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같은 날 밤 남태령 역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 걸리는 KBS 신관 공개홀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는 저들의 처절함이 들리지 않았다. 양사는 시상식을 중계하기 바빴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은 무덥도록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옷가지 위로 맨살을 드러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가는 농민과 시민이 즐비한 상황 속, 그 누구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13,840 144
2024.12.22 17:10
13,840 144

OgALbO
 

오늘의 시상식에 어찌 손뼉치랴.

 

'2024 SBS 연기대상'과 '2024 KBS 연예대상'이 지난 21일 저녁 동시 개최됐다. KBS는 탄핵 정국 여파로 시상식 전 레드카펫 미진행 소식을 전했고, 올해 다수의 드라마를 흥행시킨 SBS는 많은 배우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일정대로 포토월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과 양곡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트랙터 행진시위가 예정됐다.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달 19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고 가격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쌀값 하락을 막고 농민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중략)

 

"길을 열어라"라는 구호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시민 연대 발언도 진행됐다. 발언대에 선 한 덕성여대 재학생은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며 "신상정보를 밝힌 이유는 농민들과의 시위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저 뒤에 방패를 든 경찰들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내란공범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이 모든 과정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고, 한파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을 돕기 위한 후원 물품과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몸을 녹일 수 있는 후원 난방 차량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남태령 역 여성 화장실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여성용품들이 쌓였다.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을 향한 후원금 인증 릴레이도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시민을 돕는 이는 시민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밤 남태령 역에서 차량으로 30분~1시간 걸리는 KBS 신관 공개홀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는 저들의 처절함이 들리지 않았다. 양사는 시상식을 중계하기 바빴고, 시상식에 참석한 이들은 무덥도록 따뜻한 실내에서 얇은 옷가지 위로 맨살을 드러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가는 농민과 시민이 즐비한 상황 속, 그 누구도 현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김남길과 김영옥, 지승현, 권율이 '일상의 기쁨', '안갯속에 있는 연말', '어수선한 시기', '따뜻한 봄' 등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을뿐, 완벽한 그들만의 '가짜 세계'였다.

 

올해 SBS 금토 드라마는 경찰, 검사, 변호사, 판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다뤘다. 이중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신부, 경찰, 검찰의 공조를 다룬 '열혈사제2'는 최우수 연기상(김남길, 이하늬), 우수 연기상(김형서, 김성균, 성준) 등 10개의 연기상을 휩쓸었고 정의로운 재벌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재벌X형사'는 최우수 연기상(안보현)과 우수 연기상(박지현, 곽시양) 등 5개 연기상을 받았다. 정작 검사, 재벌, 조폭의 마약 카르텔을 그린 '커넥션'은 인생 최고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지성이 무관의 고배를 마셨고 전미도를 제외한 배우들은 조연상에만 이름을 올렸다. 시국에 배우가 무슨 죄겠냐만, 이 땅 위에 죽어가는 존재를 밟고 실재하지 않는 공권력의 정의를 연기해 주고받는 연기상이라니. 부끄러움도 모르는 아이러니에 한숨만 내뱉을 뿐이다.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4763

목록 스크랩 (1)
댓글 14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누디블러틴트 진짜 후메잌디스♥ NEW컬러 최초 공개! 체험단 이벤트 223 12.19 71,23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259,01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365,06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048,83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506,89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620,13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5 20.09.29 4,579,75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4 20.05.17 5,177,26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6 20.04.30 5,608,15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437,6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85295 유머 짹에서 반응 터진 놀라운토요일 태연 X 강훈 1 22:01 380
2585294 이슈 처음에 우리 농민들만 왔을때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했었는데 20대 시민들이 와주었을때 정말 큰 힘이 되어가지고 정말 코 끝이 찡할 정도의 감동했다. 우리 농민들만 있었으면 다 연행되거나 안그러면 더 무지한 탄압이 있었을텐데 우리 20대 여성 들이 지켜줘서 정말로 감동했습니다. 1 22:01 212
2585293 이슈 우아(WOOAH) 그게 아니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 WOW! MERRY CHRISTMAS EP.1 22:01 36
2585292 기사/뉴스 BBC가 선정한 2024년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12장면 1 22:00 830
2585291 이슈 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건 자기 가수가 정치에 연관되는 것, 그럼에도 응원봉을 들고 나온 것은 이것이 정치를 넘어 내 삶과 직결된 문제라고 받아들였기 때문 1 22:00 580
2585290 이슈 민주주의를 수호하러 가는 길은 왕복 한시간이었다. 9 22:00 943
2585289 이슈 I들 기 쪽쪽 빨아갈 거 같은 극극극극 EEEE의 만남 : 골든차일드 장준 × 플레이브 은호 6 21:59 235
2585288 이슈 중식이 _ 나는 반딧불 (2020) 21:59 68
2585287 이슈 키스오브라이프 [KI-OFF] KLIP-#30 | Chemistry 녹음실 비하인드 21:59 26
2585286 이슈 22년전 자연재해급 억까를 당했던 장나라 11 21:58 1,378
2585285 이슈 남태령 시위 다룬 언론사별 헤드라인을 알아보자 11 21:58 1,048
2585284 유머 젓가락 떨어트린 청래정 19 21:58 1,453
2585283 유머 첨받아보는 관심과 나눔의 손길에 많이 울고 웃은 남태령에 갇혔던 트랙터 농민들 28 21:57 2,051
2585282 유머 옷장이 열리면 1 21:57 301
2585281 유머 오빠들이밥먹여주냐는 소리 듣던 소녀들은 빠순짓짬바로 진짜 밥먹여주시는 농민들을 지키러 감 23 21:56 2,061
2585280 이슈 양식요리사 기능 자격증 딴거같은 샤이니 키 5 21:55 1,325
2585279 이슈 브루클린나인나인 BLM 이후로 미국에서 더 이상 경찰을 긍정적으로 그릴 수 없어서 완결냈다는 거 자꾸 생각남 10 21:55 1,076
2585278 기사/뉴스 유연석, ♥채수빈 각방 서운해하자 “진작 말하지” (지거전) 3 21:54 869
2585277 유머 @Jaemyung_Lee 팽이치기 비법 전수해주세요 잼밍님 15 21:54 830
2585276 유머 선동세력 알바들도 노동권 투쟁 해야하는 이유 19 21:51 2,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