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하이브는 왜 이렇게 된 걸까
3,679 27
2024.12.21 10:44
3,679 27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107

 

[culture critic]
방시혁, 민희진과 하이브 걸그룹의 시간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하이브는 왜 이렇게 된 걸까. 하이브는 독보적인 케이팝 1등 기획사요, BTS와 함께 케이팝의 긍정적 영향력을 상징하던 존재였다. 비판과 논란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대세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계가 엉켜 버린 것만 같다.

 

지난 4월에 터진 민희진과의 사내 분쟁은 뉴진스와의 전속 계약 분쟁으로 발전했다. 12월이 된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여덟 달 동안 상호 폭로전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하이브의 이름엔 촘촘한 칼집이 새겨졌다. 뉴진스의 거취가 결론이 나더라도, 이 회사 이미지에 각인된 오점이 말끔하게 씻어질 것 같지는 않다.

 

하이브의 시간이 뒤틀리기 시작한 순간을 되짚어 보면 방시혁이 걸그룹 제작의 꿈을 실행에 옮기면서다. 민희진 영입과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의 연이은 데뷔, 민희진의 기자회견 등 사태는 거기서부터 연쇄됐다.

 

MtPXBi
 

하이브는 2019년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을 인수하기 전까지 걸그룹을 보유한 적이 없었다. 여자친구 역시 하이브가 직접 제작한 그룹은 아니었다. 이 정도 규모의 기획사가 보이그룹만 운영하는 건 희귀할뿐더러 사업적으로 불균형한 상태였다. 빅히트 엔터는 다른 기획사들을 공세적으로 인수한 이후 하이브로 재편되었고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했다. 걸그룹은 하이브의 2차 사업 확장의 핵심 키워드였으며, 방시혁에게는 10년 전 글램 제작 실패 이후 오래된 갈증이었다.

 

이 과정은 급격하고도 무리하게 진행됐다. 재작년부터 2년 사이에 르세라핌, 뉴진스, 아일릿이 데뷔했다. 아무리 규모가 큰 회사라고 해도 같은 시기에 걸그룹 세 팀을 데뷔시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정된 회사 자원을 공유하는 건 물론, 걸그룹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파이가 겹칠 수밖에 없다. 민희진과의 분쟁을 촉발한 것 역시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문제제기였는데, 기존 그룹의 기획자 입장에서 같은 회사의 후속 그룹을 제로섬 게임의 경쟁자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중략)

 

eYJqDN
 

 

짚고 가야 하는 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존재다. 걸그룹 세 팀의 데뷔는 멀티 레이블로 상징되는 사업 확장 노선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방시혁 개인에게 지배된 측면이 엿보인다. 멀티 레이블 체제라곤 하지만, 빅히트와 쏘스뮤직, 빌리프랩은 방시혁이 그룹 제작에 간여하고 총괄 프로듀싱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음악인 출신이자 현역 프로듀서로서 예전부터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즐기고 노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돌 제작이 자신의 자아실현을 거는 특수한 작업이라고 할 때, 오랫동안 보이그룹만 제작했던 건 그에게 결여감으로 남았을 것이다. 걸그룹 동시 다발적 런칭은 민희진이 전담하는 그룹과 별개로 자신이 전담하는 그룹이 필요했던 상황의 반영일 수 있다.

 

(중략)

 

이제 하이브는 보이그룹 하나만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다. 국내외 많은 멀티 레이블이 있고 특정 그룹의 팬덤이 회사 운영에 의견을 낼 명분이 줄어들었다. 단시간에 덩치를 불린 만큼 오너의 힘도 비대해졌고, 내부에서 견제가 작동하는 브레이크도 사라졌다는 뜻이다. 얼마 전 폭로된 내부 문건을 봐도 이 회사 깊은 곳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업계 동향 리뷰라고 회람되는 것이 읽는 이의 심기를 눈치 보고 보살피는 소리들로 점철돼 있다. 그에 따라 보고되는 현실인식 역시 비틀려 있었다.

 

pvcmXE

 

민희진과의 분쟁도 그렇다. 어도어 레이블을 세운 뒤 대표 이사는 물론 이사회까지 모두 민희진 측 인사로 채우게 했다. 이 사실이 경영권 분쟁의 취약지점으로 현 사태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 그 동기가 민희진에 대한 개인적 믿음인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합리적으로 자문을 받는 의사 결정 체계가 의장 개인의 판단에 우선한다면, 대기업 규모의 회사에서 이런 자해적 결정이 내려졌을지 의문이 든다.

 

민희진과의 분쟁은 하이브가 빠진 수렁이다. 하지만 이 사안만으로 하이브의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엔터 기업으로서 전례 없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하이브는 과연 그에 걸맞은 조직문화와 체계도 갖추었을까? 문어발처럼 뻗은 레이블들과 각 급 단위 조직들은 의장 개인의 고집과 욕망과 충동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상태일까? 이 질문들에 답을 내릴 책임은 민희진이 아니라 하이브, 무엇보다 방시혁 자신에게 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2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컬러그램X더쿠] 최.초.공.개❤️ 싱글큐브섀도우 체험단 이벤트✨ 66 00:08 8,46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262,41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375,09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050,72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511,2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622,92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5 20.09.29 4,585,1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4 20.05.17 5,183,17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6 20.04.30 5,613,58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441,2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4385 기사/뉴스 [단독]이재명, 새해 첫날 文 예방…‘탄핵 주역들’의 만남 11:39 335
324384 기사/뉴스 트리플에스·82메이저·파우…해외가 먼저 알아본 ‘K팝 언더독’ 2 11:38 115
324383 기사/뉴스 [단독]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 예매처·대관처도 몰랐다.."대관 취소 얘기중" 25 11:38 1,151
324382 기사/뉴스 [POP이슈]"반쯤 누워 게임만" 송민호, 부실근무 의혹 추가 등장‥YG는 연락두절 5 11:37 345
324381 기사/뉴스 [SC이슈] "연예인이라 점심은 집에서 먹어"…송민호 부실복무 논란 또다른 증언 "두발·복장도X" 일파만파 4 11:35 503
324380 기사/뉴스 [단독]송민호, 근무 마지막 날도 병가..소집해제는 23일 예정대로 45 11:31 2,224
324379 기사/뉴스 [단독] 계엄날 아침 김용현 공관 온 '비밀손님' 노상원이었다 8 11:28 824
324378 기사/뉴스 [속보] 여야, 26·31일 국회 본회의 개최 합의 2 11:28 841
324377 기사/뉴스 금융권 '폐업업체 6개사 OTP' 내년 7월부터 사용 중단 7 11:25 1,388
324376 기사/뉴스 "1년 계약연장,극적 화합에도 쏟아지는 억측" 김은중 수원FC감독의 대리인이 발표한 입장문[전문] 1 11:24 186
324375 기사/뉴스 계열사 신고 앞둔 SK그룹, 대법원에 "이혼확정 해달라" 1 11:24 715
324374 기사/뉴스 [속보] 경찰 "계엄 직후 방첩사 통화서 체포조 얘기 들었다" 10 11:18 1,630
324373 기사/뉴스 미용실 곳곳 10원짜리 숨긴 손님…"무속인이 '저주'라고, 소름 끼친다"[영상] 31 11:08 2,867
324372 기사/뉴스 라이즈도 훈훈한 연말..어린이·청소년 음악 교육 지원에 2천만원 기부 [공식] 4 11:07 400
324371 기사/뉴스 [종합] '무빙', MBC서 방송한 보람 있네…첫 방송 시청률 5.1%→최고 6.4% 열기 입증 18 11:03 2,126
324370 기사/뉴스 리디, 일 거래액 36억 원 돌파…"역대 최대" 44 11:02 3,000
324369 기사/뉴스 유시민, '가짜뉴스 피해' 한동훈에 3000만원 배상 확정…상고 포기 334 10:55 21,729
324368 기사/뉴스 "원하지 않은 즉흥 키스에 성희롱"...블레이크 라이블리, 감독 성희롱으로 고소 7 10:55 1,786
324367 기사/뉴스 윤상현 “트랙터 시위 충격…공권력 무너뜨린 난동 세력엔 몽둥이가 답” 784 10:50 20,774
324366 기사/뉴스 "쾅쾅쾅! 불났어요! 대피하세요!" 택배기사가 빌라 화재 막았다 40 10:49 2,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