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5일,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크리스마스 당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는 악몽이 찾아왔다.
이날 오전 5시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3시간 40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30대 남성 2명이 사망하고 70대 부부를 포함한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 1명은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서 추락했고, 다른 한 명은 11층 계단에서 발견됐다.
4층에는 30대 부부와 2살, 7개월 된 아이들이 살고 있었다. 아내는 2살짜리 아이를 경비원들이 아래에 깔아 둔 재활용품 포대 위로 먼저 던진 뒤 뒤따라 뛰어내렸다. 이어 남편이 7개월 된 아이를 안은 채 뛰어내렸다. 병원으로 옮겨진 두 아이와 아내는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남편은 머리 부위를 심하게 다쳐 결국 숨졌다.
또 다른 사망자였던 10층 거주자는 화재 최초 신고자로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을 피하려다가 아파트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의 현장감식 결과 해당 아파트의 화재 원인은 담배꽁초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초 발화지점은 301호 작은방으로 확인됐다.
301호 거주자 A(78)씨는 이날 ‘컴퓨터방’으로 부르는 자신의 집 작은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계속해 담배를 피우다가 오전 4시 59분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
이후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가 방에 있던 신문지·쓰레기봉투 등 주변 물건에 옮겨붙으면서 아파트 동 전체로 확산했다.
특히 아파트 방화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던 데다 불이 났을 때 A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도 A씨는 아무런 조치 없이 주거지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화재는 성탄절 연휴인데다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대피가 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내부 계단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연기가 삽시간에 위층으로 퍼졌다.
실제 아파트 외벽 그을음은 17층까지 이어졌고, 새까맣게 그을린 2,3,4층은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가 완공된 2001년 당시 소방법엔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정했던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해당 화재로 서울시는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 및 피해 경감대책’을 마련했다.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해 화재 예방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1심에서 검찰은 아파트 방화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던 데다 화재 당시 김씨가 현관문과 방문을 연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앞서 지난 9월 1심 법원은 ‘담배꽁초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발생한 화재’라고 판단,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중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으로, 금고형은 징역처럼 교도소에 구금되지만 징역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진 않는다.
A씨 측은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김형석)의 심리로 진행된 중과실치사 등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도 화재 감식 의견이 잘못됐다며 화재의 원인은 담배꽁초가 아닌 전기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화재가 난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발화의 원인이 담배꽁초라는 감식 의견은 틀렸고 해당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감식 의견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대체할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 있나. 단순히 감식이 잘못됐다고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A씨 측은 “법원에 화재원인 감정을 신청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A씨는 유족을 향한 배상이나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재판이 끝난 후 유족 측은 “근거도 없이 전문가의 감식 결과를 무조건 부정하고 있다”며 “중형을 피하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말도 안 되는 것을 짜깁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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