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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美 보험사 CEO 총격 피살에 대중이 환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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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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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United Health)의 CEO가 뉴욕 길거리에서 총을 맞고 살해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닷새 정도 지난 시점에서 용의자가 체포되었고, 용의자가 명문대 출신의 수려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라는 게 알려지자 추가적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사실 그에 대한 우호적 여론은 구체적 신상이 밝혀지기 전부터 뜨거웠다.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 '거절(deny)'이라는, 미국 보험사들이 흔히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때 쓰는 문구가 적혀있어서 그의 범행이 우발적 강도가 아닌 보험회사에 대한 테러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총 맞아 죽은 안타까운 사고에 왜 이런 이례적인 반응이 나온 걸까.

보험사가 '공공보험'도 관리하는 나라

미국의 의료보장제도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건 널리 알려졌지만, 미국은 단순히 의료비가 비싼 국가가 아니다. 그것은 피상적인 현상일 뿐이고 실제로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의료보험조차 반쯤은 보험회사에 의해서 관리되는, 실질적으로 국가의 모든 의료 서비스가 기업에 종속된 나라이기 때문이다.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보자. 내가 한국에 거주하는 65세라면 아마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중 하나는 진단받은 상태일 수 있고, 원하는 동네의원 아무 곳에나 걸어 들어가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러고도 실제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은 2만원 안쪽이니 통상적인 의료비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으로 생계가 곤궁한 사람 정도를 제외하면 드물다. 심지어 기초생활수급자는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의료급여 환자로 분류되어 실질적으로 무료로 진료를 받으니 정말 큰병 아니면 걱정이 없다.

그렇지만 미국은 다르다.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저소득층이나 은퇴한 노인에 대해서는 공공의료보험을 제공해주는데 이렇게 제공되는 공공의료보험이 보장해주는 범위가 극도로 좁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메디케어(Medicare)라는 공공의료보험은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질환 혹은 외래 '진료'까지만 보험이 적용된다. 쉽게 말해 내가 당뇨병이 있는 노인이라고 하면 병원 진료비까지는 일정 부분 혜택을 받더라도 처방전 들고 약국에 들어간 이후로는 그 비싼 약값을 모두 다 내 돈으로 부담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임플란트나 틀니는 언감생심이고, 평범한 충치 치료조차도 아무런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살려만 놓는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그래서 최소한 약값이라도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공공의료보험에 결합되는 사보험 상품 가입이 반쯤 필수적이다.

은퇴한 노인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의료보험도 이 모양인데, 그 혜택 범위 바깥에 있는 미국인들은 어떨까. 통상의 미국인들은 개인이 가입하는 형태가 아닌, 직장에서 단체 가입하는 형태의 직장 의료보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노동운동의 성과로 직장에서 의료보험 비용을 재직자들 대신 내주기 때문인데 회사로서는 기왕 들어야 할 보험이라면 가장 저렴한 걸 선택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니 보장해주는 의료 혜택의 범위가 좁고 가격이 저렴한 곳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막상 이런 곳을 선택하면 직원들의 반발이 나온다. 그래서 명목상으로는 넓은 보장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곳이 최종적으로 낙점된다. 그런데 뭔가 좀 의문이 들지 않는가. 저렴하면서도 보장 범위가 넓은 보험 상품이 정말로 있는 걸까.

보험금 청구 '삭감'으로 돈 버는 보험사들

이번에 CEO가 총격으로 인해 사망한 유나이티드헬스는 타 보험사가 판매하는 비슷한 가격대의 의료보험상품보다 혜택의 범위가 좀 더 넓은 편이다. 바꿔 말하면 비슷한 혜택의 상품 중에서 가장 저렴한 걸 판매하는데, 그러면서도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인 3~4%보다 2배가량 높은 7~8%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저렴한데 마진도 많이 남기는 고급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백종원도 울고 갈 장사의 신(神)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값싸고 질 좋은 음식점이 돈도 많이 벌고 있다면, 사실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을 하는 곳일 개연성이 가장 크지 않나. 실제로 미국 보험사들의 현실이 그렇다. 겉보기엔 다양한 질환에 대해 폭넓은 보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그 질병을 앓아 치료받고 보험사에 치료비를 청구했을 때는 정작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업계 전반의 상황을 보면 청구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이 16% 수준으로 집계된다. 우리나라의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률이 2~3% 정도인 걸 고려하면 이미 몇 배나 높은데, 유나이티드헬스는 그 전략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펴는 탓에 보험금 청구 지급거부율이 타 보험사의 2배인 3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심사를 핑계로 지급을 지연(delay)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니, 시간을 끌며 보험료 지급을 미루는 것까지 포함하면 가입자의 반절 절도가 비싼 돈을 내고 의료보험에 가입하고서도 의료비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대기업 사장을 살해한 사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을 가득 채우고, 용의자의 신상을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맥도날드 지점에 별점 테러를 가하고 있을까.

미국의 막장 의료 상황을 보라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를 상찬하기엔 우리나라 건강보험도 이와 꽤 유사한 행동을 이미 20여년 동안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비 지급을 거부하는 대상이 일반 국민이 아닌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진료비 지급을 몇 달째 미뤄대는 탓에, 의료기관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진료를 꺼리게 만드는 일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정상적인 진료를 했음에도 그저 '관련 질환에 대한 진료가 늘었다'라는 점을 근거로 지급액을 삭감하는 일도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다가 진료비 타당성을 공정하게 심사해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 실적을 근거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일도 있었다. 의료계가 정부를 불신하고, 과격하게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게 나름의 역사적 이유가 있는 셈이다.

총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 보험사들은 기존의 의료비 지급 심사 과정을 손봐 과도하게 엄격하단 평가를 받던 심사 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의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지만, 갈등을 봉합하려면 어느 쪽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을까.

박한슬 약사·‘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저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47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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