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구공단에서 20년째 금속 가공업을 하는 김 모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휴일 근무나 야근을 하면 수당이 1.5~2배 더 붙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를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많다”며 “휴일근무와 야근을 안 시켜주면 주간 일을 안 하겠다며 태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에서 식품공장을 운영하는 박 모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SNS로 각 회사 소식을 공유하면서 ‘저 회사는 임금을 이만큼 주는데 우리 회사는 왜 이것밖에 안 주냐.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이직하겠다’고 반협박조로 말하며 태업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취업자 100만명 시대를 맞은 한국 산업 현장의 ‘그늘’이다. 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는데다 국내 취업자들이 지방 영세중소기업을 꺼리면서 인력난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7년 부족한 취업자는 7만1000명이지만 2032년이 되면 10배가 넘는 89만 4000명의 일손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당장 인력난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들에 외국인 근로자는 그야말로 ‘구세주’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비용부담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제조 중소기업 122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 1인당 평균 인건비는 △기본급 209만원 △상여금 4만1000원 △잔업수당 42만5000원 △부대비용 8만2000원을 포함해 263만800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2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 월 평균 임금 286만원보다 불과 2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이미 내국인을 추월했다고 지적한다. 내국인은 최저임금법상 정기적으로 제공되는 숙식비가 최저임금에 전액 포함되지만, 외국인 근로자는 숙식비를 별도로 지급받는 게 관행이라는 게 중소기업계 얘기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숙식비 등을 포함한다면 월 평균 인건비가 300만원을 훌쩍 넘긴다는 게 중소기업계 주장이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외국인 근로자 1명당 숙박비로 한달에 19만원, 식비로 19만6000원을 추가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인건비에 숙식비를 합친 실질 비용은 월 302만4000원에 달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을 추월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투입되는 고정비용은 더 있다. 기숙사를 갖추지 못한 대부분 중소기업은 사업장 근처 원룸을 얻어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제공하고 있는데, 보증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같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하소연이다.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은 산업 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