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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완벽 비주얼 지저스… “내가 힘들수록 관객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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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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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겁이 났을지도 몰라요. 제가 해온 모든 작품 중에 가장 어려워요. 배우로서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곳, 더 이상은 나올 수 없는 극한까지 다다라야 하니까요.”


2015년 재연 이후 9년 만이다. 우리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 박은태(43·키워드)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다시 ‘예수’ 역할로 서고 있다. 그에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무대가 허락된다면 이 뮤지컬”이라고 할 만큼 애착이 큰 작품. 그런데도 돌아오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공연장인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 분장실에서 최근 만난 그는 “내가 닳으면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했다. “운동선수가 기록을 깨고 싶은 것처럼, 배우로서 계속 도전하며 넘고 싶은 한계선이죠. 이 극한의 퀄리티를 놓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건 스스로의 다짐이자 자기 관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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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극한’을 마주하는 무대


박은태가 연기하는 예수는 공연 내내 하얗게 빛나는 기둥처럼 무대 위에 서 있다. 고개를 돌릴 때조차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예수를 2000년 전 팔레스타인 땅의 수퍼스타이자 흔들리지 않는 존재로 보이도록 하고 싶은 그만의 해석이다. 뮤지컬 속 시간은 예정된 죽음을 알고 있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의 1주일. “비천한 출신에 뒷배경도 없던 그에게 사람들은 왜 빠져들었을까요. 내면에선 불안과 두려움이 끓어오르지만, 겉으로는 동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죽기를 각오한 상태로 자신을 내던지면서 예언과 계시가 퍼즐처럼 하나하나 맞춰져 가죠. 저는 예수가 신인지 인간인지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 상황 속으로 뛰어듭니다.”


내내 흔들림 없던 박은태의 예수는, 그래서 죽음을 앞두고 신을 의심하고 원망하는 노래 ‘겟세마네’를 부를 때 더 처절하게 인간적이다. ‘악마의 하이 G’로 불리는 3옥타브 솔까지 치솟는 고음으로 유명한 고난도의 곡이다. “어렵습니다. ‘겟세마네’를 부르려면 몸 상태부터 호흡의 길까지 가다듬으며 몇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지금도 죽을 것 같아요. 매일 ‘오늘도 잘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이죠.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겟세마네’는 신의 영역인 것 같아요. 습도, 공기, 컨디션까지 그날의 ‘허락하심’이 있어야 하는, 그런 느낌일까요. 잘 되면 그저 감사할 뿐이죠. 그런데 관객 분들은 제가 죽을 만큼 힘들 때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편하게 돈 벌 수는 없는 거죠, 하하.”


”뮤지컬 속 질문, 여전한 생명력”


이번이 3번째 ‘예수’ 역할이지만 박은태에게는 여전히 “질문으로 가득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예수는 신을 향해 자신의 죽음의 의미를 묻고, 유다는 그 예수를 팔아 넘기며 ‘왜 지금껏 이룬 모든 것을 헛된 죽음으로 다 무너뜨리느냐’고 묻는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에게 해 보던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비신앙인은 늘 의문이던 것을 대신 물어주는 것처럼 느낄 거예요. 일일이 다 답한다고 설명되지 않던 문제가 오감으로 느껴지는 경험이죠.” 그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71년 초연을 올린 뒤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뮤지컬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힘, 한순간도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없는 비결 역시 늘 새로워지는 뮤지컬 속 질문들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은 몸이 힘든 건 큰 문제가 아니다. 박은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매번 온몸에 기운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면 유다와 군중들은 그 앞에서 이 뮤지컬의 가장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춤을 춰요. 마치 제물을 앞에 놓고 피를 뿌리며 춤추는 무당 같죠. 객석의 모든 관객과, 십자가에 매달린 저와, 춤추는 배우들까지, 그 3개의 세계가 어떤 다른 우주로 변하는 느낌이에요.”


십자가에 매달린 채 ‘다 이루었다’고 말하고 고개를 떨구는 순간, 그는 매번 오열한다. “인류 전체를 상대로 사기를 치며 자신을 메시아로 만들어가는 연기자처럼 예수를 표현해 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십자가에 매달리는 순간 ‘이 모든 걸 하나님의 도움 없이 인간의 힘으로 한다고?’ 되묻게 되더군요. 저에겐 이 무대가 그걸 깨닫게 하는 경험이기도 했어요.”


”1등 해본 적 없는 게 가장 큰 경쟁력”


비주얼 면에서 가장 완벽한 예수라는 평도 듣는다. 워낙 잘 관리한 몸이어서, 박은태의 마지막 십자가 장면은 성화(聖畵)처럼 숭고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지독할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의 결과다. 그는 “역경이나 고난은 극장 밖에서 생계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겪는 것”이며 “나처럼 많은 사랑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그런 건 사치”라고 말한다. “예전에 농구 지도자 최희암 감독님이 ‘볼펜 한 자루 만들어 보지 않은 직업 갖고도 대접 받는 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길 하신 적 있어요. 코로나 사태 때 마스크를 쓴 채 객석에 띄어앉기로 앉아 공연을 봐주시는 관객 분들을 보며 너무 감동 받았고 감사했어요. 그 때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 최소한 사치는 부리지 말자’고 생각했죠. ‘나 힘들고, 컨디션 어렵다’ 이런 말은 코로나 때나 지금이나 힘들게 일하는 분들이 할 말이지 제가 할 말은 아니니까요.”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자기 전 가끔 한두 잔 마시던 맥주까지 끊은지 오래다.


선이 곱다고 해서 ‘은언니’, 춤 출 때 직각이라고 ‘은각목각’ ‘은실덩실’ 등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많은 건 그만큼 사랑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작 그는 “1등을 해본 적이 없는 게 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2001년 강변가요제에서 동상 받을 때도 2차 예선에서 떨어진 뒤 패자부활전을 통해 올라갔고, 노래를 좋아했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고 살았다.


”1등 해본 적 없는 게 가장 큰 경쟁력”


기획사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다 처음 뮤지컬 ‘라이온킹’ 국내 초연(2006) 오디션을 봤다. 함께 연습생으로 있다 오디션도 같이 본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이 공연에서 단숨에 ‘라피키’ 역할을 맡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데뷔 역할은 코뿔소 앞다리와 머리를 맡는 앙상블 ‘남자 5번’. 코뿔소 뒷다리를 맡는 ‘남자 3번’은 뮤지컬 배우 조상웅이었다.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첫 주연을 맡았을 때도 실은 당시 캐스팅된 인기 가수의 ‘얼터(대역)’로 딱 한 번만 무대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가수가 촬영 중 부상으로 공연에서 하차했고, 멀티 캐스팅된 다른 인기 배우들과 달리 가장 긴 기간 연습했던 박은태에게 대표곡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녹음 기회가 주어졌다. 노래가 화제가 되고 관객들이 배우를 궁금해 하면서, 다른 주연 배우들이 흔쾌히 양보해줘 딱 1회였던 박은태의 공연 회차가 7회로 늘어났다. ‘뮤지컬 수퍼스타’ 박은태의 시작이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다 보니 자기 객관화가 되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꾸준히 노력하고 훈련하지 않으면 금방 부족해진다는 걸 아니까요. 처음부터 완벽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 마다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게 보이고, 관객도 노력하는 제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시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프랑켄슈타인’, ‘벤허’, ‘베토벤’, ‘일 테노레’ 등처럼 첫 시즌부터 참여해 아무 것도 없는 땅에 건물을 세우듯 다른 배우·스태프들과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갔던 초연작들은 잊히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배우로서 함께 하고 싶은 작품들이죠.” 요즘은 뮤지컬 아닌 영역에도 스스로를 열어 놓고 싶다. “제가 방송에 나오면 아버지께서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돌아가신 뒤에 후회가 되더라고요. 지금도 라디오나 공개 방송 같은 데 나가면 어머니께서 정말 좋아하세요. 너무 선 긋지 말고, 기회 된다면 도전도 해보고 깨져 보기도 하고 싶어요, 하하.”


공연은 내년 1월 12일까지, 6만~15만원. 서울 공연 뒤 부산, 세종시 등 공연이 예정돼 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7802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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