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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2월 공연장 잡으면 로또”…대형 공연장 없는 K팝 종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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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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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사가 중단된 경기 고양시 씨제이(CJ)라이브시티 전경. 씨제이라이브시티 제공

현재 공사가 중단된 경기 고양시 씨제이(CJ)라이브시티 전경. 씨제이라이브시티 제공

 

“12월에 공연장 잡으면 로또나 다름없죠. 이미 6개월 전에 예약이 끝납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얼마나 공연장이 부족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로또라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서울에서 가장 큰 실내 공연장인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수용 인원 1만5천명)의 대관 절차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관 공모를 통해 공연 선정을 하는데, 매년 상반기 공연은 전년도 8~9월께, 하반기 공연은 그해 1~2월께 이미 접수를 한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12월 연말 공연은 5월에 추가 대관 신청을 받는다. 이후 대관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고득점을 얻은 행사가 선정되고, 승인된 공연은 대관료의 30%를 계약금으로 내야 한다. 티켓 판매를 하기도 전에 대관료의 30%부터 낼 정도니 공연 기획사들이 공연장 확보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케이팝 종주국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상황이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코로나가 끝나고 대형 공연이 많아졌는데, 현재 가장 큰 공연장인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연쇄적으로 공연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연쇄적 부족 현상은, 많은 인원이 들어갈 대형 공연장이 없어지면서 한 단계 아래 규모의 공연장에 부하가 걸리는 것을 말한다.
 

2027년 3월 준공 예정인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 조감도. 카카오 제공

2027년 3월 준공 예정인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 조감도. 카카오 제공5만명 이상 수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 구실을 해왔던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2023년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서 공연장 연쇄 기근 현상은 가속화됐다. 주경기장 옆에 딸린 2만명 규모의 보조경기장까지 덩달아 공사에 들어가면서 7만명을 소화할 수 있는 공연장 두개가 순식간에 사라진 셈이다. 이전까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종종 대형 공연장 구실을 했지만, 잔디 보호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제는 사용에 제약이 생겼다.

대형 공연장이 사라지면, 국내 가요계 스타나 국외 팝스타는 차선책으로 케이스포돔 같은 아레나급 공연장을 빌리게 된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면 한번에 마칠 공연을 아레나급 공연장에서는 두세번 이상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레나급 대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아래 홀이나 컨벤션센터급 공연장까지 덩달아 대관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다. 지난 9월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공연했던 잠실실내체육관(7천~8천석 규모)이 내년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2026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서도 2031년까지 케이비오(KBO)리그 야구장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존 잠실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새로 짓는 동안 서울 연고팀 엘지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공연업계로선 설상가상인 상황으로, 향후 7년간 대형 공연장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고기호 부회장은 “국외 대형 팝스타들의 공연 문의가 많아지는데도 공연장이 없어 한국을 건너뛰는 ‘코리아 패싱’이란 말까지 나온다”며 “공연업계에선 지금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올해 6월 경기도의 사업협약 해제 발표로 공사가 중단된 씨제이(CJ)라이브시티 조감도. 씨제이라이브시티 제공

올해 6월 경기도의 사업협약 해제 발표로 공사가 중단된 씨제이(CJ)라이브시티 조감도. 씨제이라이브시티 제공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대형 공연은 서울을 벗어나 경기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 아레나(1만2천~1만5천석)와 스타디움급인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4만3천석)이 주로 사용된다. 내년에 방한하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와 오아시스 모두 고양종합운동장을 선택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교양학부)는 “서울 안에 대형 공연장을 신설하는 것이 부동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한 광역 도시권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고양종합운동장은 전문 공연장이 아닌 탓에 음향 문제와 인근 아파트 단지의 소음 민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연장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지만, 당장 해결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카카오가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1만8269석 규모로 착공한 서울아레나는 2027년에나 완공 예정이다. 씨제이(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 부지에 2021년부터 공사를 진행 중이던 2만명 수용 규모의 전문 공연장 씨제이라이브시티는 올해 6월 경기도가 “씨제이 쪽이 사업 의지가 없다”며 사업협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좌초 위기를 겪고 있다. “일방적 해지”라며 반발하던 씨제이는 지난 10월 경기도 요청을 받고 시설을 기부채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씨제이 관계자는 “사업협약이 해지되면 시설 등을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경기도의 요청을 받은 뒤 기부채납 의사를 밝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둘러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기호 부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한강이나 대학교 노천극장, 스포츠 시설 등 활용이 가능한 대체 공연장이라도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한류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데 있어 공연 같은 하부구조가 중요한데, 공연장 자체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공연장 부족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일했다. 이제라도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2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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