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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남태령에 다녀온 개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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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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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않으려고 씀








농민들이 시위를한다고하는글을 봤었다




고생많으시네. 생각만 했다




나는 서울에 살지않는다


나는 직장인이다


주말에 하려던 일이 있다




는 핑계로 우리지역에서 열린 탄핵집회에만 두어번 참석했었다




21일 광화문집회도 마음으로만 지지했다 난 감기에 걸렸으니까..


중계, 현장사진을 보고 사람들 진짜 많구나 하며 마음편히 응원했다




저녁이되자 농민들이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시민들이 그쪽으로도 간단다


그정도 사람들 모이면 길열어주려나 하며 소식을 확인했다




그런데 밤은 깊어져가고 경찰들은 꿈쩍않는다


계속 지켜봤다


사당에 진압준비를 하며 길을 열어주는척


양쪽에 산을 낀 저 아무것도 없는곳에 사람들을 가둔다


저사람들 다 낮부터 밖에있던 사람들인데..슬슬 걱정이 된다


우리집에서 남태령 가는 차를 검색해보니 막차가 3분전. 지금 뛰쳐나가도 늦는다




할수있는건 지켜보는것밖에 없어 밤새 뜬눈으로 지켜봤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섭다고한다


대중교통은 끊기고 도로는 통제되고


아간등산을 다녀본 나는 밤중의 산이 너무나 춥고 어둡다는걸 잘안다




첫차를 검색하며 주무시는 부모님 몰래 옷을 겹쳐입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첫차는 놓치고 두번째 차를 탔다


밤새 핸드폰으로 소식을 확인하느라 배터리가 벌써 70퍼센트


버스에 있는 충전포트로 충전하며 무섭다, 와달라는 글에 가고있다고 답글을 계속 달았다




4호선 어느 역앞에 내려 남태령방향 열차를 탔다


한번도 이시간에 이동네에 와본적은 없지만 이상하게 사람이 많다


슬쩍 둘러보니 뭔가 일반적인 외출복장이라기엔 지나치게 꽁꽁싸맨 사람들이 타있었다


남태령역이라는 방송이 나오자 롱패딩,목도리,장갑,귀마개를 둘둘 싸매고 커다란 백팩을 맨 여성들이 벌떡벌떡 일어나 문앞에 선다


문앞에서 가까이 본 얼굴들은 너무나도 어렸지만 말없이 두눈을 빛내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 힘찬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새벽6시도안된시간 남태령역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출근길 환승역모습처럼 꽉찼다


아마 서로 속으로 같은 편임을 느꼈겠지만 아무말도 없었다


그러다 출구에 가까워지니 어제 낮부터 추위에 떨다 역에 들어와 잠시 몸을 녹이고있던 사람들과 마주쳤다


역시 말은 없었으나 작게 들려오는 안도의 한숨과 글썽이는 눈빛에 나도 울컥해져 더 힘차게 출구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으로 올랐다




현장에 도착하니 꽁꽁언 사람들이 모여 힘을 잃지않고 견뎌주고있었다


바로 합류해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다른 계절이었으면 이미 해가 뜨고있을 시간이 되어도 한밤중처럼 컴컴했다


도착직후에 생각보다 있을만한데? 라는 자만은 잠시뿐이었고 금세 손발이 얼기시작했다


핫팩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방금 도착한 내가 받기 미안해 선뜻 받지못했다


그래도 내손에 쥐어주고 가셨다


계속해서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는데 그 목소리가 마치 학교 강당에서나 들을법한 어린 여학생들의 목소리와 같았다




구호를 외치다보니 하늘 구석이 조금씩 밝아졌다


어디 일출보러 가본적 한번 없는 나지만 남태령에서 본 일출은 그 어떤 날의 일출보다 희망차고 아름다웠다


해가뜨는 뒷쪽을 바라보니 나처럼 밤새 이곳을 걱정했을 사람들이 내 뒤로 한가득 차있었다


됐다. 이만큼의 국민들의 힘이면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발근육이 당겨 중간에 나와 집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나오기 위해 뒤를돌아 마주한 사람들은 내가 빠져도 해낼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앉으니 생각할시간이 생겼다


나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막연히 경찰을 선망하고, 좋아한다


당장 그저께만해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멋진 경찰차 선물을 받고싶다는얘기도 나눴다


나는 아이들에게 위험한상황에 경찰관,경찰서에 도움을 청하고 112에 신고하라고 가르친다


그냥 어이가 없었다


그 경찰과 경찰차가 오늘 나를 막고 고령 농민들을 막고 젊은 여성들은 막고 선량한 시민들을 막아 가방속 생수가 얼어버릴 날씨에 그 추운곳에 12시간넘게 세워뒀다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약자가 약자를 지켜주며 고통 속에서 헤쳐나왔다



딸이 몰래 새벽에 나와 겪은일은 나의 부모님은 모른다


말하고싶지도 않다 나의 부모님은 여의도집회를 보며 쟤네들은 뭐하는애들이냐고 혀를 차는 어른이다 

나는 그말을듣고 굳이 언쟁하기는 싫지만 한마디도 안하기엔 속이터져


그냥 학생들이야


라고 말하며 다른 말들은 속으로 삼켰었다



언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니 어딜갔다왔냐고 묻는 부모님에게 그냥 대충 서울에 갔다왔다고 말한뒤 기절하듯 잠들었다


저녁에 깨 거실로 나가니 뉴스를 보고계신다


나도 부모님도 아무말도 하지않았지만 계속 뉴스를 봤다


무슨생각을 하고계신지는 몰라도 내자신은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내가 살 시대에 내가 힘을 보탰다


약자들이 모여 큰 힘이 되었다




잊고있던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집은 쌀을 사먹지않는다


양가 시골집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과 감자 옥수수같은 것들을 가져와 먹는다


엄마도 아빠도 농부의 딸과 아들이었잖아


이제는 같은편일것이라 마음대로 마음정리를 하고 다음 시위는 당당히 나가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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