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vs 쏟아지는 취소표…‘12·3 내란사태’가 부른 공연 양극화
[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12·3 내란사태 이후 공연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살얼음판은 지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비상계엄은 지난 3일 밤 11시 갑작스럽게 선포됐고, 그로부터 약 2시간 만에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요구 이후 3시간 30분 이후인 4일 새벽 4시 30분경 녹화된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예상치도 못했던 계엄 선포와 해제 속에서 대부분의 연극과 뮤지컬 등의 공연은 예정대로 무대에 올려졌다. 더구나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되면서 공연계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연말 특수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런데 이미 이번 내란사태 훨씬 이전부터 예매가 진행돼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공연업계에도 적잖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공연 관계자는 “그나마 지금은 조금 회복하는 추세지만, 비상계엄 당일 예매 취소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이 정도의 예매 취소건은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12월(12월1일~20일) 총 티켓예매액은 681억8210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779억8988만9000원) 대비 약 14% 감소했다. 눈여겨볼 점은 ‘취소티켓수’다. 같은 기간 취소된 예매 티켓은 97만7136건(전년동기 87만8271건)인데, 지난 3일 계엄선포 당일 취소티켓만 하더라도 무려 9만3426건으로 전체 취소 티켓의 약 10%에 달한다. 이날 예매된 티켓(14만1567건)으로만 보면 약 65%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중 가장 높은 취소티켓수는 평균적으론 3~4만여건이다. 올해 12월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 3일 9만여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4일에도 6만3431건에 달해고 7일까지 꾸준히 5만건을 넘겼다.
이는 주말 집회 참석 등의 영향은 물론, 경제적 영향, 시국 불안정에 따른 영향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특정’ 공연들에게 유독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공연은 눈에 띄게 관객이 줄어들었다는 후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학로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모르긴 몰라도 취소표의 대부분은 소규모 극장 작품들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티켓 취소, 특히 이번 내란사태의 경우 취소 수수료를 관객이 부담해야 하는데 아마 비싼 대극장 뮤지컬의 티켓에 대한 수수료를 내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던 내한 공연 역시 타격이 컸다”면서 “공연장의 크기와는 별개로, 사실상 연말 특수를 누릴 수 있던 시기를 놓친 셈이다. 워낙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에 취약한 업종이기 때문에 하소연도 힘들다. 전에도 이와 같은 상황들을 겪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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