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방첩사와 정보사는 왜 엇갈린 행보를 보였나 (블랙요원 유출사건)
'계엄의 밤' 방첩사와 정보사는 왜 엇갈린 행보를 보였나
'블랙 요원 정보 유출 사건'이 결정적 차이…'부당명령 거부' 제도적·문화적 환경 조성돼야
‘계엄의 밤’에 이들은 과연 어떻게 달랐을까? 간략히 요약하면, 방첩사는 목숨을 걸고 태업하며 명령을 회피했다. 반면 정보사는 실제 임무를 수행하고, 무시무시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듯 끝까지 대기 태세를 유지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정보에 따르면, 계엄 사건에서 방첩사와 정보사는 거의 동일한 작전 지역을 할당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는 유력 정치인을 체포하기 위해 수사관들을 조직했고, 정보사는 방첩사가 체포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군사 작전을 펼치려 했다는 폭로가 현재 확인 중이다.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방첩사 요원들은 출동 명령을 받았고, 정보사 요원들 역시 같은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령부 요원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달랐다. 방첩사 체포조는 상부의 고압적 편성 지시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고, 체포 명령을 받은 뒤 방검복과 삼단봉 등 장비를 챙겼음에도 실제로는 수도권 곳곳을 배회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주유나 식사를 핑계로 고속도로 휴게소, 요금소, 외곽 도로 등을 전전하며 계엄 해제까지 사실상 아무런 작전 수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정보사령부 요원들은 방첩사 요원들이 인근 편의점에서 머무는 동안 실제로 선관위 건물에 진입해 시설을 장악하고, 해킹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추정되는 행동을 보였다. 더구나 이들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작전에 권총까지 휴대하며 진입하는 등, 방첩사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삼단봉을 받았음에도 명령 불복종을 각오하고 선관위에 진입하지 않은 방첩사와, 권총을 찬 채 시설을 장악하고 작전을 펼친 정보사. 두 조직의 이러한 차이에 대해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두 사령부가 겪은 상이한 사건 경험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바로 ‘기무사 해편’ 사건과 ‘정보사 블랙 요원 정보 유출’ 사건이다.
2018년 기무사가 ‘계엄 문건’ 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로 개편되는 과정은 방첩 업무를 하는 군인들에게 씻기 힘든 상처로 남았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면 아무리 막강한 정치 권력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방첩사 인원이라면 모를 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즉, 방첩사 법무실이 공개적으로 항명에 가까운 반대를 보인 것은 단순히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 전반에 녹아든 정치적 중립에 대한 집단적 신념이었다. 이는 방첩사 전반이 부당한 명령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기반이 되었다.
반면 정보사의 경우,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군인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 발생한 정보 사령관과 여단장 간 항명 사태로 정보사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봤지만, 오히려 그 사건 이후 정보사 내부 분위기는 더 경직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는 지난 6월 적발된 정보사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사령부 군무원에 의한 기밀 유출 사건이 단순한 금전 거래가 아니라 내부 권력 다툼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블랙 요원’으로 불리는 비공개 정보작전 요원들의 신원이 노출되어 우리 인적 정보망(휴민트)이 붕괴되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 과정에서 문상호 현 정보사령관의 내부 장악력은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블랙 요원’ 명단 유출사건과 이번 계엄 사건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계엄 시 정보사의 원활한 작전을 위해 일부 정보요원이 희생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휴민트 유출사건 수사와 수습 과정에서 유출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정보 병과에서 오래 복무한 전 정보여단장 측이 문상호 사령관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자,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영향력을 키우며 계엄을 주도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항명에 가까운 저항을 한 방첩사와 달리, 정보사 측 인원들이 부당한 명령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더욱이 전 정보여단장과의 내분과 고소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1월 인사에서 현 정보사령관을 유임시킨 점은 이러한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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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요원 기밀 유출건/ 정보여단장 하극상건 이랑도 연관 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는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