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시상식의 위상이 떨어진 지 이미 오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부터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뒤숭숭한 분위기 속 시청자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저조하다. 여기에 유력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지상파 시상식이 무슨 의미냐”라는 차가운 반응도 의미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 중 가장 먼저 출격하는 2024 KBS 연예대상은 ‘누가 받아도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오는 21일 오후 시청자들을 만나는 이 시상식에는 유재석, 전현무, 류수영, 이찬원, 김종민이 대상 후보로 올라있다.
그러나 올해 첫 방송된 ‘싱크로유’를 제외하면, 류수영의 ‘신상출시 편스토랑’,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불후의 명곡’의 전현무, ‘1박 2일’의 김종민 등 대다수의 후보들이 5년 이상 방영된 장수 예능의 MC로 활약 중이다. ‘1박 2일’의 경우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젊은 층의 관심을 끌며 화제성을 유발하는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시청자들이 ‘대상감’으로 체감하는 후보가 없다 보니 ‘누가 받아도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곤 한다. 유재석의 4년만 KBS 연예대상 참석이 그나마 관심사이긴 하지만, 유재석이 선보인 ‘싱크로유’ 또한 시청률은 3%대로 ‘흥행작’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난해 ‘나 혼자 산다’ 속 기안84의 캐릭터를 활용한 ‘태어난 김에 태계일주’가 크게 흥행하며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스핀오프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는 시청률 3%대를 기록했다. 기안84 특유의 날 것의 매력 또한 “억지스럽다”는 반응을 얻으며 평가 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나 혼자 산다’에서 사랑을 받은 이장우, 김대호가 ‘반찬 레시피’를 선보이는 ‘대장이 반찬’을 새롭게 선보였지만, 이 프로그램 또한 2%대로 반응은 저조했다. 결국 MBC 또한 ‘나 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 장수 예능프로그램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는 예능인은 보이지 않는다.
유재석의 ‘틈만 나면’이 두 시즌째 방송되고 있지만, 2~3%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SBS 또한 장수 예능의 활약이 점쳐진다. SBS 연예대상에서는 는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돌싱포맨’이 수년째 주인공이 되고 있다.
드라마는 예능보다는 상황이 낫다. 2024 KBS 연예대상과 같은 날 열리는 2024 SBS 연기대상은 SBS 금토드라마들이 흥행하면서, ‘커넥션’의 지성과 ‘굿파트너’의 장나라, ‘지옥에서 온 판사’의 박신혜, ‘열혈사제2’ 김남길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다만 시청률은 모두 10%대로, 20%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는 올해 배출하지 못해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MBC 또한 ‘웰메이드 스릴러’로 사랑을 받은 금토드라마의 활약으로 체면 치레를 했다. 배우 한석규가 열연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부터 올해 초 최고 시청률 18.4%를 기록한 ‘밤에 피는 꽃’의 이하늬를 비롯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변요한, ‘원더풀 월드’의 김남주도 좋은 연기를 선보였었다. 물론 MBC 또한 ‘밤에 피는 꽃’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이 드라마를 제외하면 10%를 채 넘기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청률, 평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2024 KBS 연기대상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안 되는’ 시상식으로 꼽히고 있다. ‘미녀와 순정남’의 지현우, 임수향도 대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으며, 시청률은 5% 이하로 낮았지만 시니어 배우들의 활약을 담으며 좋은 평을 받은 ‘개소리’의 이순재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페이스미’부터 ‘멱살 한 번 잡힙시다’, ‘완벽한 가족’ 등 나름 공들인 수목드라마도 크게 흥행하지 못했으며, 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KBS 주말드라마의 위상도 떨어져 기대할만한 후보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기에 KBS는 불안정한 시국이 계속되며 ‘가요대축제’와 ‘연예대상’의 레드카펫 행사 또한 취소한 상황. ‘역대급 침울한 시상식’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웹예능 ‘핑계고’의 시상식을 향해 “지상파보다 더 재밌다”는 호평이 쏟아졌었다. 한 해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이며, 광고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공감 없는 시상식이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지, 민망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