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같은 날 밤 남태령 역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 걸리는 KBS 신관 공개홀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는 저들의 처절함이 들리지 않았다. 양사는 시상식을 중계하기 바빴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은 무덥도록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옷가지 위로 맨살을 드러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가는 농민과 시민이 즐비한 상황 속, 그 누구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16,882 152
2024.12.22 17:10
16,882 152

OgALbO
 

오늘의 시상식에 어찌 손뼉치랴.

 

'2024 SBS 연기대상'과 '2024 KBS 연예대상'이 지난 21일 저녁 동시 개최됐다. KBS는 탄핵 정국 여파로 시상식 전 레드카펫 미진행 소식을 전했고, 올해 다수의 드라마를 흥행시킨 SBS는 많은 배우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일정대로 포토월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과 양곡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행진시위가 예정됐다.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19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중략)

 

"길을 열어라"라는 구호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시민 연대 발언도 진행됐다. 발언대에 선 한 덕성여대 재학생은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며 "신상정보를 밝힌 이유는 농민들과의 시위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저 뒤에 방패를 든 경찰들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내란공범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이 모든 과정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고, 한파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돕기 위한 후원 물품과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후원 난방 차량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남태령 역 여성 화장실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여성용품들이 쌓였다.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을 향한 후원금 인증 릴레이도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시민을 돕는 이는 시민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밤 남태령 역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 걸리는 KBS 신관 공개홀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는 저들의 처절함이 들리지 않았다. 양사는 시상식을 중계하기 바빴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은 무덥도록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옷가지 위로 맨살을 드러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가는 농민과 시민이 즐비한 상황 속, 그 누구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남길과 김영옥, 지승현, 권율이 '일상의 기쁨', '안갯속에 있는 연말', '어수선한 시기', '따뜻한 봄'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을뿐, 완벽한 그들만의 '가짜 세계'였다.

 

올해 SBS 금토 드라마는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다뤘다. 이중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신부, 경찰, 검찰의 공조를 다룬 '열혈사제2'는 최우수 연기상(김남길, 이하늬), 우수 연기상(김형서, 김성균, 성준) 등 10개의 연기상을 휩쓸었고 정의로운 재벌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재벌X형사'는 최우수 연기상(안보현)과 우수 연기상(박지현, 곽시양) 등 5개 연기상을 받았다. 정작 검사, 재벌, 조폭의 마약 카르텔을 그린 '커넥션'은 인생 최고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지성이 무관의 고배를 마셨고 전미도를 제외한 배우들은 조연상에만 이름을 올렸다. 시국에 배우가 무슨 죄겠냐만, 이 땅 위에 죽어가는 존재를 밟고 실재하지 않는 공권력의 정의를 연기해 주고받는 연기상이라니. 부끄러움도 모르는 아이러니에 한숨만 내뱉을 뿐이다.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4763

목록 스크랩 (1)
댓글 15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좋은 컬러그램 위대한 쉐딩♥ 최초공개 컬러그램 NEW 입체창조이지쉐딩! 체험단 이벤트 432 04.18 45,37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58,05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517,69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40,7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88,53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24,83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50,90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400,75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97,76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40,87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3151 이슈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멘탈이 약한 이유 15:25 25
2693150 유머 디지털갤러리에 올라온 꽃과 새 4 15:23 297
2693149 기사/뉴스 [단독]미인증 조리기구로 축제서 음식 제공…더본코리아 협력사 행정처분 2 15:23 191
2693148 이슈 엘르 화보찍은 건축가 유현준 8 15:22 618
2693147 이슈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은 지하철 입구 11 15:21 707
2693146 유머 책 빌리러 도서관 갔더니 이런코너 생겼더라 7 15:21 979
2693145 이슈 배우 남주혁 최근 비쥬얼 gif 21 15:17 1,809
2693144 이슈 레딧에 올라온 4개월된 아기 데리고 비행기 탑승한 한국 엄마 11 15:17 2,803
2693143 이슈 쇼츠에서 화제중인 배우 이와 오린 리즈시절.jpg 4 15:16 682
2693142 유머 한국관광중에 갑자기 노인이 돈을 줘서 불편했던 외국인 22 15:16 1,598
2693141 이슈 지금 난리난 팝가수 SZA 무대...twt 24 15:15 2,181
2693140 기사/뉴스 `불닭면 신화` 김정수 부회장,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사임 2 15:14 860
2693139 이슈 일본 에도시대에 평민 여자들이 남자들과 같이 글을 배웠던 교육기관 7 15:13 1,048
2693138 이슈 곧 다가오는 꽃가루 시즌....jpg 43 15:12 1,951
2693137 이슈 미모 물오른 실시간 투어스 영재 미디어 쇼케이스 기사사진 14 15:11 655
2693136 기사/뉴스 [속보]원주서 40대가 몰던 승용차 인도 돌진…약국 외벽 들이받아 3 15:11 810
2693135 이슈 미야오 W KOREA VOL.4 APRIL 2025 Behind Photo 1 15:11 112
2693134 유머 이장원(페퍼톤스) 특강 중 준비해온 영상 소리 안나오니까 입으로 걍 냄. 3 15:10 812
2693133 기사/뉴스 폴란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괴생명체? 알고보니..?! 15 15:09 1,735
2693132 이슈 NCT WISH 위시 유우시 poppop with 엑소 카이 17 15:09 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