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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퍼스널리티] '지거전' 유연석, 차갑다가 뜨거우니 자꾸 설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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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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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연석이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대표작을 경신하는 중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다정한 칠봉이부터 '수리남'의 강렬한 빌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냉철한 엘리트라는 겉모습에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품어온 남자 백사언으로 분해 더욱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유연석이 출연하는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로맨스 스릴러를 그린다. 유연석이 연기하는 백사언은 내전 지역 종군 기자, 방송사 간판 앵커를 거쳐 대통령실 최연소 대변인에 오른 정치계 엘리트로 인질 협상전문가이기도 하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조부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아버지라는 배경까지 더해져 완벽한 외형과 냉철한 이성까지 겸비한 백사언이란 캐릭터를 완성한다.

백사언을 둘러싼 화려한 배경들은 그에게 정략결혼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백사언은 조부 때부터 수십 년 정치 생활에서 구린 부분을 덮어준 신문사 집안의 둘째 딸 홍희주(채수빈)와 '어른들의 필요에 의한' 형식적인 관계로 맺어졌고, 감정 없는 3년을 보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로, 관계 또한 단절됐던 두 사람. 하지만 백사언에게 "당신의 아내를 납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협박 전화를 받고 홍희주의 소재를 확인한 백사언은 이를 단순한 보이스피싱으로 여긴다. 때문에 "시체가 나오면 그때 연락해"라는 냉정한 답변으로 전화를 끊지만, 이는 실제로 납치된 홍희주에게 충격을 안긴다. 백사언의 차가운 태도에 분노한 홍희주는 선택적 함묵증을 극복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목표를 품는다. 교통사고 덕에 납치범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홍희주는 협박범 406으로 위장해 백사언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복잡한 심리전. 백사언은 협박범 406의 정체를 쫓는 한편 홍희주의 안위를 걱정하며 경호까지 붙이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알지 못했던 홍희주의 면면을 목격한다. 여기에 과거 자신이 정략결혼 상대로 홍희주를 직접 선택했던 이유를 떠올리며 혼란과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다.

복잡하면서도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유연석은 백사언이라는 캐릭터의 다양한 면모들을, 특히 홍희주를 향한 양면성을 섬세한 연기로 완성한다. 극 초반 분쟁 지역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정부는 인질범과 협상은 없다는 공식 발표를 한 뒤 인질이 된 국민들을 구출해낸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백사언은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얼굴로 모든 일을 나서서 처리한다. 겨우 한숨 돌린 상황에서 아내를 둘러싼 협박 전화를 받은 그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홍희주의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다. 이 과정에서도 유연석은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백사언 표 무표정을 유지하면서도 눈빛만큼은 감추지 못하는 듯한 섬세한 연기로 백사언의 속내를 보여준다.

특히 백사언이 자신의 정략결혼 상대로 홍희주를 선택했던 과거, 이를 기존 상대였던 홍희주의 언니와 결정했다는 숨겨진 이야기는 홍희주를 향한 그의 깊은 감정을 암시한다. 곤란한 상황에 빠질 홍희주를 구출하기 위해, 홍희주를 보호하기 위해 제가 결정한 결혼이었기에, 이후에는 감정을 억누르고 의무감만을 앞세운 채 철저히 선을 긋고 지내왔다는 것. 하지만 협박 사건 이후에 마주하게 된 예상치 못한 홍희주의 매력적인 모습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들을 지켜보며 백사언은 홍희주를 향한 자신의 모든 감정이, 지난 행동들이 애정임을 점차 깨닫는다.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이래 유연석은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서툴고 어리기만 한 여느 인물들 사이에서 친근하고 다정한 행동들로 상대 캐릭터는 물론 시청자의 마음에도 홈런을 날린 칠봉이로,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강동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베푸는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남자 안정원으로, '사랑의 이해'에서는 서툰 로맨티시스트 하상수라는 인물로 안방에 설렘을 선사했다. 또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얄미운 악역으로, OTT 드라마 '수리남'에서는 냉혹한 카르텔 멤버로, '운수 오진 날'에서는 섬뜩한 연쇄살인마로 등장해 거침없는 연기를 펼쳤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이처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캐릭터다.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백사언의 모습은 유연석의 꼼꼼한 연기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송 2주 만에 TV와 OTT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한 '지금 거신 전화는'은 로맨스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교차시키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출연자 화제성에서 유연석이 1위를 차지한 것도 백사언이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입체적으로 구현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냉철한 이성 뒤에 숨겨진 순애보, 그리고 점차 폭발하는 감정을 담아낸 유연석의 백사언은 단순한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닌, 한층 깊어진 배우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만든다. 유연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대표작을 경신하며 배우로서 또 다른 도약을 알렸다. 앞으로 펼쳐질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그가 보여줄 감정의 깊이와 캐릭터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이음(칼럼니스트)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65/0000009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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