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업계는 수니들이 굳이 행복하거나 도덕적이거나 합리적이길 바라지 않아요. 돈을 쓰는 건 행복하거나 도덕적이거나 합리적인 빠순이가 아니라 미친 빠순이입니다. 수니들이 맛이 가있어야 같은 음반을 수십 수백장을 지르고 실용성 하나도 없는 굿즈들을 쓸어모으겠다고 땡볕에 긴 줄을 서고 죽어라 스트리밍을 해서 음원 순위를 올려주고 오빠 몸값 지켜드려야한다고 오빠가 광고한 물건들을 필요 없어도 뭉텅이로 사서 집안에 쌓아두고 온갖 로동을 뛰거든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재에 만족하고, 뭐든 오빠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오빠에 대해 아무 근심걱정 없는 팬은 저런 짓 안 해요. 기껏해야 음반 한 장 사고(음반 아예 안 사고 전곡 다운만 받고 끝내기도 함) 예능 나오면 그거나 좀 챙겨보다가 끝입니다. 오빠 나온 잡지도 인터넷에 스캔돼서 올라오거나 인터뷰 전문 공개되면 굳이 안 살 걸요?
수니들을 미치게 만들어야 돼요. 그래야 당장 지 입에 들어갈 것도 없는 지경까지 가도 오빠에게 돈을 써요.
그리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데는 부정적 감정들이 효과적입니다. 피해의식이나 경쟁자에 대한 증오, 미래에 대한 불안같은 거요. 아이돌 업계는 수니들이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피가 말라가게 방관하거나, 심지어 그걸 고의적으로 조장합니다.
"네가 진정으로 오빠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 쯤은 해야지?"라는 미션을 끊임없이 던져주면서요. 그리고 거기에 물든 수니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오빠에 대한 순정을 증명해보이기를 요구해요.
공식적으로는 팬들을 사랑한다고 되어있는 오빠들도 시스템의 일부로서 수니들을 쥐어짜는 데 합류합니다. 이건 오빠들 개개인이 팬들에게 얼마나 감사하는지랑은 상관 없어요. 오빠들은 1인 사업자가 아니고 오빠들 뒤에는 오빠들이 먹여살려야 하는 기획사 사람들과 스탭들이 있거든요. 오빠들에게 진짜 자기 사람들은 빠순이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고 다함께 잘 먹고 잘 살자면 다함께 수니들을 쥐어짜야죠.
수니들이 이 시스템에 매몰되어 열정을 바치면 바칠수록 쥐어짜여야할 이유도 더 커집니다. 수니들이 이리 취급받는 건 역설적으로 돈이 돼서예요. 쥐어짜면 흘러나오는 돈으로 업계가 충분히 굴러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