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1시 30분 제주국제공항. 이날의 마지막 비행을 끝낸 항공기 시동이 꺼지며 공항에 적막이 맴돌기도 잠시, 제주공항 한편에 있는 토목팀 차고의 문이 열렸다. 황빛 경보등을 켠 제설차들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견인식 제설차 출동하십시오”라는 통제실 무전과 함께 길이 15m의 견인식 제설차가 활주로로 이동했다. 제주공항 토목팀은 제주공항 폭설 대비 제설 작업 훈련을 이날 11시 30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진행했다.
제주도는 눈이 많이 내려 비행기 이륙이 불가능해지면, 그대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주공항의 제설 작업을 책임지는 토목팀은 이런 고립을 막기 위해 제설 장비를 활용해 눈과의 사투를 벌인다.
제설 장비는 활주로와 유도로, 고속탈출유도로, 계류장 등 공항의 주요 도로에 쌓인 눈과 얼음 등을 치우는 장비다. 핵심 장비 중 하나인 견인식 제설차에는 총 3개의 제설 장비가 달려 있다. 운전석 앞에는 눈을 밀어내는 너비 8m의 삽이 있다. 차량 중간에는 눈을 쓸어내는 약 5m 길이의 솔이 달려 있고, 차량 뒤편엔 송풍기가 달려 있어서 강한 바람으로 눈을 날려 보낸다. 3가지 기능을 모두 켠 채 공항 내 도로를 돌며 눈을 치우는 것이다. 제주공항은 견인식 제설차 4대를 보유하고 있다.
19일 새벽 폭설 대비 제설 훈련이 진행된 제주공항 유도로에서 견인식 제설차가 이동하고 있다. 차량 운전석 앞에는 눈을 밀어내는 너비 8m의 삽이 장착돼 있다. 〈 제주=공항사진기자단〉
특히 액상 제설제 살포차가 눈에 띄었다. 액상 제설제 살포차에는 액체 형태의 제설제 약 1만 L를 담을 수 있는 통이 있다. 차량 양쪽에 달린 날개가 펼쳐지면, 날개에 달린 액체 분출구를 통해 액상 제설제가 분사된다. 펼쳐진 날개의 너비는 24m로 넓은 범위의 눈을 빠르게 치울 수 있다. 보관과 이동이 어려운 고체 형태 제설제를 사용할 때보다, 제설 효율이 20% 더 높아졌다는 게 한국공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19일 새벽 제주공항에서 진행된 폭설 대비 제설 훈련 현장에서 액상 제설제 살포차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 총길이 24m의 날개에 달린 액체 분출구를 통해 액상 제설제를 분사하면서 제설 작업을 한다. <제주=공항사진기자단>
이 밖에도 제주공항에는 눈더미를 빨아들여서 50m 밖으로 날리는 고속 송풍기와 견인식 제설차의 소형 모델인 일체식 제설차 등 10대의 제설 장비가 있다. 또한 제주공항은 장기적인 폭설 등에 대비해 최대 4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제설제(약 347t)를 비축하고 있다.
제설 장비들은 활주로에 눈이 2.5㎝ 정도 쌓이면 출동한다. 그러나 대게는 활주로에 그려진 선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제설 작업을 시작한다. 공항 내 도로의 중요성을 고려해 활주로와 유도로, 고속탈출유도로, 계류장 순서로 진행된다. 김희만 제주공항 토목부 차장은 “눈이 0.1cm 정도만 와도 활주로 안전을 위해서 제설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활주로에 눈이 쌓여 있다고 했을 때, 제설작업은 30분 안에 모두 끝내야 한다. 제설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해서 빠르게 작업을 끝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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