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남태령 연대, 농촌 성평등에도 기여…여성 농민에도 관심 가져주길”
2,097 18
2024.12.25 14:25
2,097 18
신지연 전여농 충남연합 사무처장(오른쪽)이 남태령 투쟁에 연대하러 온 지인과 사진을 찍고 있다. 신지연 제공
신지연 전여농 충남연합 사무처장(오른쪽)이 남태령 투쟁에 연대하러 온 지인과 사진을 찍고 있다. 신지연 제공

“저는 충남 부여에서 유기농 채소와 토종쌀, 토종밀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입니다. ‘전봉준투쟁단’입니다. 그리고 비티에스(BTS) 팬 ‘아미’입니다.”

신지연(49)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충남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 고개에 모인 시민들 앞에서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21일 새벽 6시 충남 부여에 있는 집을 나서 1박 2일에 걸친 상경 투쟁을 마치고 약 40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전여농, 전국농민총연맹(전농) 등이 주도한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대행진은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려 했으나 경찰 차벽에 막혀 남태령 고개에서 밤새 경찰과 대치했다. 28시간 여 만에야 경찰이 물러나고 투쟁단이 나아간 이 사건은 ‘남태령 대첩’으로 불리고 있다.

신 처장은 23일 심한 몸살이 와서 수액을 맞았다. 하지만 ‘남태령 연대’의 기억은 강렬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농민들의 집회를 ‘도와주러 왔다’ 이런 게 아니라 자기 일처럼 움직였다”면서, 남태령 현장에서 “조건 없는 연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후원 물품이 계속 들어오니 누군가는 정리하고 나눠줘야 하는데, 저뿐만이 아니라 농민 대부분이 그날 종일 밥을 못 먹었거든요.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시민들이 핫팩, 방석 등을 나눠주거나 화장실 안내를 하는 등의 일을 많이 했어요.”

1999년 스무 다섯살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25년 동안 농민투쟁에 참여한 신 처장은, 경찰이 농민투쟁을 대하는 폭압적 태도를 숱하게 목도했다. 2003년 임산부일 때 고 이경해 열사 장례식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맞아 온몸이 멍든 채 열흘 동안 병원에 입원한 일은 20년이 흘렀어도 생생하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봉준투쟁단 활동 때도 경찰의 강경 진압 탓에 귀가 찢어져 10바늘을 꿰매야 했다.

이번엔 달랐다. 신 처장은 ‘시민들이 모이니 경찰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체감했다. “경찰의 태도에 아예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 흘리고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시민들이 없었으면 저희는 다 (경찰에) 잡혀갔을 것”이라며, “큰 감동을 받아, 나중에 이 연대를 떠올리면 농사를 더 열심히 지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번엔 달랐다. 신 처장은 ‘시민들이 모이니 경찰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체감했다. “경찰의 태도에 아예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 흘리고 다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시민들이 없었으면 저희는 다 (경찰에) 잡혀갔을 것”이라며, “큰 감동을 받아, 나중에 이 연대를 떠올리면 농사를 더 열심히 지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4월4일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취임 뒤 첫 거부권 행사였다. “그때 농민들의 상실감은 어느 정권 때보다 컸어요. 우린 국민이 아닌가보다 싶을 정도로…. 단순히 법에 대한 거부를 넘어서 농민과 농업에 대한 거부로 여겨질 만큼 거친 발언이 많았거든요.” 전봉준투쟁단은 이미 지난 10월부터 단원을 모집했다. 농기계인 트랙터를 앞세우는 행진 상경 투쟁은 ‘12·3 내란 사태’ 이후 결정됐다.

(중략)

8년 전 전봉준투쟁단이 양재나들목(IC)에서 경찰과 대치할 때도 시민들이 후원 물품을 보내고 함께 노숙하는 등 농민투쟁에 연대했다. 이번엔 더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며 농민의 차별 경험에 공감하는 연대 발언들과 그 목소리들을 경청하는 태도·분위기가 형성됐다. “발언하는 분들이 대부분 자신의 엠비티아이(MBTI·성격유형검사)를 ‘아이’(I·내향형)로 소개했는데(웃음), 아이임에도 농민들이 이렇게 소외받고 처절하게 싸우는 걸 봐서 그런지 자신들이 차별 받은 경험들, 남들에게 쉽게 얘기하기 어려운 개인사까지 솔직하고 용감하게 공유해줬어요. 정치 선동이 아니라 자기 얘기를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과거에 (대선에서) 윤석열 찍었습니다!’ 이런 말까지. 안 해도 되는 얘기잖아요.(웃음) 그런 발언 나와도 사람들이 다 괜찮다고 격려해줬어요.”

신 처장은 ‘남태령 연대’가 가부장성 강한 농민 문화를 바꾸는 자극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농민운동계에서도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일상에서의 실천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는 “농촌의 성평등은 도시의 성평등과는 다르다”며 “여성 농민은 법적 지위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농업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농업 정책은 세대 단위로 이뤄지기에 세대주인 남성 농민에 가려져 ‘무급 가족 종사자’에 머무는 경우에 많아서다. 여성 농민 배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 ‘공동경영주 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신지연 처장이 전여농 생태농장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신지연 제공
신지연 처장이 전여농 생태농장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신지연 제공

신 처장은 인터뷰 말미에 조심스럽게 “‘남태령 대첩’ 현장에는 없었지만 이 싸움이 존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여성 농민들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 운전자는 모두 남성이다. 여성 농민 가운데도 트랙터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은 있지만, 고가의 트랙터를 소유할 만큼 경제적 주도권을 가진 여성 농민은 거의 없는 현실 탓”이라고 말했다. “돌봄이 필요한 가족이 있거나 농사 현장을 비울 수 없어서 트랙터 대행진에 참여할 수 없는 여성 농민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터 운전자들 모두 정말 고생하고 대단한 일을 했어요. 그와 마찬가지로, 그 뒤에 가려진 여성 농민들도 ‘남태령 대첩’의 영광을 함께 누렸으면 해요.”

그는 22일 남태령 고개에서 “성평등한 농촌 만들기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 연대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자유발언에서 귀농하고 싶다는 여성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이런 얘길 듣고 농촌에 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십시오. 저희가 든든하고 씩씩한 언니로 여러분들이 기댈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조금씩 바꿔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농촌을, 사회를 함께 바꿔갑시다. 우리가 함께 만듭시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74804.html

남태령 현장에서 농촌에서의 성평등 이야기하시던  발언이 인상깊었는데 마침 인터뷰 하셨길래 올려봄 

목록 스크랩 (1)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최.초.공.개❤️ 싱글큐브섀도우 체험단 이벤트✨ 114 12.23 43,2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293,91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421,34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078,70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549,73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649,00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5 20.09.29 4,601,08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5 20.05.17 5,202,89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7 20.04.30 5,638,88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463,37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88075 이슈 그냥 들어선 이해가 안되는 영화설명 4 01:48 360
2588074 유머 대폭소 -청정래 법사위 1일차,스킬 발동! 5 01:44 562
2588073 이슈 광주에서 경찰은 집회의 교통정리를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23 01:42 982
2588072 유머 놀토에서 같덬인걸 알고 올해 이준혁을 제일 많이 만난 사람이 넉살 11 01:40 1,089
2588071 유머 결혼식 하객 복장 논란.jpg 9 01:38 1,791
2588070 팁/유용/추천 1995년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작화 2 01:35 428
2588069 이슈 중국 판다 팬들이 닭다리 죽순이라고 부르는 겨울 죽순 6 01:34 1,373
2588068 유머 앞으로 끼어들기 결말 13 01:30 1,247
2588067 이슈 연예인 챌린지 보고 이렇게 상처받은 거 처음임.twt 43 01:30 3,212
2588066 이슈 영화 <하얼빈> 크리스마스 관객수.jpg 21 01:26 1,919
2588065 이슈 미국인들도 싫어하는 목소리 Vocal Fry 24 01:26 2,455
2588064 이슈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 누구도 단 한 사람만 죽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인은 언제나 연쇄살인이기 때문이다. 14 01:25 1,543
2588063 이슈 있지(ITZY) 리아 2024 SBS 가요대전 고화질 직찍 3 01:23 515
2588062 이슈 이은지가 말하는 본인의 이상형 23 01:22 2,669
2588061 유머 치즈냥은 순하고 고등어냥이 까칠하다? 8 01:22 1,454
2588060 유머 서영교: 반말은 니가 먼저 했지 81 01:21 5,581
2588059 유머 외국인 관광객 : 야옹동에 가고 싶어요!!!! 14 01:19 2,524
2588058 팁/유용/추천 인도 여행갔다가 (더러운거안나옴) 입원해서 피똥싸고 운 여행유튜버 5 01:18 2,306
2588057 이슈 꺼무위키: 시위 현장에 2030 남성보다 2030 여성이 더 많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나 근거도 없다 81 01:13 4,956
2588056 이슈 꽃남 상속자들 대사들에 대한 이민호의 생각 18 01:13 2,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