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직장내 괴롭힘’ 허점 노렸다…남친과 여행 떠난 직원의 비밀
5,991 15
2024.12.17 08:22
5,991 15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양면
 

지난해엔 연간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처음으로 1만 건을 돌파하며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법이 모호해 어디까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피해자도 회사도 모두 곤란해졌다. 시행 6년 차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이대로 괜찮을까?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매년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5823건이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으로 늘다가 지난해 1만28건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27건꼴이다. 폭언이 32.8%로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 13.8%, 따돌림·험담 10.8% 순이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다”면서도 “MZ 세대는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의 3대 요건을 보자.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①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③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위 ①~③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서로 우위 관계가 없는 입사 동기간 괴롭힘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수사를 거쳐 실제 기소까지 이뤄진 경우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신고된 1만28건 중 9672건이 처리가 끝났는데 이중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57건으로, 처리가 끝난 사건 중 0.59%에 불과했다. 나머지 중 6445건은 조사 결과 ‘법 위반 없음’으로 끝났거나 조사 대상이 아니었거나 동일 민원이 중복 신고여서 취하됐다. 2197건은 신고인이 취하했다. 괴롭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진 기자

 

다음은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허위 신고로 분류된 사례다.

 

#한의원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 A씨는 함께 근무하는 팀장이 팀원의 단체 SNS 대화방에 ‘A씨가 근무 중에 손톱을 잘라서 환자가 불만 신고를 했는데 내가 잘 처리했다’는 글을 올렸다. A씨가 물리치료실에서 손톱을 깎았을 때는 환자가 없는 점심시간이었고 실제 불만을 제기한 환자도 없었다. A씨는 팀장이 팀 내에서 따돌림을 하기 위해 허위 사실을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사실 여부 입증이 쉽지 않았다. 팀장은 팀원의 근무태도를 지적한 것이라고 맞섰고 결국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은 오·남용 부작용도 크다. 가장 큰 틈새는 허위 신고에 대한 규정이나 처벌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단 신고나 해보자’는 사례가 많다.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례를 살펴봤다.

 

#B씨는 7개월 전 출근해 2시간 근무 후 ‘일을 못 하겠다’며 그만뒀다. 당장 일손이 부족해 급히 채용에 나섰던 해당 기업 사장은 당일 오전에 4시간만 일할 수 없겠냐고 붙잡았지만, B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B씨는 사장에게 하루 치 임금을 요구했고 화가 난 사장은 일한 시간만큼만 지급하겠다고 대응했다. 하루 치 임금 지급을 두고 7개월간 다투던 B씨는 당시 사장이 ‘갑질’하며 막말을 했다고 고용부에 신고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허점을 노린 경우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제척기간이 없다. 괴롭힘 발생 이후 신고까지 기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의미다. 개인 사유로 퇴사하면서 실업급여를 타기 위한 목적으로 1~2년 전 사례를 빌미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할 수 있는 배경이다.

 

#C씨는 회사의 같은 팀 선배가 본인의 말을 무시한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조사 결과 근무 시간에 연예인 얘기를 하는 C씨에게 선배가 ‘일에 집중하자’고 한 말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유였다. 신고한 이유를 물으니 C씨는 “선배랑 친해지고 싶어서 연예인 얘기 같은 흥미 있는 얘기를 했는데 안 받아줬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일회성 다툼이나 언쟁, 회사의 정당한 징계권 등 인사권 행사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용부 진정을 내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와 개인이 써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D씨는 팀장의 폭언에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2주간 유급휴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 기간 D씨는 SNS에 남자친구와 여행 다니는 사진을 올리고 동료들에게 ‘일도 안하고 출근도 안하고 너무 좋다. 너도 신고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D씨의 업무까지 처리하느라 매일 야근을 하던 같은 팀원이 이를 알았고 인사팀에 신고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조사가 진행 중이라 휴가 취소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다.

 

-생략

 

이들 국가와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판단 기준이다. 이들 국가에선 지속·반복성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일회성 다툼이나 언쟁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호주는 재직 중에만 신고할 수 있고 아일랜드는 마지막 괴롭힘 행위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노무법인 혜안 강선일 대표노무사는 “한번 허위 신고를 경험한 회사는 이후 발생하는 신고에 대해서도 허위 신고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다만 규정이 너무 까다로우면 자칫 신고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08358

목록 스크랩 (0)
댓글 1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60,37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845,34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400,03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980,4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862,78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814,85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70 20.05.17 5,421,53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865,85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712,00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10078 이슈 똥꼬로 짖는 개.gif 5 02:52 144
2610077 이슈 명탐정 코난 인기 캐릭터 아무로 토오루 예전 성우&바뀐 성우 비교 영상 8 02:46 299
2610076 이슈 협박 전화까지 나온 한국 패션 업계 12 02:46 1,562
2610075 기사/뉴스 “이재명 정권 이길 카드, 나밖에 없다”.. 이준석 의원 대권 시동, 통할까? 20 02:45 431
2610074 이슈 "붕어빵 파는 '박서준·권상우' 적당히 해라"…닮은꼴 줄잇자 '싸늘' 8 02:44 689
2610073 이슈 기유TV {이모로그} 은지튼튼이모 02:43 177
2610072 유머 어떻게 여기서 한 방울도 안 웃을 수가 있지..? 1 02:39 606
2610071 정보 미국 출신 방송인 크리스 존슨 유튜브에서 35년 전의 전우를 확인함.yt 12 02:32 1,561
2610070 이슈 애플 `우리는 앱스토어 판매로 수익을 내는지조차 모른다` 7 02:27 1,409
2610069 이슈 시위에서 오아시스 티켓팅 성공자 연합에 이은 또다른 연합 (너무부러웠어요...) 4 02:27 2,017
2610068 이슈 해리포터 외모에 대한 고찰.ㅋㅋㅋㅋjpg 23 02:26 1,587
2610067 이슈 모든 군대가 내란수괴에 관련되어 있어서 분노한 김병주 의원 10 02:20 1,896
2610066 이슈 인스타그램 CEO가 직접 밝힌 인스타피드 비율 변화의 이유 58 02:18 4,909
2610065 유머 입에 묻는거 질색팔색하는 아기까마귀 9 02:14 1,430
2610064 이슈 아가들이랑 존똑.gif 6 02:08 2,226
2610063 이슈 계엄 당일 민주당 국회의원 딸들이 보낸 문자 36 02:07 4,603
2610062 팁/유용/추천 플레디스 감다살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안무영상 34 02:07 2,986
2610061 이슈 대한민국 좌우의 차이.jpg 27 02:04 3,534
2610060 이슈 탄핵에 대한 이재명의 입장 돌아보기 9 02:03 1,837
2610059 이슈 슈돌) 밥 다먹었으니까 턱받이 빼라는 정우 14 02:01 2,096