구성했다. 
 
"1회는 스탠딩 카메라를 주로 썼다면, 2회는 무빙을 많이 줬습니다. 3회는 핸들로 찍으면서 역동적으로 꾸몄고, 반전을 공개하는 4회는 롱테이크로 마무리했죠. 같은 장면이 나와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4회 마지막 장면은 호평 일색이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주인공들을 롱테이크로 담았다.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전의 시작을 알렸다. 
 
김희원은 "배우들을 부르기 전 며칠 동안 연습을 많이 했다. 카메라 동선이 길기 때문에 세트장을 부숴가며 찍었다. 실제 촬영은 2시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배우의 입장에서 
 
배우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연출에 몰입했다. 배우 출신 감독의 강점이었다. 배우마다의 특징을 파악하고 각각 연기 디렉팅을 다르게 했다. 
 
그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걸 좋아하는 배우가 있고, 가만히 있는 감독을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며 "배우마다 기준이 달랐기 때문에 각자에 맞춰서 디렉팅했다"고 전했다. 
 
"이정은(유희 역) 배우는 '전구를 잘 주세요'라고만 해도 전구를 필사적으로 주려는 디자인을 해옵니다. 어떤 배우에겐 '4발짝 걸어서 고개를 들어'라고 디테일하게 지시하기도 했고요." 
 
정확한 디렉팅을 위해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수준으로 달라붙었다. 그는 "'다급하게 병원에 뛰어가다'라는 지문이 있으면, '다급하다'의 기준에 대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가만히 있어도 다급해 보일 수 있고, 느리게 걸어도 다급하게 가는 것처럼 찍을 수 있잖아요. 슬프다, 무섭다는 정의도 마찬가지였죠. 가만히 있어야 무서운지, 빨리 걸어야 무서운지 각 신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습니다." 
 
같은 배우의 입장에서 전심을 다해 쏟아부었다. 그는 "배우들 연기 칭찬이 저한테 해주시는 것보다 100배 1,000배 좋더라"며 "배우 연기가 별로면 제가 한 것처럼 창피하고, 잘하면 내가 잘한 것처럼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희원이어야 했다
 
첫 연출작으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콘텐츠 평점 사이트 IMDb에서 마지막 에피소드 평점은 무려 9.0. 해외 관객들의 연출 칭찬도 이어졌다. 
 
그에게 긍정의 반응을 전해주자, 수줍은 미소와 함께 브이를 흔들었다. 김희원은 "액션이나 판타지는 그림이 멋있지 않나. 저는 그런 것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서움의 정서, 슬픔의 정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지만 생각하고 연출했다"며 "글로벌 OTT니까 한국적인 것들도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음악도 한국 악기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염하는 것, 골목길, 복도식 아파트, 태명 등. 외국 사람들이 이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면서 한국적인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첫 연출은 가히 성공적이다. 시즌2를 기대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작업을 마무리할 때쯤 공황 증세가 오더라. 살면서 이렇게까지 쏟아부은 적이 있나 싶다. 지난 10월 12일에 디즈니에 납품하고 나서 아무것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연출 제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내년으로 다 미뤄뒀습니다. (조명가게를 다시 보며) 보완점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한번 해 봤으니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배우로도 연출자로서도, 보시는 분들을 즐겁게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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