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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내 꿈은 심장마비 고독사” 76세 할머니의 호탕한 선언…‘즐거운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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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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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 고독사로 본인은 물론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세상을 떠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76세 할머니가 있다. 자녀에게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고 당부하고 주위 시선에 신경 쓰면 “너 아무도 안 쳐다봐!”라고 잘라 말한다. 글과 행동이 완전히 다른 대문호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다.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데 대해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라고 한다. 에세이 ‘즐거운 어른’(이야기장수)을 쓴 이옥선 작가다.

호탕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내공을 유쾌하게 담은 ‘즐거운 어른’은 올해 8월 말 출간되자마자 반향을 일으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임에도 책이 출간된 지 3주 만에 1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출간 40일 만에 10쇄를 찍으며 계속 빠르게 나가고 있다.(출판사는 정확한 판매 부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만에 판권이 팔렸고 일본 중국에서도 출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알라딘이 올해 신설한 ‘올해의 신인상’ 작가로 선정됐다. 예스24에서 선정한 ‘오늘의 책’ 24권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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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진주로 돌아와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했다. 같은 학교에서 만난 국어 교사(고(故) 김창근 동의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와 결혼해 일을 그만뒀다. 부산에서 살며 두 아이를 키웠다. 딸이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황선우 작가와 함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다. 이 작가는 아들, 딸을 낳은 후 두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각각 5년씩 육아 일기를 썼다. 자녀가 성인이 되는 스무 살에 이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것. 딸이 대학 입시에 떨어져 울고 있을 때 그는 육아 일기를 건넸다. 아이의 성장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긴 육아 일기는 2022년 책으로 출간됐다. ‘빅토리 노트’로, 육아 일기와 함께 추가로 쓴 에세이 몇 편이 실렸다. 이 대표는 “빅토리 노트 출간 북토크에서 이 작가님의 거침없는 입담에 웃다가 쓰러질 뻔 했다. ‘꼭 책을 써야 하는 분’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육아 일기를 쓴 것 외에는 평소 글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메모하는 습관도 없단다. 

“숙제를 싫어해서 책은 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대표와 김하나, 황선우가 부산에 내려와 두 시간 넘게 설득하더라고요. 김하나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3년쯤 그냥 지내다 계약금 돌려줘도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사인했어요. 억지로지만 계약이란 걸 하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쓰고 싶은 말이 속에서 생겨나기도 했고요. 70년 넘게 모여 있던 게 한꺼번에 나왔다고 할까요.” 

이 작가는 신선한 관점으로 삶과 세상을 예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통찰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젖가슴이 큰 걸 좋아한다는 말에 “우리 어머니 세대분들은 이 말을 들으면 ‘어릴 때 다들 젖배를 곯았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자녀에게 유명해지지 말라고 한 이유도 설명한다. “길에서 나자빠졌을 때 아무도 너를 모르면 그냥 툴툴 털고 일어나 갈 길 가면 되지만,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를 알아보면 얼마나 쪽팔리겠니.” 

그는 심장마비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구급 출동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어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119에 연락해 일사천리로 응급처치에 들어가고 이후 병원을 전전하는 생활이 이어진다는 것. 이 때문에 홀로 심장마비로 떠나야 자신과 가족이 고생하지 않는다고. 

결혼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단다.

“예전에는 나이 들어 외롭다며 꼭 결혼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제 남편을 포함해 친구 남편 등 주위를 보면 대부분 남자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고요. 여자들은 간병하다 결국 혼자 남고요. 결혼이 노년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는 세대 갈등에 대해서도 “노인 세대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식에게 안부 전화하라고 요구하면 안 돼요. 자식들은 사느라 바빠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요. 어련히 잘 살고 계시겠지 생각하죠. 저도 예전에 부모님 안부가 궁금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거든요. 자기 아들도 전화 안 하는데 남의 딸인 며느리가 왜 전화하길 바라나요. 자식에게 집착하면 안 돼요.”

이 작가는 딸이 제일기획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 좋은 회사를 왜 그만둘까’라는 의문이 들고 걱정도 됐지만 이유를 꼬치꼬치 묻진 않았다.

“자기도 사정이 있겠죠. ‘살다가 힘들면 엄마가 밥은 먹여줄게’라고 했어요. 메일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다시 광고 일 할지도 모르니까 자기가 마시던 우물에 침 뱉고 나오지는 마라’고 썼어요.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싶었고요.”

 

장 자크 루소, 톨스토이, 버틀런드 러셀, 마르크스, 사르트르에게 “야, 이노무 자슥들아~~”라고 일갈한 이유를 물었다. 

“자기는 여러 여자 만나고 자식과 아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막 살면서 글은 그럴 듯하게 쓰는 사람들은 욕 먹어야 해요.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대문호, 지식인이라도 기분 나쁜 건 뭐라 할 수 있잖아요? 어중이 떠중이에게 욕해 봤자 내 입만 귀찮고요.”

이 작가는 결혼 후 남편과 자주 싸웠다고 한다. 

“같은 학교 선생으로 만났는데도 남편은 남녀가 동등하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어요. 김하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서 불안했다고 하는데요, 싸움은 격렬한 대화예요. 제가 갱년기 때 땅으로 꺼질 것 같은 우울증이 안 온 건 참지 않고 남편과 싸움이라도 했기 때문이라고 봐요.(웃음)”
 

한데 이 작가는 책 제목에 ‘어른’이 들어가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어른이라고 하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님이나 경기 여주에서 괴테마을을 운영하는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님처럼 사회에 기여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런 어른이 아니에요.”

 

이 작가는 자유롭고 명랑한 할머니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남편을 보낸 후 남편의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안의 남자 어른들이 다 세상을 떠난 후 시아버지의 기제사에 참석해보니, 동서들과 자신까지 다른 성 씨를 가진 여자들만 남았다는 것. 추석에도 각자 집에서 알아서 지내기로 했단다. 그는 “기제사, 벌초 등 시댁의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의 학습으로 굳이 명절이나 제사에 같이 모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벌을 주거나 집구석이 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썼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제사는 지내지 말고 자녀와 손주들이 그날 시간이 되면 좋은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으라고 미리 당부했다.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해피엔딩은 없다”고 말한다. 부부 중 한 명은 먼저 세상을 떠나는데, 투병하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남은 한 명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남편은 다리를 다친 후 5개월 간 대학병원과 재활병원을 오가며 큰 수술과 각종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금 자신의 나이를 ‘골든 에이지’라고 명명한다. 젊었을 때는 공부해야 하고 이후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아이를 키우고 제사를 비롯해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등 의무가 많았는데, 이제 이를 다 끝내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년에 시간이 많으니 봉사 활동을 하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할머니가 되면 할 일이 없어 주리를 틀어댈 거라고 멋대로 생각하지만 할머니들도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다”고 말한다. 배우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 작가는 매일 목욕탕에 가고,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한다.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일요일에는 헬스장에 간다.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를 찾아보며 공부한다.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41219/130671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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