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온가족이 고통받는 치매, 드디어 희망 보인다”…치료제 첫 투약 현장 가보니
3,896 19
2024.12.20 11:18
3,896 19
고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
20년만에 탄생한 치매 치료제
18개월간 2주에 1회 맞아야
4500만원 넘는 비용은 부담


 

지난 달 문을 연 고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에서 1호 레켐비 투여 환자가 된 임 모 씨가 10일 의약품을 투여받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중 예방센터를 만든 것은 이 병원이 처음이다. <이충우 기자

지난 달 문을 연 고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에서 1호 레켐비 투여 환자가 된 임 모 씨가 10일 의약품을 투여받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중 예방센터를 만든 것은 이 병원이 처음이다. <이충우 기자>“남편이 ‘아버지 어디 가셨냐’고 묻는데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고요. 그때가 부친상 치르고 이틀밖에 안 된 시점이었거든요.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이렇게 치료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에요.”

지난 10일 오전 9시 고려대 구로병원 본관.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임철수 씨(가명·66)와 보호자인 아내가 8층 처치실로 들어섰다. 20년 만에 탄생한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를 맞기 위해서다.

1호 환자로 선정된 임씨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약이 투여되는 60분 내내 곁을 지킨 아내는 시종일관 ‘심호흡하라’며 그를 달래줬다. 사실 아내 역시 6개월 전 암 수술을 받고 추적관찰 중인 환자.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임씨 부부는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차분히 진료를 마쳤다.

이날 아내는 “레켐비를 맞았다고 해서 1년 새 갑자기 증상이 나아지는 건 아니라고 들었다”며 “그럼에도 남편이 아직은 극초기 경도인지장애라 치료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주치의 말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가 인지저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어느 날 아침 임씨는 ‘여기가 어디냐’ ‘내가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충격받은 가족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당시 신경심리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한 결과 경미한 뇌 위축 외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추적관찰을 이어오던 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건 지난 10월부터다. 임씨는 어제 나눈 얘기를 기억하지 못했고 본인 집 주소도 잊어버렸다. 직업이 프로그래머인 그는 “A, B, C 순으로 입력값을 세팅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거꾸로 해둔 걸 보고 심각성을 느꼈다”며 “마침 좋은 신약이 나왔고 투여 타이밍도 잘 맞춘 만큼 얼른 직장에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의 판도를 뒤흔들 획기적 신약 레켐비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환자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를 없애 뇌 속 신경세포가 죽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전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알츠하이머를 타깃한 항체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완전 승인을 받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올해 5월 허가를 받았고 지난달 28일 시장에 본격 출시됐다.

모든 약이 그렇듯 시중에 유통된다 해도 의사 처방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레켐비 투여를 오래 기다린 국내 환자들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달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알츠하이머 예방센터’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치매 진단을 받으려면 인지기능검사, 뇌 MRI,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알츠하이머 예방센터는 해당 기간을 한 달 내로 단축했다. 레켐비가 초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는 만큼 많은 환자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선행 검사의 패스트트랙을 구축한 셈이다.

센터장이자 임씨의 주치의인 강성훈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레켐비가 알츠하이머 진행을 27%가량 늦춰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밀로이드가 덜 쌓인 집단을 따로 떼놓고 봤을 땐 지연 효과가 51%에 달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기억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투여하면 좋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쓰인 치매 치료제는 4종인데 모두 20년 전에 개발된 것이라 레켐비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다만 뇌부종, 뇌출혈과 같은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예방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40여 명이다. 이 중 임씨를 포함한 13명은 첫 투약 일정이 모두 잡혀 있다. 해당 환자들은 앞으로 2주에 한 번씩, 총 1년6개월간 레켐비를 맞을 예정이다.

약제 구입에 추적검사까지 합하면 전체 치료 비용은 약 4500만원이다. 강 교수는 “국내 도입된 신약이 급여화를 시도하기까지 2~3년 걸린다고 들었다”며 “미국이나 일본은 레켐비에 대한 보험이 잘돼 있는 편이라 투여 환자 수도 많고 데이터도 상당히 쌓였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비 부담이 크지만 치매 증상은 오늘까지 괜찮다가도 내일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416868

목록 스크랩 (1)
댓글 1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릴리바이레드X더쿠✨] 이슬이 남긴 맑은 생기 NEW 이슬잔광 컬렉션 체험단 모집 721 04.16 47,23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39,62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83,45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22,36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58,2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9,32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32,48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75,2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84,23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20,212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1691 이슈 남미 국가 중 대중음악 역사에 한 획 제대로 그은 나라 20:57 166
2691690 유머 좀 사는 집들은 여기에서 상견례한다고 함 2 20:56 459
2691689 이슈 영국에서 트젠보다 여성인권을 위해 싸웠던 평등부 장관 "내가 옳았다" 17 20:52 911
2691688 이슈 우천 중단으로 우리집 개만 무리 중이라고 15 20:50 2,078
2691687 이슈 "윤석열 파면이라는이 상황이, 그리고이 말도 안 되는 계엄이라는이 상황이 대한 국민인 우리 국민들께서 사과 한마디 못 받으실 그런 상황입니까" 12 20:50 1,088
2691686 이슈 템플스테이에 대해 알아보면서 깨진 편견들...jpg 17 20:50 1,803
2691685 이슈 실시간 콜드플레이 공연 객석에서 방탄 진 등장 8 20:50 2,101
2691684 이슈 이렇게 큰 건물이 있어도 되나? 느껴졌다는 중국 컨벤션 센터 5 20:50 783
2691683 이슈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피켓들고 있다가 뽑혀 올라간 남자 8 20:50 2,140
2691682 이슈 5세대에 와서 다시 부활해버린 저는 팀에 00를 맡고 있는 000입니다 (…) 20:50 471
2691681 이슈 2000년대 초등학교.gif 3 20:49 628
2691680 유머 최강록:매끼를 다 챙겨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느껴보셨나요? 문상훈:(절래절래) 스트..레스...?(의아해하며) 6 20:48 1,052
2691679 이슈 오늘자 로또 당첨번호 15 20:47 2,097
2691678 이슈 NCT 마크 1999 힙레 with NCT WISH (엔시티 위시) 11 20:47 555
2691677 유머 와 식물성고양이는 처음 봄 4 20:45 981
2691676 유머 [KBO] 야구 우천중단 되면 야구장 안에서는 뭐해...? 8 20:45 1,901
2691675 유머 정우주 야구선수 왼쪽 귀가 만두귀네요 35 20:44 2,409
2691674 이슈 이찬원 공계 업데이트 1 20:43 212
2691673 유머 결국 제주도에서 혼밥한 저속노화쌤 14 20:42 3,280
2691672 기사/뉴스 주경기장 명맥 불투명한 ‘문학경기장’… 인천시민 이용 높이는 활용 방안 모색 2 20:40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