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들 “하나만 맞으면 대박”… 尹·계엄 소재로 마케팅 열 올려
지난 24일 전북 군산의 ‘비단 아씨’ 신당(神堂)에 몰려온 취재진./구동완 기자
‘12·3 비상 계엄 사태’ 내란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61·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은 경기 안산에서 ‘아기 보살’ 신당(神堂)을 운영하면서도 전북 군산의 무속인 ‘비단 아씨’(이선진·37)를 수십 차례 방문해 점을 봤다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이씨의 신당은 최근 상담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4일 본지가 찾은 이씨의 신당은 취재진·유튜버 10여 명으로 붐볐다. 16.5㎡(약 5평) 크기 신당엔 산신령 신상, 대형 초 같은 무속용품이 빼곡했다. 금빛 병풍을 배경으로 앉은 이씨는 기자들을 상대로 질문·답변을 이어갔다. 여느 정치인의 기자회견장 같은 분위기였다. 이씨 전화번호 등은 이미 공개돼 있는 상태다.
신당 관계자는 이씨를 ‘선생님’이라고 칭하며 “노씨 관련 보도 이후 예약을 안 하면 선생님을 접견하기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했다. ‘비단 아씨’에게 점을 봤다는 이모(31)씨는 “얼마나 용하면 계엄을 준비한 고위직 군인이 수십 차례 내려왔나 싶다”며 “복채 10만원쯤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했다.
12·3 이후 ‘천공 스승’ ‘건진 법사’ ‘명태균 미륵’에 이어 ‘노 보살’에 ‘비단 아씨’까지 등장하자 ‘무당 전성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여러 무속·사주 유튜버들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예언했다는 식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구독자 11만명을 보유한 한 무속 유튜브는 지난 8월 말 윤 대통령 사주를 통해 계엄령 선포를 예언했다며 ‘인터넷 성지’가 됐다. 이 무속인은 ‘1960년생 쥐띠 남성’이라는 정보로 윤 대통령을 가리키며 “이 사람 계엄령 선포한다. 전쟁도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름이 돋네요” 같은 댓글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무속인과 유튜버가 ‘몰래 카메라’ 형식을 연출하며 당시 민주당이 제기하던 계엄 관련 내용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왜 계엄령을 내렸나, 사주로 보는 윤석열의 마음’ ‘2년 전 예언대로 흘러간다, 윤석열 사주 풀이’ ‘윤석열·김건희 사주만 넣자, 경악!’ ‘용한 무당 3명에게 윤석열 사주를 줬더니’ 같은 영상이 유튜브에 계속 올라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중을 하든 안 하든 일단 마구 만들어서 뿌린 다음 하나만 맞으면 ‘대박’인 구조”라며 “계엄과 무속에 대중 관심이 몰릴 때 일단 노를 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무속·사주 업계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을 계엄 실행 측이 참고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1961년이 신축(辛丑)년인데 지난 3일도 신축일이었으며,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모두 경금(庚金) 일간이니 ‘거사’를 치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식이다. 노씨가 12·3을 거사일로 점지했다든가, 건진 법사가 영험했던 이유는 귀신 13마리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업계 안팎에 분분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78651?cds=news_media_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