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이 대구의 동대구역 광장에 섰다. 제막 전부터 동상 건립 찬성 단체와 반대 단체가 맞불 집회를 벌여 경찰이 안전을 위해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23일 오후 2시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대구시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등 관계자들과 시민 1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동상 아래 받침대에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휘호가 적혀 있었다. 동상 뒤편 장식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년과 몰년 및 ‘대한민국 제5~9대 대통령’ ‘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베기를 한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 ‘통일벼 신화 “쌀 없으면 자립도 없다”’ 등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념사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계기에 대해 “산업화정신을 기리는 상징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대구에는 3대 정신이 있는데, 첫째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한 구국운동정신, 둘째가 독재정권에 항거하던 2·28 정신, 세번째가 조국근대화를 이끈 산업화정신”이라며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공원과 2·28기념공원, 그 상징물들이 모두 있는데 유일하게 산업화정신의 상징물이 없어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동상이 들어선 동대구역 광장 관리 권한 관련해 대구시와 국가철도공단이 겪고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대구시의 동상 설치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대구역 광장 소유권이 대구시에 없는만큼 동상을 함부로 세워선 안된다는 취지였다.
홍 시장은 “동대구역광장은 대구시가 2017년부터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관리권을 이양받아 시비로 115억원을 들여 조성해왔다”며 “내년 초가 되면 정산이 끝나서 소유권이 우리(대구시)쪽으로 넘어오고 관리권은 우리가 갖고 있다”며 동상 건립이 적법하다고 했다.
반면 맞은편 광장에선 ‘구국대구투쟁본부’ 100여 명이 ‘박정희는 자유대한민국이다’ ‘환영 박정희 동상’ 등이 쓰인 현수막을 들고 동상 건립을 지지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대통령이라면 박정희 대통령은 5000년 가난을 끊어낸 부국강병 정신을 심어줬다”며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우리가 지켜내자”고 했다. 안전 문제로 인해 이날 경찰 4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반대 단체 측이 동상 철거를 목표하고 있는만큼 박 전 대통령 동상 관련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반대 단체 측은 “철거 전까지 동상을 모욕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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