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풀기로 했다. 재정을 조기에 투입해 내수 침체를 막고,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은행 및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은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에 성장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초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17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5년도 예산배정계획을 확정했다. 예산 배정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예산 배정을 받아야 계약 등을 맺고 사업에 돈을 쓸 수 있다.
내년 세출예산 574조8000억원 중 431조1000억원이 내년 상반기에 배정됐다. 세출 예산은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만 276조74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연초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집행해 경제 불확실성을 조기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해외투자은행·신용평가사들은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지만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노무라는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혼란 기간이 단축될 수 있으나 성장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과거 탄핵 때와 달리 원화 약세로 신속한 통화정책 대응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무디스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면서 “결정 지연 등으로 경제활동이 차질이 생기면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점치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추경의 기본 시나리오는 내년 1분기에 30조원이 편성되는 형태”라며 “1월 중 10조~15조원이 먼저 편성되고 하반기에 15조~20조원이 추가 편성되는 시나리오도 상정한다”고 했다. 소시에이트 제너럴은 “경기둔화가 확인될 경우 내년 초부터 추가경정예산안이 발의될 수 있고, 통화정책 완화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