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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김상욱 "차기 비대위원장, 친윤 안돼...극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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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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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밖에 다니시면 안 됩니다."


지난 14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모자와 점퍼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의 지역구(울산 남구갑)로 내려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된 날이었다. 자신의 울산 지역구 사무실에선 "난리가 났다" "칼 맞는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표결 당일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 1인 시위에 나선 그였다. 3일 후인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

김 의원은 1시간 동안 '진영 논리'라는 단어를 18차례 썼다. 당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과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이 비대위원장이 되어선 안 됩니다. (...) 당내에서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규합하려고 합니다."


극우적 노선에 단호히 선을 긋고 진보와 보수의 경쟁과 균형을 강조한 그의 이야기가 12월 3일 '계엄의 밤' 국회에서 시작됐다.


의장석까지 올라간 호소 "나라를 구해주십시오"


#. 12월 3일 밤 10시 30분


김 의원이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시각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던 그는 곧바로 여의도로 향했다. 1980년 5·18항쟁으로 이어진 전두환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가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국회로 가면서도 자칫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막을 수 있는 건 국회 밖에 없겠구나" 판단했다.


그는 국회가 봉쇄되기 전 본회의장에 도착한 첫 번째 여당 의원이었다. 아직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150명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곧바로 전화를 돌려 김용태·김재섭 등 동료 의원들을 본회의장으로 불렀다.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해 오고 있던 때,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왈칵 감정이 솟구쳤다.


"의장님, 나라를 구해주십시오."


의장석으로 따라 올라간 김 의원이 우 의장의 손을 잡고 말했다.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라는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거친 말을 쏟아냈던 '말실수'도 떠올렸다. 김 의원이 본회의장에 있던 그 시각 다른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은 추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소집한 중앙당사에 모여 있었다. 국회에서, 당사에서, 국회에서, 당사로. 추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이후 의원총회 장소를 네 차례나 변경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김 의원은 "그만큼 간절했다"라고 표현했다. 국회가 계엄을 풀지 못하면 국민들이 사방에서 피를 흘릴 것이라 생각했다. 계엄 선포로부터 2시간 30분 뒤인 12월 4일 새벽 1시 2분. "우리가 죽더라도 국민이 다쳐서는 안 된다"는 여야 의원들이 마음이 모였다. 재적의원 190명 중 찬성 190표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동지 의식도 생기는 것 같고. 참 묘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무너진 보수의 가치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표결에 불참한 동료 의원들 대한 배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어떻게 그 급한 상황에도 당사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 국회 본청에 있던 의원들은 왜 본회의장에 올라오지 않았는지, 계엄이 풀리고 난 다음엔 왜 나타나지 않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어요."


김 의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적 가치는 '헌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였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이 두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이제 막 초선 배지를 단 김 의원이 '선배'들에게 들은 말도 그랬다.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과 "당리당략으로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나왔다. 얼마 안 있어 대통령 탄핵안 반대 당론이 확정됐다.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오후 5시. 본회의에 상정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국회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운" 일이었다.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서울역으로 가는 길목은 탄핵안 가결을 요구하는 시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잘못은 우리가 하고 시민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건 잘못됐는데..."


기차 타기 직전 생각을 바꿨다.


"이대로 가면 평생 후회하겠구나. 다시 돌아가자."


여의도로 돌아와 국회에서 1~2km 떨어진 곳에 내린 김 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국회의원입니다"라는 한마디에 시민들이 꽉 막힌 길을 열어줬다. 12월 7일 오후 6시 50분. 김 의원은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본회의장을 떠났고 탄핵안은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폐기됐다. "안철수·김예지 의원 정도 참석하겠구나" 했던 그의 예측도 빗나가지 않았다.


탄핵안 폐기를 코앞에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표결에 참여했던 그는 찬성 대신 반대표를 던졌고 그 사실을 기자들에게 일부러 알렸다. 표결 참석으로 국민의힘을, 반대 투표로 민주당을 꼬집고자 했다. "진영 논리를 극복하자"며 여야 모두에게 던진 메시지라고 했다.


"이번 사태는 진영 논리와 극단의 대립이 낳은 참사입니다. 서로에게 절대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에 법이 뒤로 가버린 거예요. 대통령도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이상한 착각에 빠져버린 거죠.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래선 안 됩니다."


1차, 2차 탄핵 때 모두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짓밟힌 민주주의가 울컥 치밀었다. 좀처럼 울지 않는 성격의 그는 이 대목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얘기했다.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난입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던 그 장면. 너무 참담해서 눈물이 나고, 국민들께 너무 송구해서 눈물이 나고, 그때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여야 어디에도 못 가는 사람... 누가 배신자냐"



#. 12월 10일 오전 9시 40분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장 한 번 해본 적 없던" 그는 2차 탄핵안 통과를 위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러 나섰다. 하지만 변수가 고개를 들었다. '친윤석열계(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탄핵 반대는 더욱 힘이 세졌다.


"이제 말로 할 단계는 지났구나. 행동으로 압박을 줘야겠다."


표결 하루 전인 13일 그가 국회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황색 패딩을 입고 시위하는 김 의원을 찾아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의 '설전'이 화제가 됐다. 윤 의원은 "탄핵되는 상황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어"라고 말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그는 "국민들이 선택하실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의 1인 시위는 2차 탄핵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그렇게 다가온 지난 14일 오후 5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어 의사봉이 3차례 울렸지만 김 의원은 본회의장 의석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속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안도감"과 "허탈함"과 "죄스러움"이 뒤따라왔다.


"야당 의원들과 같이 만세를 부를 수도 없고, 좌절하는 여당 의원들과 뭉쳐서 나갈 수도 없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어요."


계엄을 해제하고 탄핵을 가결시키는 데 앞장선 그는 당내에서 '배신자'가 됐다. 하지만 누가 진짜 배신자인지 되묻고 싶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친윤계를 중심으로 '탄핵 찬성' 의원들을 색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말도 안 되는 짓이죠. 누가 배신자입니까. 보수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한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 사람이 어떻게 배신자일 수가 있습니까. 배신자는 윤석열이고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한 일입니다."


그는 국민의힘 세력을 세 부류로 나눴다. ①극우 성향 세력 ②권력 지향적·기회주의적 세력 ③합리적 보수 세력. ①과 ②가 주도권을 갖는 탓에 ③이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사실상 '극우여 봉기하라'라고 했잖아요. 중도와 보수를 다 내보내고 극렬 지지층만 남기겠다는 겁니다. 합리적인 정책으로 민생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또다시 극단의 대립으로, 진영 논리의 심화로 가는 거예요. 국민들은 정치를 더 혐오하고 민주주의는 더 퇴보하게 될 겁니다. 그 사태가 우려됩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거대한 사태는 "내년 말까지 목소리 내지 않고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는 그의 마음을 바꿨다. 비대위 구성과 조기 대선을 동시에 앞둔 지금, 보수를 재건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임박해 올 때쯤 김 의원에게 마지막으로 6개 일문일답을 던졌다. 정치 현안에 관한 입장을 물었지만 보수를 쇄신해야 한다는 말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 한동훈 대표 사퇴 이후 어떤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돼야 하나.


"제 의사가 반영되진 않겠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과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이 비대위원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당이 자칫하면 극우적으로 가기 쉬운 상황이다. 당내 주류 세력의 입맛에만 맞으면 당이 안정화될까. 그건 안정화가 아니다. 극우 정당화다. 당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줄 쇄신파가 들어와야 한다. 현재로서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아직 용서를 못 받았다. 진정한 행동으로 사죄하고 나서야 후보를 낼 수 있지, 그런 전제도 없이 후보를 낸다는 건 이상하다. 새롭게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쇄신한 뒤에 후보를 내는 게 맞다."


- 정당을 해산하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그럼에도 당을 살려야 한다고 보나.


"아직 쇄신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당의 쇄신을 위해 애를 쓰는 게 저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 당내 소장파끼리 뭉쳐 같이 목소리를 낼 계획이 있나.


"당연하다. 당내에서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을 계속 규합해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다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외롭고 힘든 일이다. 민주당도 그렇겠지만 국민의힘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확 눌러버린다. 더는 정치하지 않겠다, 공천 안 받겠다는 용단을 내려야 가능하다. 저부터 동료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그것이 비상계엄으로 큰 죄를 지은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 국민의힘 내부 변화를 위한 노력이 좌절된다면 탈당 가능성도 있나.


"탈당은 너무 속 편하고 쉬운 길이다. 욕을 먹더라도 안에서 바꾸려고 애를 쓰는 게 진짜 용기가 아닐까. 당이 바르게 가도록 할 수 있는 데까지 부딪치는 게 제 역할이자 의무다."


- 이번 탄핵에서 국민의힘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보나.


"첫째, 진영 논리에 빠지면 안 된다. 둘째, 보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권력 유지에만 집착하면 보수정당이 아닌 극우정당이 되어버릴 수 있다. 셋째,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는 있을 수 없다. 이런 얘기들을 교훈으로 남겼으면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56792?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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