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국회 앞 촛불집회에 최소 42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일주일 전 첫 표결 때 집회보다 1.5배 불어난 수치다. 집회 참여자 3분의 1은 2030 세대 여성이었다. 언론이 이들을 신기하게 볼 게 아니라 그 배경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지난 주말인 14일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인구는 오후 4시에 51만 8000여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표결이 시작되던 시각이다.
촛불집회 당일 새벽 0시 여의도동 인구는 5만 70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오전 10시부터 9만 4000여 명으로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집회 시작은 오후 3시였지만 국회 앞에는 이미 아침부터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1시부터는 시간당 10만명씩 불어났다.
비상계엄령 사태 전 주말인 11월30일에는 여의도동의 하루 최대 인구는 9만 8000여 명이었다. 14일 집회 때와 차이는 42만명으로 그만큼이 집회 참석자 수로 추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구한 7일 첫 집회 참석자 수는 27만8000여명이다. 국민의힘이 불참해 첫 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뒤 집회 규모는 절반 넘게(14만 명 이상) 커진 것이다.
집회 참석자 가운데는 2030 세대 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오후 4시 기준 20대 8만 5000여명, 30대 6만 1000여명이었다. 두 연령대를 합한 14만 7000여명은 전체 28.4%를 차지했다. 일주일 전 10만여명, 27.8%보다 증가했다. 그다음으로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 남성으로 5만3000여명이었다.
언론은 2030 세대 여성이 촛불집회에 많이 나온 현상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들고나온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도 특이하다며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2030 세대 여성은 이전부터 주요 집회 현장마다 있었다며 이들을 언론이 신기하고 새로운 존재로 비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권 사무처장은 “집회에 나오는 이유는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인데 하나가 더 있다면 과거에 싸워 왔던 경험”이라며 “그런 점에서 2030 세대 여성이 이번 촛불집회에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여성 살해 사건을 추모하던 2016년 강남역 집회,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2018년 혜화역 집회, 2022년 스토킹 살인사건을 추모한 신당역 집회 등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 참여 경험이 누적됐고, 위헌적인 계엄사태라는 특수한 계기로 그 수가 더 많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권 사무처장은 “응원봉이 시각적으로 압도적이고 눈에 띄니까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건 이해하지만 집회 참여자로서 이들이 어떤 가치를 지키려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구조적 성차별을 없는 셈 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응징 성격이 강했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13일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을 통해 2030 세대 여성이 이번 촛불집회에 나선 이유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들었다. 128명의 의견을 받았고 일부를 골라 공개했다(링크). 여성들은 경향신문에 “박근혜 탄핵 시위 때도 응원봉이 있었다”거나 “2030 여성을 신기하게 보지만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강남역 살인사건의,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이기도 하다”고 의견을 써 보냈다.
권 사무처장은 “'응원봉'으로 집단을 대상화하거나 과거의 ‘빠순이’ 정도로 이해하면 이들의 목소리를 왜곡하는 것이다. 기특하다며 어린아이 취급하는 것도 곤란하다”며 “집회 참여율이 낮았던 20대 남성도 여성과 비교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민주시민으로 견인해야 할지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