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미국에서 내란이 벌어졌다···한국인이라면 가슴 쓸어내릴 영화 ‘시빌 워’
2,443 5
2024.12.22 23:22
2,443 5
전쟁이 발생했다. 내란이다. 거리에 무장군인들이 돌아다닌다. 일부 군인은 민간인을 학살한다. 총을 겨눈 군인에게 ‘나도 이 나라 사람’이라고 호소하자 ‘어느 쪽?’이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어느 쪽이라고 답해야 살 수 있을까. 무엇이 옳은 답일까.

지난달에 개봉했다면 무감하게 봤을 영화가, 지금은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미국 내란을 소재로 한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이야기다.



‘시빌 워’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중소 영화들을 주로 제작해 온 A24가 만든 첫 상업 블록버스터 영화다. 제작비 5000만달러(한화 약 723억원)를 들이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커스틴 던스트를 캐스팅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고 내란 혐의로 헌정사상 첫 출국 금지까지 된 대통령을 둔 한국인들로서는 A24의 첫 블록버스터라는 점보다 소재가 ‘내란’이라는 점이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미국에 내란이 일어난다.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연합한 ‘서부군’과 연방 정부군이 싸우고 있다. 힘을 잃은 대통령은 백악관에 숨었다. 전설적인 사진기자 리 스미스(커스틴 던스트)는 동료 취재기자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헨더슨), 그리고 갑자기 끼어든 초보 사진기자 제시(케일리 스패니)와 함께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워싱턴 D.C로 향한다. 영화는 그 여정을 따라간다.


내란이 왜 일어났는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 같은 설명은 없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관객을 다짜고짜 한창 전쟁 중인 미국 한복판에 던져놓는다. 관객은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전쟁이 발생한지 꽤 됐으며, 달러의 가치가 폭락했고, 서부군이 승기를 잡았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전쟁은 구체적인 동시에 추상적이다. 귀청을 찢는 총소리, 게임 화면처럼 움직이는 밤하늘의 전투기, 새빨간 피, 널브러진 시체. 이런 것들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건 총과 폭탄 사이의 순간이다. 총이 발사되기 전, 폭탄이 터지기 전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시빌 워’는 마치 로드트립 영화처럼 리 일행을 따라가며 전쟁의 참상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전쟁은 모든 인프라를 파괴한다. ‘물을 달라’며 시위하는 시민들과 경찰, 군인이 충돌한다. 전쟁 중에도 호텔은 문을 열고 기자들은 취재 경쟁을 한다. 아이들은 피란민 촌에서 축구를 한다. 혼란한 상황을 틈타 약탈과 폭력이 성행한다. ‘우리는 이 상황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라며 마치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사는 이들도 있다.



전쟁 영화라면 반드시 나오는 전우애, 애국심, 눈물, 분노 같은 뜨거운 감정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가 웬만한 다큐멘터리보다도 더 건조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당연히 알려줘야 할 것 같은 ‘분열의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함으로 오히려 보편성을 획득한다. 영화의 배경은 디스토피아가 된 미국이지만, 그 자리에 다른 나라를 넣어도 이상하지 않다.

기자를 꽤 현실적으로 그렸다. 상업 영화에 등장하는 기자 캐릭터는 대개 너무 정의롭거나, 너무 악독하거나, 너무 한심하다. 리 일행은 다행히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대통령을 취재하겠다는 목표만 갖고 앞으로 나아간다. 베테랑 기자인 리, 조엘, 새미가 괴로워하면서도 자꾸 끔찍한 취재 현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대단한 사명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많은 직업인으로서의 기자들이 그렇듯 새로운 뉴스를 보도하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러닝타임 109분.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40769?ntype=RANKING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최.초.공.개❤️ 싱글큐브섀도우 체험단 이벤트✨ 68 00:08 8,93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264,28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375,09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053,3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512,21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622,92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5 20.09.29 4,585,1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4 20.05.17 5,183,17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6 20.04.30 5,614,44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441,2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4401 기사/뉴스 [단독] ‘독설가’ 김구라, ‘썰전’ MC 그대로 맡는다 21 12:29 829
324400 기사/뉴스 오늘부터 이틀간 헌법재판관 3인 인사청문회…여당 불참 35 12:27 1,110
324399 기사/뉴스 구미시, 2025 새해맞이 행사… 600대 드론·5000발 불꽃쇼 펼쳐진다 73 12:21 1,428
324398 기사/뉴스 내년 가장 빠른 일출은 독도서 오전 7시 26분…서울은 오전 7시 47분 12:20 183
324397 기사/뉴스 에스파 공연실황 안방서 본다 ‘에스파: 마이 퍼스트 페이지’ TV 최초 공개 12:15 361
324396 기사/뉴스 여친 살해 수능만점 의대생 "너희 집 재력으로 개원 원해" 18 12:12 2,019
324395 기사/뉴스 내일 국무회의서 '특검법' 안다룰듯…정부 "안건상정 힘들어" 80 12:08 1,999
324394 기사/뉴스 "구미시가 수수료+숙박비 등 보상하라"...'이승환 콘서트 취소' 관객들 뿔났다 299 11:59 15,549
324393 기사/뉴스 '나는 솔로' 16기 옥순, 연예인 다 됐네…드레스 입고 연말 시상식 나들이 41 11:58 3,795
324392 기사/뉴스 음식 리뷰에 올라온 男 중요 부위 사진…고의 테러? 13 11:58 2,915
324391 기사/뉴스 국토장관,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에 "적절치 않고 동의 안해" 14 11:49 1,664
324390 기사/뉴스 칸→부산 사로잡은 '고스트캣 앙주' 1월 22일 개봉 확정 11:49 400
324389 기사/뉴스 제시 아냐?..'사무엘 황♥' 클라라, 확 달라진 얼굴에 성형설 제기 48 11:48 6,586
324388 기사/뉴스 '동물은 훌륭하다' 국내 최초 순례견 ‘루카', 세 번째 순례길 여정 공개 11:46 960
324387 기사/뉴스 [르포] 여행 위험국요?… 성수동은 외국인 관광객 '천지' 9 11:42 1,787
324386 기사/뉴스 [속보] 우원식 "韓대행, 오늘중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이행하길" 29 11:41 1,738
324385 기사/뉴스 [단독]이재명, 새해 첫날 文 예방…‘탄핵 주역들’의 만남 15 11:39 2,434
324384 기사/뉴스 트리플에스·82메이저·파우…해외가 먼저 알아본 ‘K팝 언더독’ 4 11:38 554
324383 기사/뉴스 [단독]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 예매처·대관처도 몰랐다.."대관 취소 얘기중" 377 11:38 22,888
324382 기사/뉴스 [POP이슈]"반쯤 누워 게임만" 송민호, 부실근무 의혹 추가 등장‥YG는 연락두절 12 11:37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