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
첫 반응은 내일로 예정됐던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 일정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이 바로 국회를 소집한다"며 대응책을 묻거나, "계엄으로 국회를 해산시키려는 거냐"는 우려도 이어졌습니다.
의원총회 소집 요구도 이어졌는데,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는 40분이 지나서야, 이 단체대화방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연다고 공지했습니다.
하지만, 1분 뒤 국회 출입문이 폐쇄됐으니 당사로 모이자는 제안이 올라왔고, 6분 만에 추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대화방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의총 장소를 바꿉니다.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뒤인 11시 24분,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이 대화방에 참여 못한 한동훈 전 대표는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담을 넘어서 국회에 들어간다"고 전했습니다.
[박상수/국민의힘 대변인 (지난 5일, MBC '뉴스외전')]
"한 대표께서 '국회로 가자' 해서 그분들과 같이 갈 때 갔습니다. 우리 당 의원도 한 십수 명이 있었고…"
추 원내대표도 "국회로 모이자"고 이번에도 문자를 통해 공지했는데, 의원들은 장소를 되묻거나 국회가 통제된 상황을 공유하며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묻는 대화가 오가며 혼란이 계속됩니다.
0시 3분, 추 원내대표는 이번에도 문자로 "국회가 통제됐다"며 의총 장소를 다시 당사로 바꿉니다.
대화방엔 "집결장소를 명확히 해달라", "추 대표가 직접 말씀해달라"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지만, 추 원내대표는 대화방엔 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했고, 국회 주변을 시민들이 에워싸면서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없다", "자신은 당사로 왔다"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에 진입했다. 원내대표실 있지 말고 본회의장으로 와 달라"는 요청도 올라왔지만, 추 원내대표는 아무런 답을 안 한 채, 원내대표실을 지키며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앞서 의원총회 혼선에 대해 "이미 국회가 봉쇄돼 벌어진 일"이며 "표결에 불참한 건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왜 대화방에 글을 남기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추경호 전 원내대표 측은 "당시 의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문자도 발송하고 있었다"면서 "대화방에 글을 안 적었다고 비판하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강연섭 기자
영상취재: 김해동, 이지호 / 영상편집: 문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