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최근 JYP엔터테인먼트 미국 법인에 그룹 비춰(VCHA)의 멤버 케이지(KG)가 소송장을 냈다. 계약해지 소송이었다. 이런 소송전이 벌어진 것 자체는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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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했던 니쥬(NiziU)처럼 이제 한국의 K팝 시스템의 미국진출 사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애초에 비춰의 기획과 컨셉 그리고 과정은 순조로워 보였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결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 K팝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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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가 소송전에 나선 이유는 아동 노동 착취, 방임과 학대 그리고 불공정 계약으로 알려졌는데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스태프에게서 학대를 당했고,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데 멤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근무와 생활 환경에 대한 언급이다. 섭식장애는 물론 자해를 하게 하는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물론 JYP엔터테인먼트는 실제와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문제 제기가 맞는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케이지의 소송제기는 단순히 비춰라는 그룹이나 소속사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미에 현지화 진출하는 다른 K팝 소속사에 미칠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서구 언론은 K팝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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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쥬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와 비슷한 집단주의 문화 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연습생이 한국식 시스템과 매니지먼트에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사례는 많고 인권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K팝 시스템과 매니지먼트를 문화적 가치와 행태가 다른 젊은 세대에게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었다. 특정 멤버 한두 명의 이탈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셈이다.
해외 음악 관련 기업들이 왜 한국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며, 이제 인권적인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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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멤버조차 하이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마침내 이의 제기를 했음에도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어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국감장에서까지 나섰음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서 진실규명은 물론 구제를 받지도 못했다. 공적 해석과 판단은 그들이 청소년인데도 불구하고, 개인 사업자에 불과했다.
현실에서 그들은 소속사의 이익을 위한 상품 취급을 받는 게 진실인데 말이다. 그러니 뉴진스 멤버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계약 파기였던 셈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가수들에게도 그들을 대변해 주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게 된다. 미국에는 작가 노조처럼 가수노조가 있기에 그들은 낯설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어린 아이돌 멤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노동조합은 물론 관련 단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런 단체들을 통해 점차 노동자성을 확보해 가야 한다. 최소한 청소년 아티스트를 보호할 수 있는 조직 정도는 이제는 필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소년 개인들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버거우며 그들에게도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더구나 글로벌 활동을 하는데 방치되면 국익에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비춰는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뜻이다. 세상을 밝히기 전에 스스로를 비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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