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또다시 '광장'이 열렸다. 그 광장 맨 앞줄에 촛불 대신 응원봉을 손에 쥔 2030 여성들이 섰다. 여성신문은 광장에서 훼손된 민주주의를 살려낸 주역, '2030 여성'을 2024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낸 이 여성들은 탄핵은 결코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2030 여성들이 일컫는 '다시 만난 세계'는 혐오와 차별이 없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평등한 세상이다.
12월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그 순간을 기점으로 세상이 뒤집혔다. 지난 1979년 10·26 이후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다. 4일 새벽 0시 49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새벽 4시30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선포 6시간 만이다. '12월 3일, 45년 만의 6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의미로 '123456 사태'라는 말까지 나왔다.
야 6당과 무소속 의원 191명은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지만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통과됐다. 탄핵 소추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다. "헌법이 부여한 계엄선포권을 남용하여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지름으로써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버리고,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모였다. 7일 첫 번째 집회 때 100만명, 14일 집회 때는 200만명(주최 측 추산)이 한목소리로 "탄핵"을 외쳤다. 그 중심에 2030 여성들이 있었다.
청년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통계로도 확인됐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모인 인파 23만7032명 가운데 20대 여성이 18.9%(4만925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 남성(13.9%), 30대 여성(10.6%) 순으로 비중이 컸다. 참가자 10명 중 3명꼴(29.7%)로 2030 여성인 셈이다.
이들이 탄핵 집회 선두에 선 이유는 현실적인 생존의 위협과 맞닿아 있다.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삼았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정서를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했다. 대통령이 '20대 남성'을 향한 구애를 할수록 20대 여성은 일상화된 폭력에서 숨죽여야 했다.
2030 여성들이 광장에 새롭게 등장한 것도 아니다. 여성들은 늘 광장에 있었다. 촛불 소녀, 유모차 부대로 '호명'됐고 지금은 빠순이라고 불린다.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 사건, 2018년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때 숱하게 광장을 열었다. 온라인 광장도 활발하다. 올해 동덕여대 공학전환 반대 서명에는 25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탄핵 집회에 참여한 20대 여성 이선영씨(가명)는 "여성뿐 아니라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와 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들고나온 깃발에는 성평등, 물가 안정, 노동권 등 각기 다른 구호가 담겼고 연단에 오른 이들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외쳤다. 차별이나 혐오가 아닌 사랑과 공감의 마음이 그 광장에 있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10/0000121551?sid=102
한녀들.. 서로 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