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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조가 의빈 사후 3년 동안 지은 의빈 성씨 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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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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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빨리 흘러 왕통을 법도로 잇게 되었도다. 좋은 화살을 좇아 궁독을 길이 받들게 하였노라.


나는 글로써 너를 보내며 장차 상여가 무덤에 무사히 이르기를 바란다. 내 마음이 너를 떠나보내기가 어렵고 힘들구나.


상여를 수레에 실어 이끌고 멀리 기약함에 이르렀다. 어찌하여 길을 떠나는 것인가?


가까워진 만사는 그동안의 회목함을 담아 배향하니, 가는 길에 명주로 어여쁘게 채웠건만, 걱정스럽구나! 나를 만나고 가는 길을 서두르지 말라.


바람 소리가 슬픈 밤에 술잔을 올리니, 너를 보고 싶어도 홀연히 떠나버렸구나.


지난 날을 돌아보며 제사를 지내노라. 아아, 너는 너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였구나.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이 지나 초하루에 이르렀도다. 아아, 굽이치는 슬픔을 어찌 견디겠는가.


날이 가고 달이 가더니 훌쩍 초하루에 이르렀다. 아득해진 하소연을 이제야 헤아려보니, 슬프고 애통한 마음을 어찌 견뎌낼 수 있단 말인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바뀌고 달라지는 번영과 쇠락은 이렇게 해와 달처럼 아득히 멀어졌구나. 내 마음은 너무 아프고 애달프다.


문효세자의 어머니가 되는 빈의 일생은 하지가 지났어도 돌아오지 않았도다. 사람의 마음은 감흥이 복받쳐 누를 길이 없는데,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는가? 문효세자를 잃은 너의 예사롭지 않은 슬픔을 생각하니, 이는 잠시 울컥 쏟아진 슬픔이 아니었다.


세월이 바뀌어 하지가 지나자 빈의 가신일이 되었다. 

밝은 날 하늘을 따라 정중히 제사를 지내노라.


빈이 문효세자를 낳던 날 밤에 하늘에서 비춘 붉은 빛은 바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사사로이 말하노니, 죽어서 종묘에 봉인되었을지라도 빈을 길이 잊을 수 있겠는가?


새벽닭이 울 때 너에게 망건을 꿰매달라고 재촉하던 기억이 물이 그윽하게 흐르는 모양처럼 떠오르노라. 혁옥에서 아침에 흘러간 물은 해질 무렵 산에 한 번 닿아버렸도다. 네가 한 줄기의 광명으로 밝게 인도했으나, 저승으로 영영 떠나고 말았구나.


이제 땅의 신에게 속한 의빈 성씨는 여기에 없고 율목동 무덤에 있도다. 빈의 행동은 얌전하고 정숙하며 어진 품덕을 갖춘 것을 숨기지 않았도다.


빈은 엄숙한 모습으로 꾸짖거나 다스리지 않았으며, 상서로운 덕을 지녔도다. 작은 힘으로 지켰으나 대가 끊어져 어려웠구나.


나는 너의 죽음에 반신반의하노라. 

근심하는 사람의 마음은 썩은 것과 같도다. 몸이 집으로 돌아온다면 넋도 곧 여기 와서 이 집에서 아무 탈 없이 단정하며 편히 머물 텐데, 어찌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언덕 구석으로 가서 혼이 되었단 말인가?


나 또한 너를 완연히 의지하였건만, 어찌하여 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어미 또한 멀어졌는가?


빈이 창덕궁에 있지 않은 지 오랜 세월이 흘렀도다. 반우를 지내고 신주가 무사히 사당으로 가기를 청하노라. 술과 음식을 보내니 부디 흠향하라.


세월은 머무르지 않아 빈을 위로하며 졸곡을 지냈도다. 내 마음속에 품은 정을 어찌 다할 수 있겠는가.


하늘의 때는 이처럼 갑자기 그 달 동안 위태로워졌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빈이 남긴 행적에 대한 마음을 어찌 하겠는가? 


세월이 이리저리 흘러 오늘 추석에 제사를 지낼 때가 되니, 돌이켜 옛일을 생각하면 근심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진다.


나는 이제야 네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슬프고도 슬픈 사람의 마음은 매여 있는 것 같지 않구나.


세월이 덧없이 가버리는구나. 이미 캄캄해지고 보니 또 초하루가 되었도다.

빈이 한 번 떠나버리니 돌아오지 않아 속죄할 길이 없어 답답하구나.


머무르기 어려운 건 흐르는 세월이라더니 어느새 저 절기가 돌아온 것을 느끼는구나. 이때 밀려오는 감정에 저 향기로운 꽃을 꺾어 올리노라.

달이 차고 기우는 저 아득한 세월 속에 내 마음은 허전하고 애달프도다.


음력 2월에 제사를 드리는 날에는 계절에 따라 나는 산물을 올리노라. 상념이 여러 번 바뀌는구나. 이에 깨끗한 술과 음식을 올리니 흠향하라!


시간이 흘러 초하루에 감추어지더니, 빈이 돌아오지 않는 한 가지를 탄식하며 속죄하노라.


세월이 이리저리 흘러 오늘 정조에 제사를 지낼 때가 되니, 

옛일을 돌이켜 생각하면 근심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진다.


아이들의 어머니인 너의 세월은 하지에 이르렀으니, 틀림없이 죽었음을 안다. 감흥이 복받쳐 누를 길이 없구나. 


어찌하여 오지 않는단 말인가? 이는 네가 문효세자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일뿐만이 아니구나.

하늘이 준 기회는 그 달 동안 갑자기 옳지 못한 곳으로 가버렸다.

아무리 빈의 자취를 늘어놓아도 내 마음은 극에 달하도록 상한 것과 같도다.


세월이 이리저리 흘러 오늘 한식에 제사를 지낼 때 옛일을 돌이켜 생각하면 근심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진다.


생신차례를 생각지도 못한 사이 빈의 생일이 찾아왔도다. 

어찌하여 오래 살지 못하고 생일에 제사상을 받게 되었단 말인가? 

잔치를 벌이며 즐겁게 놀았던 그날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조용히 세상이 잠잠해져 버렸다. 


공허한 마음으로 생각하니 빈은 난초와 혜초처럼 향기로운 풀의 아름다운 자질을 지녔도다. 노곤한 마음으로 돌이켜보니 내가 무료할 때마다 빈과 이야기하며 서로 뜻이 맞아 더욱 정다웠더니라.


아아, 나는 아직도 빈의 죽음이 이처럼 애통하고 슬프도다. 


그동안 힘겹게 마음을 추스르고 슬픔을 위로하며 세월을 보냈으나, 이제는 평상시처럼 웃으며 말하고 근심이나 슬픔 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건만, 빈의 죽음을 생각하면 여전히 이와 같이 슬프고 애통하구나.


오랫동안 생각하건대 세월이 멀어지는 것은 가히 잊을 수 있도다.


하지만 더욱 느껴지는 것은, 빈이 아니면 내가 잘못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타이르는 이를 누가 하겠는가?


빈이 죽은 뒤의 명예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 더욱더 높이 받들어져 귀히 여겨질 것이니라.


재우를 지내고 때를 맞추어 빈의 자취가 있던 곳에서 모두 함께 울었노라. 바라건대 부디 흠향하라.


정조, 어제의빈삼년후각제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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