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241217154953270
미얀마에서 온 조산은 지난 3일 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으로 진입 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4년 전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듯했다”고 말했다. 2021년 2월1일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군부는 국회의원과 인권운동가, 민주화 인사들을 체포했다. 거리에서 저항하는 시민들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한국에 있는 조산은 고향 가족·친구들과 연락이 끊겨 전전긍긍했다. 그는 비자가 만료됐지만 군부가 장악한 고국에 돌아갈 수 없어 난민 신청을 했다. “악몽 같던 날이 2024년 한국에서도 반복되면 어떡하나, 또다시 갈 곳이 없어지면 어떡하나 무서웠어요.” 그는 재한미얀마인들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미얀마 사람들도 1980년 광주 5·18에 대해 다 알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처럼 민주화하자’는 생각으로 싸워왔는데 한국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러지 않기만을 바랐어요.”
*
두 사람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미얀마의 위기”라는 생각으로 연대를 다짐했다. 32개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단체들이 지난 13일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미얀마 민주주의의 교훈이자 여전히 소중한 좌표”라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미얀마 시민으로서 한국의 시민과 함께 미얀마, 한국을 포함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지켜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미얀마도 한국처럼 민주주의를 누리게 될 날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에선 사람들이 집회하려고 모이면 경찰들이 감옥에 가둬 피가 날 때까지 때린다. 총을 쏴서 죽이는 일도 잦다”며 “자유롭고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다는 예시를 보여준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