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농-경찰 대치 계속... 전농 의장 "아침 8시까지만 버텨라, 동지들이 온다"
▲ 남태령 고개에 밀려드는 후원물품 이후 서울 도심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수백명이 합세해 함께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후원하는 닭죽 수십만원 어치가 배달돼 참가자들이 나눠 먹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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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겠어요. 지난번 윤석열 탄핵 촛불 때 전국에서 선결제를 해준 것처럼 오늘도 다들 주변 음식점에 이 새벽에 결제를 해줬고 경찰 저지선을 뚫고 배달이 오고 있어요. 나눠줄 사람이 부족하다 해서 지금 제가 하는 거예요."
22일 새벽 3시께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에서 인근에서 만난 정수빈(26, 여)씨의 말이다. 정씨의 손은 분주했다. 그는 끊임없이 계란김밥과 고기국수 등을 소분해 현장에 있는 1000여 명의 시민에게 건넸다.
남태령고개에 쏟아진 먹거리
참가자 휴식 위해 버스 대절도
이날 새벽 영하 9도의 날씨에도 전국농민회총연명(전농) 전봉준투쟁단과 함께 남태령역을 지킨 시민들에게 전국에서 무수한 후원이 쏟아졌다. 핫팩 등 방한용품을 비롯해 커피, 차, 설렁탕, 팥죽, '롯데리아' 햄버거 등 음식도 한가득이었다. 한 시민은 자발적으로 버스를 대절해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만큼 쓰레기에도 신경을 썼다. 노란색 쓰레기봉투를 들고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거나 다 먹은 음식 용기를 치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농 전봉준 투쟁단 강창한씨는 "너무 기분이 좋다"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솔직히 이런 (응원봉과 후원) 문화가 낯선데 너무 기분이 좋다. 시골에서는 보통 밤 9시만 넘으면 자는데. 이 시간에도 다들 버티는 건 이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힘이 난다. 너무 기분이 좋다.
그는 "영하 9도의 새벽에도 현장을 지키는 건 국민 응원 덕분이라며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마음이니 이렇게 모인 거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이 순간 근처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강씨는 "뭐가 있겠냐"며 "다 저 마음인 거지요"라고 너털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 강씨는 "지금 트랙터를 이용해 솔직히 뚫으라면 뚫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 다치고 그러면 안되지 않나. 경찰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아빠고, 아들이다. 최대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2일 새벽 4시 기준, 경찰이 농민들의 트랙터를 막아선 지 16시간을 넘겼다.
전봉준 투쟁단 총대장인 하원오 전농 의장은 새벽 3시 50분께 무대에 올라 "우리는 내일 아침에 경찰이 길을 여는 대로 한남동에서 꿈쩍하지 않는 윤석열을 직접 체포하기 위해서 달려갈 것"이라면서 "함께 해달라. 내일 아침 8시까지 여러분들이 지켜주면 서울 경기 전국에 있는 우리 동지들이 달려올 거다. 조금만 힘을 더 내달라"라고 호소했다.
하 의장은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언급하며 "세상은 백마 탄 초인이 지배한다. 지금 여기 모인 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초인들이다. 우리가 주인이다. 더욱 힘내서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우리가 보여주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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