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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대학교 “생생한 민주주의 교과서” 기말고사 대신 계엄 과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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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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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숙 중앙대 교수는 최근 ‘미래사회와 미디어’ 과목 수강생들에게 시험 방식 변경을 공지했다. 기말고사를 치르는 대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 변화를 분석하고, 관련 미디어 보도에 대한 견해를 담은 과제물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류 교수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기존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수강생 김모(26)씨는 25일 “교수님 제안에 수강생 80% 정도가 찬성했다. 사회 전반에 대해 깨어 있으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박모(23)씨도 “수업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배워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계엄 사태가 취업용 고학점 취득을 놓고 경쟁하던 대학가 풍경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학기 기말 평가에서 지필 고사 대신 과제물을 내는 식으로 시험 방식을 바꾸는 교수들이 늘었다.


부산대에서 인사행정론을 강의하는 박희정 교수는 “현장에서 정치 행정이 급변하는 시기에 여러분을 시험공부하라고 잡아둘 수는 없다”며 기말시험을 과제물로 대체했다. 학생들이 지필 고사 준비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을 ‘사회 공부’에 더 쏟으라는 취지다.

‘교육사회’ 과목을 강의한 서울대 A교수도 학생들에게 “예정된 기말 지필 시험을 취소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한다”고 공지했다. 그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욱 숙명여대 교수는 이달 초 ‘철학개론’을 듣는 학생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 시국선언에 참여하고 싶은데 강의 시간과 겹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임 교수는 “학생들이 사회 활동에 나서는 데 말릴 이유가 없다”며 “강의실에 학생이 한 명도 없더라도 출석을 부르지 않겠다”고 회신했다. 집회 참가를 이유로 결석하더라도 학점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계엄 사태로 달라진 대학가 분위기가 학생들의 정치의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45년 만에 발동된 비상계엄이 영화나 책으로만 권위주의 역사를 접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고등교육의 장인 대학에서 계엄 사태 이후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민주주의 의식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74794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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